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지방행정의 고질병을 하나의 단어로 압축하면 대기(待機: 때를 기다림)다. 상급 기관의 공문을 기다리고, 예산 배분을 기다리고, 누군가 먼저 나서주기를 기다린다. 수십 년간 굳어진 대기 행정의 수동성은 지역 공동체의 생존을 갉아먹는 구조적 침묵을 빗댄 말이기도 하다.
지난달 국·도비 확보 선봉대장인 정성현 부시장을 필두로 100여 명의 간부들이 경북도청 22개 부서를 직접 공략한 '구미 DAY'는 공문 한 장 보낸 뒤 회신만 기다리던 해묵은 관행인 대기(待機)에 정면으로 맞섰다. 더 주목할 점은 '구미 DAY'의 실체다. '동구미역 신설'과 '김천~구미~신공항 철도'의 국가철도망에 반영을 요구한 15만명 서명서 전달은 숫자 놀음이 아니라 '타이밍을 놓치면 다가올 반세기가 멈춘다'는 도시의 절박함을 담은 공동체의 반발이다.
'산업은 인구, 인구는 도시의 심장박동'을 내세운 구미시의 방산·AI 특화 공유공장, 자율제조 사이버보안 실증의 청사진은 쇠락한 노후된 구미산단을 신기술로 소생시키려는 극단적 처방이다. '산업화의 성지'라는 과거의 훈장을 팔아먹는 자족을 버리는 대신 산업 유산을 미래 기술의 토양으로 전환하려는 굳은 의지다. 지난 9일 선봉대장을 선두로 기획재정부와 지방시대위원회를 찾아간 것은 국비 확보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나 다름없다. 이날 국가균형발전 차원의 '신공항철도 계획 반영'과 '대구~경북 광역철도 예타 통과' 문제도 으름장을 놓았다. 지방자치의 진정한 완성은 '기업 유치와 생존'에 구미시처럼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지자체가 표준이 될 때 가능하다. 경북도와 중앙정부는 구미시의 절박한 외침에 화답해야 할 책임이 있다.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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