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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년마을, 지역의 빈칸을 채우다 ② ] 지역 고유의 자원과 청년이 만나다…경주 ‘가자미마을’과 영천 ‘취하리’

2026-06-04 18:33

지역의 자원에 청년의 감각 더해져
한달 살기 계기로 지역에 정착하기도

경북 지역 중소 도시의 이름을 타 지역 사람들에게 말했을 때, 단번에 그 위치를 떠올릴 수 있는 이는 많지 않다. 누군가 "영천으로 오세요"라고 제안하더라도 발걸음을 옮기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우연히 이끌려 방문한 곳이 '알고보니 영천'이었을 때 느끼는 매력은 다를 것이다. 결국 외부인을 지역으로 이끌려면 매력적인 매개체가 필요하다. 이번에 소개할 경북 지역 청년마을은 이러한 매개체로 지역의 고유 자원을 선택했다. 경주 감포읍의 특산물인 가자미를 내세운 '가자미마을'과 영천의 포도 농가 및 와이너리를 활용한 '취하리'다.


경주 청년마을 가자미마을의 거점 공간인 1925 감포. 100년 된 목욕탕을 개조해 카페로 운영 중이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경주 청년마을 가자미마을의 거점 공간인 '1925 감포'. 100년 된 목욕탕을 개조해 카페로 운영 중이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경주 청년마을인 가자미마을의 공유 주거공간인 감포유스빌. 감포유스빌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한 소모임 안내가 붙어 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경주 청년마을인 가자미마을의 공유 주거공간인 '감포유스빌'. 감포유스빌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한 소모임 안내가 붙어 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가자미마을이 경주 감포읍 해변가에서 진행한 사운드 스케이프 투어 참가자들이 장비를 이용해 바다의 소리를 수집하고 있다. <마카모디 제공>

가자미마을이 경주 감포읍 해변가에서 진행한 사운드 스케이프 투어 참가자들이 장비를 이용해 바다의 소리를 수집하고 있다. <마카모디 제공>

◆나를 찾아 감포로 가자경주 가자미마을


관광객으로 붐비는 경주 시내와 달리 경주 감포읍에는 한적한 어촌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감포공설시장 인근 한 골목으로 들어서면,100년 된 옛 목욕탕 건물을 마주하게 된다. 과거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목욕탕인 이곳은 이제 청년마을 '가자미마을'의 거점으로 거듭났다.


2022년 행정안전부 청년마을에 선정된 가자미마을은 경주의 시어(市魚)인 가자미를 고유 브랜드이자 마을의 정체성으로 설정하고 연차별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정부 지원 3년이 종료된 이후, 경북도와 경주시의 추가 지원을 받아 올해 5년 차 사업을 진행 중이다.


가자미마을 운영을 맡고 있는 ㈜마카모디는 가자미를 매개로 맛(味), 멋(美), 미래(未), 나(ME)라는 4대 가치를 수립하고 단계별 사업을 전개했다. 1년 차에는 감포읍 식재료 기반의 F&B 콘텐츠인 '가자미 식당'을 운영하며 주민들과 레시피를 공동 개발했다. 2년 차에는 도슨트 투어와 사운드 스케이프(소리 풍경) 투어를 결합한 '가자미 여행사'를 통해 외지 청년 인구를 확보하고자 했다. 3년 차에는 '가자미 상사'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해녀, 청년 선장 등을 소재로 한 고유 브랜드를 소개하는 팝업 스토어를 운영했다.


김미나 마카모디 대표는 "10년 전 경주에서 프리마켓을 시작해 이를 기반으로 매달 청년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임을 했는데 하다보니 청년마을 사업 참여로 이어지게 됐다"며 "가자미마을을 운영하는 팀과 이곳에 오는 청년들이 성장하게 돕는 것이 목표다. 여러 사람을 만나고 이들과 다양한 실험들을 해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마을로 선정되기 이전부터 마카모디는 지역 유휴 공간을 활용하며 활동을 넓혀왔다. 감포 주민 단체인 '함께 가는 길'이 매입한 옛 목욕탕 건물을 3년간 무상 임대받아 '1925 감포'라는 카페로 운영하면서 청년활동 마을의 거점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주거 인프라 구축도 진행했다. 또한, 행정안전부 특별교부세와 지자체 예산 등 총 20억 원이 투입된 10개 실 규모의 청년 공유주거 시설이 완공돼 마카모디가 위탁 운영을 맡고 있다.


가자미마을 프로그램을 거쳐 현재 경주에 정착한 청년은 총 11명으로, 이들은 책방, 게스트하우스, 영상 제작 등의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2022년 가자미마을의 한달 살기 프로그램 참여를 계기로 경주에 내려와 산지 4년차인 박서영(29)씨는 "서울에 살면 직장생활을 하는 장점도 있지만, 5년, 10년 후의 모습이 어느 정도 그려져 있다. 하지만 여기선 제가 마음만 먹으면 지금처럼 또 다른 삶을 산다거나 선택지도 더 많아져 미래가 조금 불안하더라도 다양하게 꿈꿔볼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라며 "아직까지는 경주 외에 매력적인 도시를 더 만나지는 못했다. 경주에서 좀 더 이뤄보고 싶은 삶의 모습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떠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마카모디는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해 핵심 비즈니스 모델을 '여행사' 체제로 개편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김미나 대표는 "그동안 운영해 온 지역살이와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결국 여행업으로 연결된다고 판단했다"며 "향후 기업 워크숍 유치, 외국인 대상 여행 상품 개발, 해외 아웃바운드 투어 등을 추진해 수익 구조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경북 영천 청년마을 취하리의 커뮤니티 프로그램 취하리 알베르게 참가자들이 와인잔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리드로컬 제공>

지난해 경북 영천 청년마을 취하리의 커뮤니티 프로그램 '취하리 알베르게' 참가자들이 와인잔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리드로컬 제공>

영천 청년마을 취하리를 찾은 청년들의 추억이 담긴 와인병.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영천 청년마을 취하리를 찾은 청년들의 추억이 담긴 와인병.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영천 청년마을 취하리를 찾은 청년들이 모이는 공간인 빈티지 77.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영천 청년마을 취하리를 찾은 청년들이 모이는 공간인 '빈티지 77'.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와인잔 부딪치며 삶의 전환점 찾다영천 취하리


경북 영천의 한적한 시골 마을, 와인 잔을 부딪치며 각자의 고민을 나누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밤늦도록 끊이지 않는 곳이 있다. 영천의 대표 자원인 포도와 와이너리를 매개로 청년들의 발길을 이끄는 청년마을 '취하리'. 취하리는 단순한 농촌 체험을 넘어, 인생의 전환기를 맞은 청년들에게 재정비의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2023년 청년마을에 선정된 취하리는 청년들을 이곳으로 끌어오는 매개체로 '와인'을 선택했다. 영천 와인의 품질은 뛰어나지만, 농사 기반이다 보니 사업화나 청년 대상 마케팅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취하리'라는 이름은 '술에 취하기도 하지만 내 꿈을 취할 수도 있고 성취도 할 수 있다'는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취하리를 운영하는 김경덕 리드로컬 대표는 "젊은 청년들이 와인을 소비하는 콘텐츠들이 나오면 지역이 많이 좀 활성화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시작했다"고 계기를 밝혔다.


이들의 핵심 커뮤니티 프로그램은 '취하리 알베르게'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의 숙소에서 이름을 따온 이 프로그램은, 퇴사나 이직 등 삶의 전환점에서 쉼이 필요한 청년들을 위한 베이스캠프 역할을 한다.


참가자들은 단순히 술을 마시고 취하는 게 아니다. 와인이 주는 특유의 무드 속에서 밤새도록 진로와 취향에 대한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눈다. 주제는 취향, 진로, 연애 등 다양한 주제로 워크숍을 하고 기록을 보관한다. 그 과정에서 친한 친구에게도 하지 못하는 얘기를 자연스럽게 털어놓는다. 지난 3년간 450명 이상의 청년이 이곳을 다녀갔고, 일부는 지역 식당을 브랜딩하거나 도시재생센터에 취업하며 영천에 뿌리를 내리기도 했다.


김 대표는 "순례길을 걷는 청년들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아 깊이 생각하고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가는 것"이라며 "여기가 그런 로컬 순례자들의 재정비를 돕는 베이스캠프"라며 "대부분 청년들이 그냥 '취하리'가 좋아서 이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마을이 된지 4년차가 된 취하리는 지역 기관·기업과 협력하는 활동도 펼치고 있다. 대구대, 대구가톨릭대 등 지역 대학생들과 협업해 와이너리의 해외 수출용 라벨을 브랜딩하거나 페어링 푸드를 개발해 수익금을 장학금으로 기부하기도 했다.


이들은 청년 세대를 겨냥해 스파클링 와인 중 하나인 크래프트 사이더를 주력으로 하는 브랜드 'JESSE & CELINE(제시 앤 셀린)'을 만들어냈다. 브랜드는 영화 '비포 선 라이즈'의 남녀 주인공에서 영감을 받았다. 영천에서 포도 농사를 하는 전문 농업인들이 어려움을 느낄 수 있는 판매와 브랜딩을 맡아 프랑스의 '네고시앙(Négociant·와인 중개상)'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게 취하리의 목표다.


취하리는 올해도 다양한 시도를 이어갈 예정이다. 확정되진 않았지만 지역의 사라져가는 것을 청년들의 시각으로 아카이빙하는 '로컬 리파인드 클럽', 화이트 드레스 코드의 와인 축제인 '디네앙블랑' 등을 구상하고 있다.


김경덕 대표는 "지방 소멸을 막는 제일 1번 해법은 살아남는 것"이라며 "취하리가 영천을 대표하는 힙한 브랜드로 오래 살아남아 청년들을 계속 유입시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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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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