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기장 자율유치 경쟁 속 주민 설득은 지자체 몫
한수원 “공정 심사 위해 직접 관여 어렵다”
원전 첫 자율유치공모…공정성 뒤 커진 지자체 부담
경주 도심과 동경주 일대에 i-SMR 유치 지지를 담은 단체들의 현수막이 잇따라 내걸리면서 시민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위에서부터 SMR경주유치추진단, 감포읍 발전협의회, 감포여성의용소방대 명의의 현수막. <장성재기자>
i-SMR 부지 선정의 핵심 변수로 '주민수용성'이 꼽히는 상황에서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주민 설득 부담을 지자체에 떠넘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수원이 직접 주민 앞에 서기보다 자율유치공모 방식으로 경북 경주시와 부산 기장군을 경쟁 구도에 올려놓으면서 지자체만 주민수용성 확보에 애를 쓰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이번 공모 대상은 2035년 준공을 목표로 한 0.7GW급 SMR 실증로 1기다. 정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신규 원전 건설 후속 절차로 현재 경북 경주시와 부산 기장군 두 곳이 유치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경주시의 후보지는 기존 전력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양남면 월성원전 권역이다. 지난 2월 13일 유치추진단을 출범한 뒤 시민설명회, 서명운동, 홍보탑 설치, 대중교통 홍보 등을 이어왔다. 3월 18일에는 경주시의회가 유치에 만장일치로 동의했고, 시는 3월 25일 유치공모신청서를 제출했다.
경쟁 상대인 부산 기장군도 지난 5월 19일 5개 읍·면 191개 마을 이장들이 참여하는 i-SMR 기장군 자율유치 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이들 지자체는 유치 효과로 약 7천800억원 규모의 지원금과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기대하고 있다. 한수원은 오는 6월 25일까지 신청 부지 조사와 평가를 진행한 뒤 30일쯤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평가 항목에는 부지 적정성, 환경성, 건설 적합성, 주민수용성 등이 포함된다.
다음 달 초에는 경주시민을 대상으로 부지선정평가위원회의 i-SMR 인지도와 유치 찬반 등을 묻는 ARS 전화 여론조사가 진행된다. 경주시는 이번 여론조사가 유치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로 보고 SNS와 거리 홍보, 홍보물 배부 등을 통해 참여 방법을 알리고 있다.
대구경북 탈핵유권자들이 28일 경주시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덕 신규 핵발전소와 경주 SMR 유치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장성재기자>
하지만 정작 사업자인 한수원 적극적인 주민 설명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감포읍 주민자치위원장은 "한수원에서는 SMR 설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시에서만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수원 측은 "현재는 부지선정평가위원회가 6월 25일까지 공정하게 심사할 수 있도록 절차를 관리하고, 발표 이후 계획된 일정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 한수원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2005년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 유치 때와도 차이가 있다. 당시에는 정부가 특별지원금 3천억원, 폐기물 반입수수료, 한수원 본사 이전, 양성자가속기 사업 등 지원책을 제시하고, 후보 지역을 돌며 부지 선정 절차와 주민투표 제도를 직접 설명했다. 반면 이번 i-SMR 유치전은 자율유치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주민수용성 확보 부담이 지자체 쪽으로 쏠리고 있다.
박영숙 경주시 원자력정책과장은 "원전에 있어서 자율유치공모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지자체 노력에 따라 시설을 유치하느냐 못 하느냐가 결정되는 부분이 있어 부담은 있다"고 말했다.
공모 발표시기가 다가오면서 반대 단체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구경북 탈핵 유권자들은 28일 경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영덕 신규 핵발전소와 경주 SMR 유치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와 핵산업계가 AI·반도체·데이터센터 등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를 명분으로 신규 핵발전소와 SMR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유치 추진 과정에서 지역 주민 의견 수렴과 사회적 논의가 사실상 배제된 채 사업이 강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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