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현호 (주)콰타드림랩 대표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엔비디아의 젠슨 황에게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든 모습은 오늘날 AI가 얼마나 큰 관심을 받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최근 몇 달 동안 가장 많이 들은 단어를 꼽으라면 단연 AI일 것이다. 지난달 실리콘밸리를 방문했을 때도 그랬다. 투자자와 창업가, 대학 교수와 학생들까지 누구를 만나도 대화의 중심에는 AI가 있었다. AI가 산업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어떤 직업이 사라지고 어떤 기회가 생길 것인지, 그리고 인간의 삶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우리는 이제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활용하던 포노 사피엔스 시대를 넘어 AI를 사고와 판단의 동반자로 활용하는 AI 사피엔스 시대로 들어서고 있는지도 모른다. AI 사피엔스란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삶과 일, 학습과 의사결정의 파트너로 활용하는 새로운 인간형을 의미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 속 이야기 같았던 일들이 이제는 현실이 되고 있다. AI는 회의록을 작성하고, 사업계획서를 만들고, 이미지를 생성하며 인간이 수행하던 수많은 업무를 빠르게 대신하고 있다. 변화의 속도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AI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수많은 정보를 분석할 수 있고, 인간보다 빠르게 답을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AI는 무엇이 옳은지 스스로 판단하지 못한다. 정직함을 선택할 수 없고, 이타성을 실천할 수 없으며, 사랑을 행동으로 옮길 수도 없다. AI는 인간을 도울 수는 있지만 인간을 대신할 수는 없다. 결국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사람이다.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은 많다. 뛰어난 전략과 기술을 가진 사람도 많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결국 사람들의 신뢰를 얻는 사람은 따로 있다. 약속을 지키는 사람,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사람,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다. 사람은 결국 사람을 따라간다. 지역사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지방소멸과 저출생, 청년 유출이라는 문제를 이야기할 때 종종 정책과 예산을 먼저 떠올린다.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역을 살리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지역을 사랑하는 사람, 지역에 남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사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사람, 함께 성장하려는 사람들이다. 어떤 지역은 비슷한 조건에서도 발전하고, 어떤 지역은 그렇지 못하다. 그 차이는 결국 공동체를 이루는 사람들의 태도에서 나온다. 서로를 신뢰하고 협력하는 문화가 있는 곳은 어려움 속에서도 길을 찾는다. 반대로 신뢰가 무너진 곳은 아무리 많은 자원이 투입되어도 지속적인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
AI는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고 우리의 삶과 산업, 교육과 행정까지도 크게 바꾸어 놓을 것이다. 그러나 변화가 커질수록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 있다. 원칙이다. 신뢰다. 인격이다. 공동체다.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다. 그리고 사람을 결정하는 것은 그가 붙들고 있는 가치다. 그래서 변화의 시대일수록 우리는 더 자주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보다 먼저,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지, 어떤 공동체를 남길 것인지, 무엇을 위해 기술을 사용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이다. 결국 AI 사피엔스의 조건은 더 뛰어난 기술이 아니라, 기술을 올바른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인간다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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