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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젊음은 아낀다고 남는 것이 아니다

2026-05-28 06:00
황새미 달서아트센터 공연기획자

황새미 달서아트센터 공연기획자

"젊음을 아끼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낭비해도 좋아요, 젊음을. 재물은 아끼면 나중에 남아 있지만, 젊음은 아낀다고 해서 남아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 에너지를 충분히 써라, 그러고 싶습니다."


최근 소설가 박완서 선생의 생전 인터뷰 영상을 봤다. 효율과 안정을 우선하는 세상에서 젊음을 마음껏 낭비해도 좋다는 대선배의 조언은 묘한 해방감을 줬다. 우리는 대개 무언가를 남기기 위해 악착같이 살아가니까. 하지만 선생의 말처럼 젊음이라는 특수한 통화(通貨)는 예금처럼 모아둔다고 해서 이자가 붙지 않는다. 쓰지 않고 아껴둔 청춘은 연기처럼 증발할 뿐, 남는 건 결국 후회다.


얼마 전 다녀온 어느 뮤직 페스티벌의 광경은 그야말로 '아끼지 않는 에너지'의 총 집합소였다. 그늘 하나 없는 5월의 뙤약볕 아래, 수만 명의 청춘들이 뿜어내는 열기는 대단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보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는 수고를 기꺼이 감수하고, 스탠딩 존에서 땀을 흘리며 음악에 몸을 맡긴 얼굴들에는 피곤함 대신 형용할 수 없는 생동감이 가득했다.


누군가의 눈에는 미련한 고생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젊다, 젊어" 하고 툭 한마디 뱉고 지나칠지도 모르겠다. 그래, 그것이 젊음이다. 좋아하는 것에 에너지를 몽땅 쓰는 것. 음악을 매개로 뜨거운 공기를 피부로 느끼고, 타인과 같은 주파수로 환호하던 그 시간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경험하고 아낌없이 쏟아부은 만큼 삶의 지평은 넓어지며, 그 찬란한 고생들은 언젠가 삶을 조용히 지탱해 줄 아름다운 양분이 된다.


그때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무모하지만 눈부신 일들이 있다. 지독하게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도, 낯선 이국땅에서 길을 헤매는 일도, 좋아하는 일에 에너지를 쏟아붓는 일도 영원히 붙잡아 둘 수 있는 풍경은 아니다. 체력이 줄고 잃을 게 많아지면 주위의 시선과 체면 때문에 무언가에 온전히 미쳐보기가 점점 조심스러워지고, 나중에는 하고 싶어도 주저하게 되는 것들이 늘어난다. 그러니 마음에 불꽃이 살아있는 지금, 우리는 이 시절을 조금 더 미련 없이 즐겨야 한다.


나 또한 지금 청춘을 통과하는 중이다. 그렇기에 내가 가장 잘할 수 있고 공감하는 일은 청년들을 위한 공연을 기획하는 일이며, 여기에 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치열한 경쟁 속에 잔뜩 웅크린 채 일찍 시들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부딪히며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안전하고 해방적인 '판'이다.


마음껏 낭비해 본 젊음만이 가질 수 있는 특유의 단단함이 있다. 청년들이 더 많이 경험하며, 더 넓은 세상을 알아갈 수 있는 그런 좋은 공연을 만들고 싶어진다. 그 눈부신 에너지를 기꺼이 환대하기 위해 문화예술은 계속해서 존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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