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경제 공약엔 경쟁적 나서
음식물쓰레기 처리 6년째 표류
연간 118억 혈세 충청도로 유출
법 개정으로 비용 더 늘어날 판
시민들 ‘표심 공약’ 일색에 비판
포항 전역에서 매일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는 정작 포항 땅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충청도 처리장까지 실려 나가고 있다. 그래픽=AI 생성.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포항시장 후보들이 음식물쓰레기 처리 시설 확보 등 시민 생활과 직결된 민생 현안에 대한 공약은 전무한 채 청년·경제·일자리 등 표심 공약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포항 전역에서 매일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는 포항 땅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충청도 처리장까지 실려 나가고 있다. 2020년 자체 처리 시설이 사라진 뒤 6년째 이어지는 현실이다.
하지만 6·3 지방선거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박희정(53) 후보, 국민의힘 박용선(57) 후보, 무소속 박승호 후보 등 세 명의 공약집 어디에도 음식물쓰레기 처리장 관련 내용은 단 한 줄도 없다. 청년 유출 방지,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 유권자의 시선을 끄는 공약은 넘쳐나지만, 시민 생활과 가장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음식물쓰레기 처리 문제는 세 후보 모두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시민 생활과 직결된 이른바 '님비(Not In My Back Yard)' 시설 관련 공약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포항시는 2000년부터 2020년 6월 30일까지 민간업체 영산만산업과 계약을 맺고 호동 쓰레기매립장에서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해왔다. 그러나 계약이 종료된 이후 자체 처리 시설 없이 충북·대전 소재 민간업체에 전량을 외부 위탁하고 있다. 연간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는 약 5만 7천톤에 달한다. 위탁 처리에 드는 비용만 매년 약 118억 원이며, 이 중 장거리 운송에 낭비되는 비용만 약 18억 원에 이른다. 자체 처리 시설을 갖춘 여타 도시는 수거 즉시 처리하지만, 포항은 제철동 적환장에 모은 뒤 다시 타 지역까지 실어 나르는 이중 구조로 운영돼 비효율이 극심하다.
포항시 남구 오천읍 주민 김나나(47)씨는 "음식물쓰레기 비용이 그렇게 많이 든다는 건 몰랐다. 후보들이 기업 유치나 청년 공약 얘기는 많이 하는데, 정작 우리 동네 쓰레기 처리 문제는 한 번도 못 들어봤다. 세금을 그냥 다른 도시에 갖다 버리는 거 아닌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상황은 갈수록 악화될 전망이다. 환경부가 시행 중인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한 바이오가스 생산·이용 촉진법'에 따르면 음식물쓰레기 전량을 바이오가스로 전환해야 하며, 목표 미달 시 과징금 등 제재가 뒤따른다. 또 폐기물관리법 개정으로 타 지자체에 생활폐기물 처리를 위탁할 경우 기존 처리비 외에 '반입협력금'까지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포항시는 이러한 조치가 본격화되면 매년 40억~5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내 처리 시설이 없는 포항시는 해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혈세를 외지 업체에 쏟아 부어야 하는 구조적 딜레마에 빠져 있다.
포항시는 자체 처리 시설 마련을 위해 2023년 입지 공모를 진행했으나, 후보지마다 인근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지금껏 입지 선정을 마치지 못하고 있다. 악취·환경오염 우려를 이유로 '우리 동네엔 안 된다'는 님비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에는 음식물쓰레기 적환장 부지 선정을 둘러싼 갈등까지 불거지며 '쓰레기 대란' 우려가 현실화될 뻔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세 명의 시장 후보 가운데 누구도 이 문제를 선거 공약으로 정면 제시한 적이 없다. 처리 시설 설치는 결국 단체장의 정치적 결단과 주민 설득 리더십 없이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포항시 북구 창포동 주민 권혁진(52)씨는 "선거 때마다 일자리, 인구 늘리겠다는 얘기는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들었는데, 생활 쓰레기 처리 공약은 못 들어봤다. 후보들이 당장 표가 안 된다고 피하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 시장이 되면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하는 문제 아닌가"라고 말했다.
선거판에서 님비 시설 공약을 꺼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표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쓰레기 처리장·화장장·하수 처리장 등 생활에 꼭 필요하지만 주민 반감을 살 수 있는 시설은 누구도 선뜻 내세우지 않는다. 그러나 시민이 매일 버리는 음식물쓰레기를 수백 킬로미터 바깥으로 실어 나르는 현실은, 어떤 화려한 개발 공약보다 일상에 직결된 행정 실패다.
지역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당선만 되면 그만인 공약 경쟁보다, 임기 안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시민에게 솔직하게 말하는 후보가 진정한 일꾼"이라고 지적했다.
김기태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