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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르포] 불길 찾던 ‘도시의 눈’…대구 마지막 소방망루 가보니

2026-05-24 15:53

불길 살피던 망루, 대구 소방 역사 상징물로
중부소방, 시비 1억 들여 경관조명 설치 추진
“보존 가치 있지만 기능·안전 문제 함께 고려를”

22일 오후 3시쯤 대구 중구 남산동 중부소방서 소방망루에서 한 소방대원이 창밖으로 도심을 바라보고 있다. 조윤화 기자

22일 오후 3시쯤 대구 중구 남산동 중부소방서 소방망루에서 한 소방대원이 창밖으로 도심을 바라보고 있다. 조윤화 기자

대구 도심에 일어난 화재의 신호를 가장 먼저 찾던 '도시의 눈' 소방망루(영남일보 2025년 2월3일자 2면 보도)가 지역 소방 역사를 보여주는 상징물로 자리 잡고 있다. 중부소방서와 동부소방서, 두 곳의 소방망루는 통신 수단이 변변치 않던 시절 소방관들이 높은 곳에 올라 두 눈으로 화재로 인한 연기를 살피던 시설이다.


이제 CCTV와 화재감지 시스템, 휴대전화 신고 체계가 보편화되면서 본래 기능을 잃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중부소방서 망루는 안팎으로 옛 모습을 간직한 채 '대구소방의 역사'로 보존될 전망이다. 동부소방서 소방망루도 동부소방이 새로운 터를 찾아 이전해 철거 위기에 놓였지만, 다행히 겉모습은 지킬 수 있게 됐다.


대구 중구 남산동 중부소방서에 설치된 소방망루. 조윤화 기자

대구 중구 남산동 중부소방서에 설치된 소방망루. 조윤화 기자

◆ 25m 높이서 불길 살피던 '화재 감시탑'


22일 오후 3시쯤 대구 중구 남산동 중부소방서. 소방대원들의 안내를 받아 소방망루에 올랐다. 굳게 닫혀 있던 철문을 열자 반세기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은 가파른 계단이 나타났다. 칠이 벗겨진 벽면과 매캐한 먼지 냄새를 뒤로하고 77개의 계단을 다 오르자 사방이 통유리로 트인 3평(약 10㎡) 남짓한 화재 감시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동행한 소방대원은 망루에서 내려다본 풍경이 건립 당시와 사뭇 달라졌다고 일러줬다. 한때 사방으로 탁 트여 불길을 살필 수 있던 망루 주변으로 고층 아파트와 건물이 빼곡히 들어서 시야 곳곳을 가리고 있었다. 한편엔 오래된 종도 남아 있었다. 과거 화재 발생을 알리는 데 쓰였다고 한다. 굵은 밧줄도 눈에 띄었다. 망루 외벽을 소방대원 레펠 훈련 장소로 활용한 흔적이다.


1975년 11월 사용 승인을 받은 현 중부소방서 청사는 대구지역 소방서 건물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다. 이곳 청사엔 7층 높이, 약 25m 규모의 소방망루가 설치돼 있다. 당시만 해도 주변에 높은 건물이 많지 않아 망루에 오르면 동성로, 남산동과 서문시장, 달구벌대로 일대까지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다고 한다. 화재 사실을 발견하면 망루 근무자가 연기 방향을 확인해 출동에 필요한 정보를 전달했다.


중부소방서 박희진 예산장비팀장은 "1990년대 이전까지 직원들이 교대로 망루 근무를 섰던 것으로 안다. 당시 화재보고서의 화재 발견란에 '망루' 항목이 따로 있을 정도로 화재 감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10여년 전만 해도 소방망루를 어린이 견학 공간으로 활용했다. 지금은 공간이 협소하고, 안전 문제 등이 있어 개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구 중구 남산동 중부소방서 차고지 앞 도로면. 중부소방서는 경관개선 공사를 통해 차고지 앞 바닥면에 조명을 설치해 야간 출동 시 차량과 보행자의 시인성을 높일 계획이다. 조윤화 기자

대구 중구 남산동 중부소방서 차고지 앞 도로면. 중부소방서는 경관개선 공사를 통해 차고지 앞 바닥면에 조명을 설치해 야간 출동 시 차량과 보행자의 시인성을 높일 계획이다. 조윤화 기자

◆ 조명 입는 마지막 망루…차고지 안전도 함께 개선


대구 소방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할 수 있는 중부소방서 망루는 올해 변화를 앞두고 있다. 중부소방서는 시비 1억원을 들여 경관개선 공사에 착수, 이달 공공디자인 심의를 거쳐 다음달 발주 및 설치공사에 들어간다. 지난 6일 대구시 공공디자인 진흥위원회 심의 결과 망루와 차고지를 집중 부각하는 방향의 설계안이 나왔다.


현재 중부소방서 차고지 앞은 보행 공간과 차량 출동로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은 상태다. 야간에는 주변이 어두워 행인들이 출동 차량을 미처 인지하지 못할 우려도 있다. 이에 차고지 앞 바닥면에 조명을 설치해 야간 시인성을 높이고, 소방차 출동 시 보행자와 운전자가 차량 움직임을 보다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중부소방서 윤기훈 소방교는 "상징성이 큰 망루를 중심으로 조명을 배치해 집중도를 높이고, 차고지에 디자인 요소를 더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대구혁신도시로 이전하기 전 동구 신천동에 있을 당시 대구동부소방서 전경.  청사 위로 소방망루가 솟아 있다. 영남일보DB

대구혁신도시로 이전하기 전 동구 신천동에 있을 당시 대구동부소방서 전경. 청사 위로 소방망루가 솟아 있다. 영남일보DB

◆ 망루 있던 동부소방서 후적지는 AI창업허브로


옛 동부소방서 자리에 위치한 소방망루의 경우 겉모습을 지킬 수 있을 전망이다. 1977년 동구 신천동에 자리잡았던 동부소방은 지난해 7월 신서혁신도시로 자리를 옮겼다. 기존 동부소방서 후적지는 창업·벤처기업을 위한 'AI창업허브(가칭)'로 바뀔 예정이다. 소방 기능이 사라지고 후적지 용도가 바뀌면서 소방망루로서의 흔적은 사실상 지워지지만, 망루가 철거되진 않는다.


대구시 이은경 창업벤처혁신과장은 "올해 1월 리모델링 공사에 착수한 상태로, 10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후적지 활용에 대한 장기 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임시로 활용하는 성격이라 외관은 건드리지 않고 내부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망루는 처음부터 철거 대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이용하기에 위험할 수 있는 시설이어서,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해 앞으로도 개방하거나 별도 활용 방안을 찾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대구 동구 신천동 옛 동부소방서를 리모델링해 오는 10월 준공 예정인 AI창업 허브(가칭) 조감도. 건물 위로 우뚝 솟은 기둥 형태의 구조물은 옛 소방망루의 흔적이다. 대구시 제공

대구 동구 신천동 옛 동부소방서를 리모델링해 오는 10월 준공 예정인 'AI창업 허브'(가칭) 조감도. 건물 위로 우뚝 솟은 기둥 형태의 구조물은 옛 소방망루의 흔적이다. 대구시 제공

전문가들은 소방망루의 원형을 간직한 중부소방서 망루에 대해 역사적 가치를 인정하되, 소방서 기능과 안전 문제를 함께 고려하는 보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경일대 이영주 교수(소방방재학과)는 "소방망루는 현재 기능적 필요성이 거의 사라졌지만, 소방 역사와 상징성을 보여주는 시설인 만큼 보존 가치가 있다"면서 "다만, 소방서는 출동·훈련이 계속 이뤄지는 곳이다. 시민 개방이나 교육장소로 활용을 추진할 경우 소방서 본연의 기능을 방해하지 않는지, 안전 조치는 가능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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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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