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를 기록했다. 2년 2개월 만의 최고치다. 중동전쟁의 영향으로 석유류 값이 24.2% 급등하면서 공산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등 공급 충격이 물가 전반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서민의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마저 3.3% 치솟아 2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유가 상승의 시차적 공급 효과를 고려하면 하반기 내내 인플레이션 확산 우려를 떨쳐내기 어렵다.
물가 지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한층 명확하게 한다. 신현송 한은 총재도 그저께 "통화정책을 조정하는 데 있어 장애물이 적다"고 언급, 다음 달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도 한은이 올해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3.00%까지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미 국채 금리가 급등한 것은 시장이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동성을 조여 인플레이션 심리를 꺾겠다는 정책 방향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한은의 금리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인플레이션 억제와 환율 상승 압력 완화에 긴축정책이 효과적인 처방인 데다, 가계 부채를 억제하기 위해서도 그 명분은 있다. 문제는 속도와 준비다. 금리 인상은 단행하되, 취약계층을 보호할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8%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준비되지 않은 서민은 고물가에 더해 늘어난 이자 부담까지 떠안으며 금융 절벽으로 내몰릴 수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선제적인 가계부채 관리와 함께 영세 자영업자를 보호할 핀셋 지원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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