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조사 0.8%p, 개표는 8.06%p
여론조사 진보 우세, 투표함은 보수
비상계엄 후 숨은 표심, 대구 흔들다
온라인은 진보, 투표함은 보수의 침묵
추경호 당선, 보수 심장에 남은 균열
이지영 디지털팀장
선거가 있는 날이면 늘 기다리는 순간이 있다. 오후 6시 정각. 투표가 끝나고 지상파 3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출구조사가 발표되는 시간이다.
그동안 출구조사는 꽤 정확했다. 개표 결과와 거의 일치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렇기에 출구조사는 사실상 선거 결과의 예고편처럼 받아들여졌다.
이번 6·3 지방선거도 그랬다. 오후 6시가 가까워지자 사무실 사람들이 하나둘 TV 앞으로 모였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5, 4, 3, 2, 1, 0. 화면에 나온 숫자는 김부겸 49.1%, 추경호 49.9%. 격차는 0.8포인트(p). 사무실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통상 경합을 5%p 이내, 접전을 3%p 이내, 초접전을 1%p 안팎으로 본다. 마지막 한 표까지 확인해야 승패를 알 수 있는 수준이었다.
예고된 접전이기도 했다. 선거기간 여론조사는 계속 바뀌었다. 초반에는 김부겸 후보가 앞섰지만, 막판에 추경호 후보가 앞선다는 조사도 나왔다. 누가 이길지 장담할 수 없었다.
그때 사진부장이 한마디 툭 던졌다. "현장에서 할머니들이 출구조사를 잘 안하려고 하더라."
그런데 그 말이 계속 남았다. 기자도 선거기간 내내 걸리는 점이 있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카카오톡, X, 포털 댓글까지 어디를 가도 진보 성향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김부겸 후보 기사 조회수는 추경호 후보 기사보다 두 배 가까이 높기도 했다. 매일 온라인을 지켜보는 디지털팀 기자의 체감으로는 이전 선거와 분명 다른 분위기였다. 온라인만 놓고 보면 대구에서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결과는 달랐다. 새벽 4시쯤 개표가 마무리됐다. 김부겸 45.44%, 추경호 53.50%. 격차는 8.06%p. 출구조사가 보여준 0.8%p 격차와 실제 결과는 크게 달랐다.
사진 부장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오차의 원인으로 여러 가능성을 제시했다. 사전투표 표심을 추정하는 과정의 한계, 정치 고관여층 과표집, 응답률 하락, 연령별 투표율 반영 문제. 그리고 또 하나 '샤이 보수'. 이들은 정치 성향을 드러내지 않지만 투표장에서는 자신의 선택을 하는 유권자들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가 전화조사나 출구조사에 응답하지 않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분석이 이번 선거 내내 따라붙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샤이'가 됐나. 샤이 보수는 갑자기 생긴게 아니다. 비상계엄과 탄핵을 지나며 보수 지지자들은 자기 성향을 입에 올리기를 꺼리기 시작했다. 당의 사정도 영향을 줬을 게다. 국민의힘은 2023년 강서청장 보궐선거부터 22대 총선, 21대 대선까지 주요 선거에서 줄줄이 졌다.
그리고 야당이 된 채로 지방선거를 맞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겠다는 '절윤'을 선언한 당은 정작 재보선에서 '친윤' 인사를 다수 공천했다. 게다가 한동훈 전 대표는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이렇게 보수가 갈라지면서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에서도 균열이 일어났고, 샤이 보수가 등장했다.
샤이 보수는 보수를 버린 게 아니다. 드러내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유권자가 자기 정치색을 숨긴다는 건, 그만큼 확신이 없다는 뜻이다. 논쟁의 빌미가 되느니 차라리 숨기는 편이 낫다고 여기는 게다. 선거는 끝났다. 추경호 후보가 당선됐다. 대구는 다시 보수를 선택했다. 이제 남은 건 정치의 몫이다. 다음 투표에서는 샤이가 줄기를 바란다. 숨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당선된 이들이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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