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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타워]반목의 표심이 떠난 자리, 이제는…

2026-06-11 06:00
마준영 중부지역본부 부장

마준영 중부지역본부 부장

선거는 끝났다. 그러나 선거가 남긴 흔적은 투표함과 함께 사라지지 않는다. 당선자는 환호를 받고, 낙선자는 결과를 받아들인다. 민주주의의 절차는 그렇게 마무리된다. 하지만 지역사회는 그때부터 또 다른 과제를 안게 된다. 선거 과정에서 생긴 갈등과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지방선거가 끝난 뒤 지역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 오랜 친구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선후배는 연락을 끊고, 같은 마을 주민들끼리도 서로를 경계한다. 지지 후보가 달랐다는 이유만으로 수십 년 쌓아온 관계가 흔들리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축제가 끝난 자리에는 때때로 공동체의 균열이 남는다. 특히 지방은 더욱 그렇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관계로 유지되는 사회다. 시장에서도 만나고, 경로당과 마을회관에서도 다시 얼굴을 마주한다. 그런데도 선거철만 되면 지역사회는 이상하리만큼 쉽게 둘로 갈라진다. 정책과 비전보다 편 가르기가 앞서고, 토론보다 비난이 많아진다. 상대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까지 평가하는 일도 벌어진다. 선거가 민주주의를 위한 경쟁이 아니라 적을 만드는 과정으로 변질되는 순간이다.


여기에는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후보들은 표를 얻기 위해 지역 내부의 작은 균열까지 파고든다. 학연과 지연, 이해관계를 자극하며 지지층을 결집시킨다. 때로는 상대 진영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갈등의 후유증은 고스란히 공동체의 몫으로 남는다.


문제는 지금 지방이 그런 갈등에 머물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인구는 줄고 있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떠난다. 지역 상권은 활력을 잃고, 농촌은 고령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지방소멸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학자의 보고서 속 표현이 아니라 현실의 위기라는 사실을 누구나 체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 등을 돌린 채 살아갈 수는 없다.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선거 결과가 아니라 선거 이후의 태도다. 당선자는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주민들까지 품어야 한다. 승리의 기쁨보다 통합의 책임이 먼저다.


낙선자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주의는 승리하는 기술만큼 패배를 받아들이는 품격도 중요하다. 결과에 승복하고 지역 발전을 위해 협력하는 자세는 선거 과정에서 얻은 표보다 더 큰 신뢰를 남긴다.


유권자들의 역할도 다르지 않다. 정당보다 중요한 것은 공동체이고, 후보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인간적 관계까지 끊어야 할 이유는 없다. 선거는 몇 달이지만 이웃은 평생이다.


공자는 군자의 덕목으로 화이부동(和而不同)을 말했다. 생각은 달라도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민주주의 역시 같은 생각을 강요하는 제도가 아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인정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제도다.


선거가 끝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바로 그것이다. 당선자와 낙선자, 지지자와 비지지자가 다시 같은 테이블에 앉아 지역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 선거 과정의 감정보다 지역의 내일을 먼저 생각하는 것….


이제 반목의 시간을 끝내야 한다. 지금 우리 지역에 필요한 것은 승자의 환호도, 패자의 원망도 아니다. 서로를 다시 품으려는 용기와 화합의 지혜다. 그것이야말로 지방소멸이라는 거대한 위기를 넘어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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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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