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이상반응 겪은 아들 치료 경험이 사후 장기·시신 기증으로
호스피스 및 무료급식 등 꾸준한 봉사활동으로 생명 나눔 실천
신희숙(왼쪽 두번째)씨가 남편 이경수씨, 아들 이대로씨, 며느리 김하은씨와 함께한 모습. <신희숙씨 제공>
"생을 마감하는 마지막 순간에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미래 의료진을 키워내는 의학 교육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후 시신기증을 결심했습니다."
대구의 한 일가족 3명 모두가 사후 장기·시신기증을 서약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신희숙(65·대구 동구 신서동)씨 가족. 신씨는 1991년 3월 아들 이대로(41)씨와 함께 지역의 한 대학병원에 사후 장기기증과 시신기증을 서약했다. 이어 1996년 남편 이경수(67)씨도 사후 장기 시신 기증에 동참했다.
한사람도 아닌 일가족 모두가 이처럼 어려운 결단을 하게 된 건 아들 대로씨의 병 때문이다. 대로씨는 어릴 때부터 '알레르기'가 있는 특이체질이었다. 6세 때 처음 발병해 문제가 되는 호흡기 등을 수술받기도 했다. 더욱이 항생제에 이상반응을 보여 치료약조차 함부로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담당 의료진은 1천만명 중에 한 명 정도 걸리는 희귀병이라고 했다.
간호사 출신인 신씨는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들처럼 특이 체질을 가진 환자들의 치료를 위한 사후 시신 기증을 생각하게 됐다. 의학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료진의 말에 큰 용기를 얻었다. 삶과 죽음이 다른 것이 아니라는 진리를 깨달았고 자신의 육신을 기증하는 것이 가장 쉬운 사랑의 실천이라고 생각했다. 어린 아들이 겪은 고통을 생각하면 고통 받는 환자들이 미래에는 더 나은 치료를 받기를 염원하는 따뜻한 연민의 마음이 생겼다.
장기·시신 기증을 위해서 가족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남편의 만류가 만만치 않았다. 1년 동안 끈질긴 설득 끝에 신씨와 아들은 1991년 3월 다니던 대학병원에 사후 장기기증과 시신기증에 서약할 수 있었다. 남편도 아내와 아들의 선행에 감동을 받아 1996년 1월 장기기증과 시신기증 서약서에 서명했다.
다행히 신씨의 아들은 성장하면서 병이 호전됐다. 신씨 가족은 호스피스 활동을 비롯해 홀몸 어르신 돌보기, 밑반찬, 무료급식 등 봉사활동으로 다져진 삶을 살고 있다.
아들 대로씨는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나이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어머니의 결정에 후회는커녕 오히려 박수를 보낸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시신 기증은 의학 교육과 연구에 필수적이지만 여전히 기증자가 부족해 의대 연구 현장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자신의 전부를 내어주어 누군가의 내일을 밝히는 일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존경스럽고 따뜻한 사랑의 실천이다. 신씨 가족의 아름다운 실천은 장기 및 시신 기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생명 나눔의 가치를 확산하는데 큰 울림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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