도시락·가사지원·재택의료…안방까지 찾아가는 일상케어
살던 곳서 편안한 노년 이어지도록
보건의료·영양관리 등 특화서비스
재가 중심 돌봄망으로 복지사각 해소
하반기 전담인력 배치로 대응력 확보
본인부담금 혼선 방지 안내·홍보 강화
상주지역자활센터의 이대환 사회복지사가 식사영양지원 도시락을 전달하고 있다. 이 도시락은 상주시의 노인 의료·요양 통합돌봄지원의 지역특화서비스 중 하나다.
"어르신, 도시락 배달 왔어요"
밝은 목소리와 함께 구옥분(가명) 할머니 집의 문이 열린다. 상주지역자활센터의 이대환 사회복지사가 "오늘은 바로 드시고, 수요일에 가져올 도시락은 냉장고에 넣어두고 다음 날 드세요"라고 말하며 구 할머니에게 넘겨준다.
같은 시각, 박연지(가명) 할머니 집에서는 요양보호사가 박할머니의 말벗을 해주고 집안일을 돕고 있다. 박할머니는 "몸이 불편하니 집안일을 조금씩 미뤄왔다. 작은 것들이 쌓여 집이 너저분해 졌는데, 이렇게 청소를 해주니 우렁각시가 따로 없다"라며 웃었다.
최근 병원에서 퇴원한 고덕창(가명) 할아버지 집에선 시공업체 직원들이 집안과 외벽에 보행보조 손잡이를 설치하고 있다. 고할아버지는 "다리와 허리가 아파 걷기 힘들었는데, 이렇게 손잡이를 설치해주니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퇴원 전부터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계획을 상주시 통합돌봄팀의 도움을 받아 준비하고 있었다.
<이미지(박준상)=생성형AI, 자료=상주시청 제공>
3월27일부터 시작된 상주시 의료·요양 통합돌봄사업의 지역특화서비스인 △가사지원 △병원동행 △식사영양지원 △주거환경개선 △생활안심 클린케어는 보건의료·건강관리·일상생활 등을 직접 또는 연계해 한 번에 제공한다.
구옥분 할머니 집으로 전달된 도시락과 박연지 할머니 집에 온 요양보호사는 각각 식사영양지원과 가사지원 사업이다. 고덕창 할아버지의 집에 설치된 보행보조 손잡이 설치는 주거환경개선을 위한 편의시설 제공서비스와 퇴원환자 지역사회 연계사업이다. 특히 식사영양지원, 가사지원, 주거환경개선은 농촌지역 고령자의 실제 생활 어려움을 줄여주는 데 의미가 크다.
◆'불편 없이' 찾아가는 돌봄
상주시 한 집 한 집이 '찾아오는 부엌'과 '깨끗한 안방'으로 변모하고 있다. 요양원과 병원이 아닌, 살던 집에서 노년을 보내도록 돕는 것이 이 사업의 목적이다. 특히 고덕창 할아버지처럼 장기요양등급을 받지 못한 어르신들은 '복지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경우까지 챙겨 편안하고 건강한 일상을 보내도록 돕는다.
현재 상주시는 시설 입소보다 재가급여 및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이용하며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어르신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상주시는 어르신들이 익숙한 생활 터전에서 필요한 돌봄과 의료서비스를 연계받으며 생활할 수 있도록 지역 중심 통합돌봄 체계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방문형·생활지원형 서비스를 강화해 돌봄 공백을 줄이고, 의료·요양·주거·일상생활 지원이 유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에 발맞춰 상주시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살던 곳에서 보건의료, 건강관리, 장기요양, 일상생활, 주거 등을 직접 제공받거나 연계해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의료·요양 통합돌봄사업'의 밑그림을 완성했다.
통합돌봄으로 가는 길이 쉽지는 않다. 상주시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상주시 인구는 8만9천579명이고 이 중 노인인구는 3만4천912명이다. 여기서 재가 급여자·장기요양 등급 수급자를 포함해 우선관리 대상이 1만1천278명으로, 전체 인구의 7.9%를 차지한다.
상주시의 면적은 서울시의 2배로 넓고 경북에서 3번째로 큰 땅이다. 또 읍면동마다 고령화 정도와 돌봄 수요의 차이가 있다. 일부 지역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넓은 범위를 오가며 서비스를 제공해야하고, 또 다른 곳은 수요가 적어 상대적 업무부담까지 생길 수 있다.
돌봐야할 인구는 많고 면적까지 넓으니, 상주시는 의료·요양·돌봄 수요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인력과 자원을 탄력적으로 배치하고, 읍면동의 현장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체계를 단계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읍면동에 통합돌봄사업 전담인력을 배치할 계획이며, 통합돌봄 담당 신규채용과 기존 인력의 재배치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또 읍면동은 대상자 초기 발굴과 상담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현장 대응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인력 운영을 준비 중이다.
상주시 노인 의료·요양 통합돌봄지원의 지역특화서비스의 일환인 가사지원 서비스를 받고 있는 어르신. 청소, 세탁, 식사준비 등을 도와 어르신의 생활 전반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주는 것이 목적이다.
상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마을숲의원'이 수행하는 재택의료센터 사업도 큰 역할을 한다. 이 사업은 의료진이 가정을 방문, 진료를 함으로써 의료공백을 최소화시킨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지속적인 건강관리가 필요한 노인장기요양 수급자를 대상으로 한다.
퇴원환자지역사회연계사업도 실제 돌봄공백을 메우는 기능이 크다. 병원 퇴원 전 단계부터 지자체 통합돌봄전담팀과 연계해 필요한 돌봄서비스를 연결하는 사업으로, 퇴원 이후 재입원을 예방하고 지역사회 안에서 회복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특히 돌봄공백이나 갈 곳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병원에 머무는 '사회적 입원'을 미리 방지해 개인적·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 현재 상주시립요양병원, 연세요양병원, 상주적십자병원, 상주성모병원, 바른재활의학과병원 등이 지역사회연계사업 협약 의료기관으로 함께 하고 있다.
상주시 의료·요양 통합돌봄사업에 대해 읍면동사무소의 창구에서도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상주시 제공>
◆'빈틈 없이' 촘촘한 조사와 연계
의료요양통합돌봄사업의 초기 사전조사는 전문적인 의료 진단보다 대상자의 기본적인 일상생활 수행능력과 돌봄 필요 여부를 확인한다. 현재 읍면동에서는 표준화된 조사 기준에 따라 복지담당 공무원이 초기 사전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대상자가 의자에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지, 집 안에서 일정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지 정도의 기본적인 생활 기능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또 이후 치매 관련 항목에 해당되거나, 일상생활수행능력 평가 결과가 일정 기준 이상인 경우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통합판정조사로 연계된다.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질병 및 증상, 인지·의사소통 상태, 신체기능, 질병관리 및 간호 필요도 등에 대한 보다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조사에 들어간다.
읍면동의 초기 조사와 건강보험공단의 전문적인 통합판정조사가 연계되면서, 대상자 상태에 맞는 맞춤형 돌봄서비스를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혼란 없게' 올바른 정보 제공
대구경북의 한 지자체에서 이 통합돌봄 서비스를 신청했다가 자부담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재택의료서비스 신청을 취소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상주시는 시민들이 무료 서비스 여부와 본인부담 기준 등에 혼선을 겪지 않도록 지속적인 홍보와 안내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미지(박준상)=생성형AI, 자료=상주시청 제공>
대상자의 상황과 서비스 종류에 따라 지원 방식이 달라질 수 있으며, 기존 복지·의료 제도와 연계되는 과정에서 본인부담금이 발생한다. 특히 통합돌봄 특화서비스의 경우 의료급여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은 무료로 지원된다. 기초연금수급자는 서비스별로 본인부담 10~20%를 적용하지만, 그 외 대상자는 모든 서비스 비용은 본인이 100% 지불해야한다.
상주시는 4~5월에 24개 읍면동 이·통장 회의를 활용한 사업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또 각종 행사장 및 시민 소식지인 '굿모닝상주'를 비롯해 각종 지역 홍보 매체와 안내자료를 활용하고 있다.
상주시는 어르신들이 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익숙한 삶의 터전에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역 중심 의료·요양 통합돌봄 체계를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의료·돌봄·주거·일상생활 지원이 읍면동과 의료기관, 서비스 제공기관 간 협력체계도 더욱 촘촘히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글=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장기요양등급=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서 노인의 기능상태에 따라 부여되는 등급으로, 1등급부터 5등급과 인지지원등급까지 총 6단계로 구분된다. 3~5등급과 인지지원등급은 요양보호사가 집으로 오는 방문요양이 가능하고, 1~2등급은 요양원 등 시설입소를 할 수 있다. 등급에 따라 급여의 본인부담비율이 결정된다.
박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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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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