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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 생산과 가치 창출이 부를 만드는 사회로 가야 한다

2026-06-05 06:00
임규채 경북연구원 사업지원본부장

임규채 경북연구원 사업지원본부장

최근 한국 사회를 보면 한 가지 역설이 느껴진다. 사람들은 과거보다 더 많은 돈과 정보 속에 살고 있지만, 정작 돈이 만들어지는 원리에서는 점점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느새 어떻게 가치를 만들 것인가보다는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에 더 익숙해져 있다. 생산과 혁신보다 투자와 투기가 더 주목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는 단기간의 급등 종목을 찾고, 부동산 시장은 실거주보다 시세 차익에 집중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 역시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라기보다 하루 사이 수익률에 집착하는 투기적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투자 열풍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가치관까지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원래 돈은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지갑을 열 때 들어온다. 내가 가진 상품과 서비스가 누군가의 시간을 절약해 주거나, 불편을 해결해 주거나, 삶의 질을 높여줄 때 비로소 대가로 지급되는 것이다. 시장경제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다. 돈은 철저히 타인의 필요와 선택 속에서 움직인다. 그래서 진짜 부(富)는 남을 이롭게 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좋은 기술, 편리한 서비스, 뛰어난 제품, 신뢰할 수 있는 노동, 새로운 아이디어는 모두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기 때문에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는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은 사라진 과거의 대기업처럼 소비자가 필요로 하지 않는 기업은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 결국, 시장은 이타적(利他的)인 가치를 가진 사람과 기업에게 보상을 주게 되어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이러한 생산의 원리보다 자산 가격 상승 자체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공장을 짓고 기술을 개발하며 사람을 키우는 긴 과정보다는 단기간의 가격 상승을 통해 이익을 얻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청년들조차도 창업과 연구개발보다 영끌투자와 단기 매매차익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는 노동을 통해 축적하는 자산보다 자산 가격 상승이 더 큰 부를 가져다준다는 경험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투자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자본시장은 기업의 성장을 돕고 미래 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동산 역시 국민 자산의 중요한 축이다. 문제는 투자와 투기의 경계가 흐려질 때 발생하게 된다. 생산적 투자보다 단순 시세 차익을 노리는 자금이 과도하게 몰리면 경제 전체의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생산과 혁신에 쓰여야 할 자금이 부동산과 단기 투자시장에 몰리면 새로운 산업의 실질적 부가가치보다는 부추겨진 투기심리에 따른 자산의 버블이 성장이라는 착시를 가져오게 된다. 실질 제조업과 첨단산업은 인력이 부족한데도 시장의 관심은 자산 가격에만 쏠려 있다. 이는 결국 경제의 체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최근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 하락에도 이런 흐름이 영향을 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사회적 피로감이다. 열심히 일하고 생산하는 것보다 어떤 자산을 보유했는지가 부를 결정한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상대적 박탈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노력보다 투자 시점이 더 중요해지는 사회는 결국 공동체의 신뢰를 떨어뜨리게 된다. 경제는 단순히 숫자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노력의 대가로 보상이 주어지는 믿음이 있어야 지속적인 성장도 가능하다. 사람들의 불편을 해결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곳에 자본이 흐르는 경제가 건강한 경제이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경제는 단기 시세를 노리는 투기보다 미래 산업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가치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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