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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굴뚝은 피어오르는데, 산단은 조용하다

2026-05-24 17:58

포스코 불 살았지만 산단은 ‘냉기’
경주 콘도 초만원, 울릉도는 한산
수산시장 활기, 어민 표정 밝아
수입 급등, 수출은 뒷걸음질쳐
포항 집값 하락, 경주는 소폭 올라

지난 14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김기태기자>

지난 14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김기태기자>

포스코 포항제철소 굴뚝에서 연기가 치솟는 사이, 바로 옆 철강산단 업체 사장은 줄어든 주문서를 들여다보고 있다. 경주 보문단지 콘도 로비는 캐리어를 끄는 관광객으로 북적였지만, 울릉도 선착장은 텅 빈 채 파도 소리만 들린다. 수산물 위판장은 모처럼 활기가 넘쳤고, 수입은 폭증했지만 수출은 뒷걸음쳤다.


21일 포항 영일만 일대. 포스코 포항제철소 굴뚝에서 연기가 힘차게 피어오른다. 한국은행 포항본부가 최근 발표한 '2026년 3월 경북동해안지역 실물경제동향'에 따르면, 포항제철소의 조강생산량은 118만 3천 톤으로 전년 동월 대비 9.5% 증가했다. 광양제철소(-3.3%)가 감소한 것과 정반대 결과다. 포스코 전체로는 300만 5천 톤으로 1.3% 늘었다.


하지만 제철소 담장 너머 철강산단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3월 포항 철강산단 전체 생산액은 1조 1천260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7.2% 감소했다. 1차 금속(-7.6%)과 조립금속(-3.4%), 비금속(-13.9%), 석유화학(-18.7%) 등 주요 품목이 일제히 하락했다.


포항 철강산단에서 20년 넘게 중소 철강 가공업체를 이끌어 온 박모(59·장성동) 씨는 "주문이 예전만 못해요. 1차 철강 단가가 내리면 저희도 이익을 낼 수가 없죠"라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포항철강관리공단 관리팀 관계자는 "포스코가 생산을 늘리는 건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국내 수요 선점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조강 단가가 낮아진 상황에서 중간재·가공업체는 마진이 오히려 더 빠르게 깎이며, 대형 제철소의 증산이 중소 협력사의 수익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적 단절이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여기에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국내 침투까지 겹치면서 산단 중소업체들의 경영 환경은 제철소 굴뚝 연기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주 보문단지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콘도와 리조트 로비마다 캐리어를 끄는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3월 보문단지 숙박객 수는 14만 5천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4.6% 급증했다. 특히 콘도·리조트 숙박객이 88.6%나 늘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내국인 관광객(+38.4%)이 견인하는 가운데 외국인은 20.6% 줄었다.


울릉도는 반전이었다. 2월까지 64.2%의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던 울릉도 관광객이 3월에는 1만 1천 명으로 38.6% 급감했다. 포항운하 방문객(-5.7%)도 줄었다. 경북동해안 전체 방문객(35만 5천 명)은 전년 동월 대비 0.6% 증가로 가까스로 플러스를 유지했다.


위덕대 전광수 교수는 "경주는 숙박 인프라 고급화 투자와 함께 문화재 야간 개방, K-역사관광 콘텐츠 강화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내국인 중심의 '근거리 힐링 여행' 트렌드가 경주 보문단지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포항수협 수산물 위판장은 이른 아침부터 어선들이 들어오고 상인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3월 경북동해안 수산물 생산량은 약 7천966톤으로 전년 동월 대비 14.9% 증가했다. 어류(+18.6%)와 갑각류(+21.0%)가 큰 폭으로 늘었고, 수산물 생산액도 440억 원으로 2.3% 올랐다. "올봄엔 물량이 괜찮다"는 어민들의 표정에서 모처럼 여유가 보였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한 연구사는 이번 증가세를 수온 변화와 연결해 분석했다. 그는 "올 3월 동해 표층 수온이 평년보다 0.5도 가량 낮게 유지되면서 어군 형성이 예년보다 활발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갑각류는 저수온 구간에서 연안 이동성이 높아져 포획량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다만 이런 호조가 여름 성어기까지 이어질지는 해수면 온도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출입 지표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3월 수출은 8억 6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3.9% 감소했다. 화학공업제품(-37.2%)이 큰 폭으로 줄었고, 양극활물질(-22.3%)도 내림세를 이어갔다. 포항 지역 수출은 17.0% 감소했다. 반면 수입은 10억 6천800만 달러로 59.0% 폭증했다. 광산물이 두 배 이상(+102.5%) 급등했고, 경주 수입액은 329.8%라는 이례적 증가율을 기록했다. 2차전지 소재 관련 원료 수입 급증이 배경으로 꼽힌다.


소비 지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포항·경주 지역 주요 중대형 유통업체 판매액은 352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7.4% 증가했다. 식료품(+12.2%), 의복·신발(+25.2%), 가전제품(+72.5%)이 고르게 늘었다. 반면 승용차 신규 등록대수는 136대로 전년 동월 대비 64.0% 급감하며 내구재 소비에서 뚜렷한 온도 차가 확인됐다.


부동산 시장도 양극화다. 포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2% 내려 하락세를 지속했다. 포항은 2024년 이후 연간 누계 기준으로 꾸준한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 경주는 0.1% 상승하며 두 달 연속 오름세다. 전세가격은 포항(-0.1%)이 내렸고 경주(0.0%)는 보합이다. 포항·경주 주택 매매 건수(958건)는 전년 동월 대비 3.8% 늘어 거래량은 회복 흐름을 타고 있다.


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 최태경 과장은 "생산·관광·수산 일부 지표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수출 감소와 투자 심리 위축이 동반되고 있어 지역 경기 회복을 낙관하기 이른 상황"이라며 "2분기 수출 동향과 2차전지 산업의 생산 전환 속도가 하반기 지역 경기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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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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