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공평로에 소극장 같은 책방 '초고록'을 오픈한 김승수 대표가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조경희 시민기자
"우리는 모두 초고를 기록하는 작가처럼 각자의 인생을 처음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수많은 실패를 겪으면서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수정에 수정을 거쳐 원고를 완성해 나가죠. 다양한 분들이 이곳 '초고록'에서 각자의 처음을 기록하는 하루를 보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대구 중구 공평로 한 건물 2층. 살며시 문을 열고 들어가니 거뭇거뭇한 수염이 매력적인 앳된 청년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북카페 겸 책방 '초고록'의 대표인 김승수씨다. 올해 스물 여섯인 그는 와인과 사과주스를 팔고, 정성스레 커피를 내리며, 손님에게 꼭 맞는 책을 소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책이 너무 좋아서 책 속에 파묻혀 살고 싶어 오픈했다고 말하면 좋겠지만, 사실 그건 아니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 줬다.
지난해 군 제대 후 그는 매일 밤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마침내 얻은 결론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나의 자아를 실현해 보자' 는 것이었다. 그는 "책을 읽는 나를 좋아하고, 연극을 즐기는 나를 좋아했다"며 "그 두 가지 취향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교집합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방'이라는 답에 도달했고, 그것이 초고록의 시작이 됐다"고 했다. 지난해 12월30일 그는 마침내 책방을 연다.
김 대표가 현재 초고록에서 추구하는 공간은 '소극장보다 더 작은 극장'이다. 비록 나이도 많지 않고 주머니도 넉넉하지 않지만 자신만의 판을 깔았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하지만 그의 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나중에 나이가 들어 돈을 많이 벌면 꼭 소극장을 차리는 게 목표"라며 "관심사가 같은 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책방이자 극장을 만드는 것이 진짜 목적이다"고 했다.
그 목적을 향해 가기 위해 초고록에서는 희곡 낭독 모임인 '무대록', 자유 낭독 모임인 '대화록'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또한 무대가 필요하지만 기회가 없던 이들에게 공간을 대여해 주는 따뜻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초고록을 운영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눈빛이 반짝였다. 그는 "얼마 전 책방에 온 한 손님이 공간을 한참 동안 찬찬히 구경한 후 책을 구매하면서 '처음과 연극이라는 주제가 참 좋다. 사장님이 어떤 걸 좋아하는지 잘 알 것 같다'고 슬며시 말을 건넸다"며 "구구절절 소개하지 않았음에도 공간에 담긴 나의 애정을 알아봐 준 사실에 감동의 눈물을 흘릴 뻔했다"고 말했다.
초고록은 책방이자 편안한 북카페로 처음을 기록한 독립출판물부터 시대를 관통하는 고전 명작에 이르기까지 김 대표의 취향과 철학이 묻어나는 책들이 가득한 곳이다. 와인과 독서, 그리고 낭만이 깃들어 있는 초고록에서 청년 책방지기가 따뜻한 온기로 오늘도 책방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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