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회장, 변화를 말하다
SNS로 열고 현장으로 파고들다
벽화가 바꾼 도시의 표정
이념이 낡았는가, 실천이 낡았는가
진짜 시민단체로 가는 길
진승하 바르게살기운동 포항시협의회장이 20일 포항시 남구 종합운동장 내 포항시협의회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질문을 들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김기태기자>
2024년 4월 취임한 바르게살기운동 포항시협의회 진승하 제13대 회장은 경북도내 시군협의회장 가운데 최연소라는 기록을 안고 출발했다. "조직의 전통과 무게감 때문에 부담이 컸다"는 그의 첫마디는 솔직했다. 그러나 인터뷰 내내 그가 강조한 것은 '변화'였다. 관변단체 성격이 짙게 배어 있는 바르게살기운동이 진정한 시민운동으로 거듭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묻는 물음표가 이 인터뷰의 출발점이었다.
바르게살기운동은 1989년 정부 주도로 출범한 사회운동 단체다. 출범 배경 자체가 관 주도였던 만큼, '관변단체'라는 꼬리표는 수십 년간 조직의 발목을 잡아왔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보다는 동원과 행사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이어졌고, 청년층에게는 사실상 존재감이 없는 단체로 인식되어 온 것이 현실이다. 진 회장 스스로도 이 한계를 외면하지 않는다. "보여주기식 행사에 그치지 않겠다"는 그의 발언은 그 한계에 대한 묵시적 인정이기도 하다.
진 회장이 취임 후 가장 먼저 손댄 것은 소통 방식이었다. SNS와 밴드를 적극 활용해 활동 내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기 시작했고, 청년층이 거부감 없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정화 활동과 생활안전 캠페인을 전면에 내세웠다. 관변단체의 전형적인 운영 방식이었던 '위에서 아래로의 동원 구조'를 '아래에서 위로의 자발적 참여 구조'로 바꾸겠다는 의도다.
세대 간 소통에도 공을 들였다. 기존 읍·면·동 위원장들의 경험과 청년 임원진의 아이디어를 접목하는 방식으로, 세대 간 갈등 대신 화합의 문화를 만들어 가려 했다. 물론 이것이 단기간에 구조적 변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하지만 최소한 조직 내부의 경직성을 허무는 첫 단추를 꿰었다는 점은 평가받을 만하다.
성과도 있었다. 포항시협의회가 추진한 '클린도시 도심환경 개선사업'은 전국 실무자 교육에서 경북 유일의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환여동 해안가의 노후된 파도 옹벽과 용흥동 철길숲 인근에 주민과 회원이 함께 벽화를 그려 낡고 어두운 공간을 밝게 탈바꿈시킨 이 사업은, 관변단체가 흔히 빠지는 '행사용 전시 행정'과 거리를 뒀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진 회장은 "지역 특성에 맞는 현장 중심 사업이었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성"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역 주민이 직접 붓을 들고 참여한 이 사업은 완공 이후에도 주민 스스로 공간을 아끼는 문화로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관이 주도하고 시민이 구경하는 구조가 아니라, 시민이 만들고 시민이 누리는 구조를 현장에서 구현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진승하 바르게살기운동 포항시협의회장이 20일 포항시 남구 종합운동장 내 협의회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기태기자>
'진실·질서·화합'이라는 바르게살기운동의 3대 이념은 1980년대 권위주의 정부 시절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다. 진 회장은 이 질문을 정면으로 받아들였다. "이념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구호에만 머물렀던 것이 문제"라는 그의 답변은 관변단체 꼬리표의 핵심을 꿰뚫는다.
그는 교통질서 캠페인, 환경정화 활동, 에너지 절약 실천 운동 등 일상 밀착형 활동을 통해 이념을 생활 속 언어로 번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자원안보위기 경보 발령 상황에서 냉·난방 절전, 대중교통 이용 권장 등 실천 운동에 앞장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거창한 구호 대신 작은 실천이 쌓일 때 시민의 신뢰도 회복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진 회장이 기억하는 가장 뭉클한 순간은 화려한 시상식이 아니었다. 낡은 벽지와 장판을 새것으로 교체해 드린 뒤, 연신 고마움을 전하던 어르신의 표정이었다. 복지 사각지대 주거 취약계층 생활환경 개선사업 현장에서 그는 "작은 도움이 누군가에게는 큰 희망"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배웠다고 했다.
남은 임기의 목표는 간결하다. "젊고 활동적인 시민운동 단체"로의 전환이다. 청년 참여 확대, 환경·안전·복지 분야의 체감형 사업 강화가 그 수단이다. 관변단체라는 오래된 굴레를 벗는 일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장을 발로 뛰며 시민의 언어로 말하려는 젊은 회장의 시도는, 적어도 그 방향만큼은 올바르게 가리키고 있다.
진 회장은 마지막으로 50만 포항시민과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회원들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항상 현장에서 함께 땀 흘려주시는 회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바르게살기운동 포항시협의회는 시민 곁에서 지역사회에 힘이 되는 단체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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