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출 기업 비중 낮은 섬유 고환율 직격탄
철강부품 하락세 뚜렷, 경작기계도 희생양
“1천500원대 고환율 장기간 고착화할 것”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역대급 고환율에 대구경북 주요 기업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섬유·철강업종은 수출·입 모두 타격을 받으며 심각한 수준의 수익성 악화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오후 4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1천533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전 거래일 주간 종가(1천539.1원)보다 16.1원 오른 1천555.2원에 거래를 시작한 환율은 이후 외환당국의 개입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1천550원대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 3월 이후 최고치다. 1천400원 이상 고환율 국면도 2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고환율 국면에 가장 타격이 큰 업종은 섬유다. 순수출 기업 비중이 타 업종 대비 낮은 편이며, 원유에서 추출되는 합성섬유 원료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 환율 상승이 생산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다. 특히, 합성섬유 원료가 원유 가격 사슬에 직접 연동되면서 고환율·고유가의 이중 타격을 받고 있다.
중동 전쟁 등으로 고환율·고유가 기조가 강화한 4월 섬유류 수출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폴리에스터직물 수출액은 1천9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8.6% 급락했다. 직물과 편직물 수출도 각각 14.2%, 20.6% 줄었다. 열병합발전에 필요한 유연탄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염색산업단지는 고환율에 더 취약하다. 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 측은 "연간 유연탄 구매비용이 400억원 정도 된다. 불과 2~3달 만에 원·달러 환율이 100원 가까이 오르면서 30억원가량을 추가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경북 주력 수출업종인 철강제품도 고환율 직격탄을 맞았다. 철강은 철광석·원료탄 등 수입 원자재 비중이 커 환율 상승이 생산비용 증가로 직결되며, 수출단가 경쟁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특히 대미 수출이 주력이다 보니 미국 관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4월 열연강판 수출은 1억1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4.0% 줄었다. 냉연강판과 중후판도 각각 3.0%, 25.4% 하락했다. 대미 수출이 주력인 경작기계(-14.5%)도 고환율의 희생양이 됐다.
통상 전문가들은 1천500원대 고환율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권오영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본부장은 "기업들의 동향을 파악해보면 기업들이 보유한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무역합의를 통한 3천500억달러 규모 투자계획 실행 이전 환전을 꺼리는 분위기"라며 "현재 외화예금액이 최대 수준으로 잡히는 등 고환율 국면이 꺾이지 않는 분위기다. 1천500원대 환율이 고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역 기업들의 피해가 현실화하면서 대구시도 지원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김현진 대구시 국제통상과장은 "통상 환경은 나날이 나빠지고 있는데, 지원 예산은 4~5년 만에 반토막 나다시피 했다"면서 "곧 있을 대구시장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예산을 늘리는 방안을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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