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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목의 시와함께] 이희정 ‘비, 창’

2026-06-01 06:00
신용목 시인

신용목 시인

창문을 열어두고 베토벤을 듣는데


자꾸만 빗방울이 선율을 밟는다


마음이 빗소리라면


비는 계속돼야지


내리는 추억은 칠월의 창을 흐르고


어제가 사는 창에 강물을 걸어두고


건반을 헛디딘 잃다를


잊다로 듣는 밤


잠시 내 것이다가 잊거나 잃게 된 것들


다시금 잇는 게 빗물의 일이라면


아직은 닫지 못하지


젖은 창의


음표 하나


바꾸어 말해보자. 빗소리가 마음이라면 마음은 계속될 것이다. 하루도 없을 수 없는 날씨, 마음이 추억의 벽을 터 창을 낸 세월의 집에 강물이 커튼처럼 펄럭인다. 비가 오고, 음악은 음악 아닌 것들과 섞이고, 마음은 마음 아닌 것들을 부른다. 창을 보면, 비가 그은 오선지 위에 상실과 망각이 찍힌다. 비는 그칠 것이다. 그러나 툭, 불이 꺼지면 알게 된다. 놓친 것과 놓은 것이 기어이 하나라면, 사랑과 미움이, 기쁨과 슬픔이, 삶과 죽음이 마침내 하나라면, 마음은 아무리 닫아도 영원히 열려 있는 무엇. 음표를 놓쳐도 거기 있는 건반처럼, 악보를 찢어도 동강나지 않는 음악처럼, 깨진 창문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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