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교육의 공간’이어야 한다
신규용 대구 사월초 교사
요즘 아이들은 점심시간 외에는 운동장을 사용하기 힘듭니다. 오늘도 한 아이는 "선생님, 오늘은 학원이 다섯 개예요"라며 씩씩하게 하교합니다. 학원에 가지 않는 아이도 방과 후 풋살 수업이 열리는 운동장 곁에서 친구들을 구경합니다. 수업이 끝나도 운동장은 늘봄학교 선택형 교육프로그램(방과 후 학교)이 사용하고, 일과 후에는 지역 주민들이 사용합니다. 그래서 점심시간은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운동장을 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최근 정치권에서 시작된 '점심시간 운동장 사용 금지', '현장체험학습을 가지 않는 학교'에 대한 논란으로 인해 교육계는 매우 뜨겁습니다. 저는 이 논란에 대한 아쉬움이 큽니다. 운동장에 나가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소중한 아이들이 이렇게 많은데, 점심시간에 축구를 허용하면 운동장은 축구를 하는 일부 학생들만 사용하는 공간이 됩니다. 제 학창 시절 운동장은 힘 있는 고학년 남학생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운동장은 힘의 우위가 공간 점유의 우위로 이어지는, 비공식적 권력이 작동하는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더 많은 아이들이 안전하고 공평하게 공간을 누리는 것이 중요한 가치가 되었습니다.
현장체험학습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논란이 되는 현장체험학습은 대형 버스를 타고 멀리 나가는 활동만을 의미합니다. 교정 한편에 있는 텃밭이나 동네 개천에서, 그리고 학교 구석구석에서, 가르치고 배웠던 내용들을 현실에 적용해 보는 소규모의 내실 있는 체험학습은 논의 대상조차 되지 못합니다. 저는 꽃가루 때문에 고생하는 아이들이 멀리 체험학습장이나 관광지, 테마파크로 가서 촘촘한 안전 통제 속에서 수동적인 관람객이 되어 일회성 이벤트를 소비하고 돌아오는 것보다, 학교 안에서 소규모로 이루어지는 체험활동을 하는 것이 훨씬 교육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두 논란에서 우리 사회는 '무엇이 교육적인가?'라는 질문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교사들은 외부 압력에 휩쓸려 아무런 고민 없이 섣부르게 무언가를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교사들은 '우리 반 상황에서 축구를 하는 게 맞을까?', '축구를 한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교육적인가?', '축구를 하지 않는다면 어떤 교육적인 활동을 할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외부로 현장체험학습을 가는 것도 '우리 반 상황에서 외부로 체험학습을 가는 게 맞을까?', '간다면 어떤 체험학습이 교육적인가?', '가지 않는다면 학교에서 어떤 의미 있는 활동을 할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만약 교사가 교육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고 느껴진다면, 교육을 최우선에 두고 생각하고 결정하도록 요구해야지, 각자가 원하는 방법만 요구해서는 안 됩니다. 사실 교사 모두는 비교육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방과 후, 돌봄, 복지, 학교폭력, 에듀테크 등 수많은 제도를 학교 안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이것들은 사회의 필요에 의해 도입되었지만, 그것이 곧 교육적 정당성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무엇이 진정한 교육인가"라는 깊은 논의 없이 그저 필요에 따라 수많은 제도와 규칙을 학교 안으로 밀어 넣었기 때문에, 학교는 결국 이를 통제하는 '관리의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지금 회자되는 갈등도 사실은 우리 사회가 학교를 교육을 최우선에 두고 결정할 수 없도록 만들어 왔던 과정의 결과입니다. 그래서 제도 몇 개를 만든다고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물론 학교의 결정이 항상 완벽할 수 없고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분노나 압력이 아닌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수정해야 합니다. 쏟아지는 민원과 요구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이를 공적으로 다룰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이 작동하려면 바탕에 '학교의 전문성에 대한 믿음'이 필요한데, 이번 논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사회는 그런 믿음이 부족합니다. 바로 학교를 '관리의 공간'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크고 작은 사건마다 분노하며 각자의 교육 관점에 맞는 땜질식 대책을 내놓습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학교는 아이들이 기초 지식과 기본 소양을 익혀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공간입니다. 이 공간이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우리는 학교를 '관리의 공간'이 아니라 '교육의 공간'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학교가 '무엇이 교육적인가?' 하는 질문으로 시작하여 '교육의 공간'이 될 때,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더라도 그것이 교육적인 경험이 될 것이고, 현장체험학습을 가더라도 그것이 교육적인 경험이 되는 길이 열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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