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살오징어 어획량 10년 새 87% 감소…축제는 계속된다
‘브랜드’인가 ‘현실’인가, 울릉도 오징어축제가 던지는 질문
오징어는 떠났지만 축제는 남았다
지난해 8월 울릉도 오징어 축제에 수많은 관광객이 몰리면서 오징어 축제가 울릉도를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홍준기 기자>
"오징어도 없는데 무슨 오징어축제입니까."
최근 울릉군 저동항에서 만난 한 주민은 바다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한때 여름밤이면 집어등을 밝힌 오징어 채낚기어선 수십 척이 바다를 수놓았지만 이제는 그 풍경을 보기 어렵다. 위판장은 한산해졌고 조업에 나서는 어선도 크게 줄었다. 어민들은 "출어를 해도 기름값을 건지기 어려운 날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울릉군의 대표 여름축제인 '오징어축제'는 오는 17일부터 열린다. 오징어 산업은 위축되고 있지만 축제는 이어지고 있다. 산업과 관광이 서로 다른 길을 걷는 듯한 이 풍경은 '오징어축제는 무엇을 위한 축제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국립수산과학원 등에 따르면 국내 살오징어 어획량은 지난 2012년 7만3천952t에서 2022년 9천817t으로 10년 만에 약 87% 감소했다. 동해 수온 상승과 기후변화, 어장 이동, 자원 감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울릉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울릉수협 판매과에 따르면 최근 오징어 위판액은 약 800만원 수준에 머물렀다. 한때 지역경제를 떠받치던 대표 산업이 이제는 예전의 명성을 잃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숫자다.
반면 축제 규모는 유지되고 있다. 울릉군은 올해 오징어축제 예산으로 3억7천만원을 편성했다. 개최 시기를 기존 8월에서 7월로 앞당기고, 오징어 맨손잡기와 승선체험, 문화공연 등 체험형 프로그램도 확대했다. 최근 5년간 축제 방문객은 약 1만명 수준을 유지했고, 축제 기간 숙박률도 95% 안팎을 기록한 것으로 군은 집계하고 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산업과 축제의 무게는 크게 달라졌다. 최근 오징어 위판액 약 800만원과 비교하면 축제 예산은 46배가 넘는다. 물론 위판액은 수산업 규모를, 축제 예산은 관광 활성화를 위한 투자라는 점에서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오징어 산업이 급격히 위축된 상황에서 같은 이름의 축제가 계속되는 현실은 축제의 역할과 목적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지난달 29일 오징어 잡이를 포기한 어선들이 저동항에 묶여있다. <홍준기 기자>
영남일보 취재 결과, 울릉군은 오징어축제가 지역경제에 미친 파급효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공식 연구용역이나 사후평가 자료는 별도로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방문객이 실제 지역 소비로 얼마나 이어졌는지, 축제 예산 3억7천만원이 숙박업과 음식점, 특산품 판매 증가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를 보여주는 정량적 분석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축제를 둘러싼 평가는 엇갈린다. 북면에서 숙박업을 운영하는 이종규(55) 씨는 "축제 기간에는 객실 대부분이 예약되고 음식점도 손님이 늘어난다. 여름철 지역경제에는 분명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반면 저동항에서 만난 어민 권인철(62) 씨는 "오징어가 잡히지 않는 현실을 체감하는 사람들에게는 축제가 예전처럼 와닿지 않는다"며 "축제를 이어가더라도 지금의 어업 현실을 함께 담아내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울릉군은 축제를 단순한 수산물 판매 행사가 아니라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입장이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오징어는 울릉도를 상징하는 대표 브랜드인 만큼 축제를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체험과 문화 콘텐츠를 더욱 확대해 관광형 축제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배상용 울릉군발전연구소장은 축제의 존폐를 논하기보다 시대 변화에 맞는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오징어 자원 감소가 구조적인 문제인 만큼 축제 역시 수산물 소비 중심에서 해양문화와 생태, 관광을 결합한 콘텐츠로 발전해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역에서도 축제를 둘러싼 시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 상인들은 "축제라도 있어야 관광객이 찾는다"고 말하고, 어민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축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결국 논쟁의 핵심은 축제를 계속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축제로 바꿀 것인가에 있다.
오징어는 더 이상 예전처럼 울릉도 바다를 가득 메우지 않는다. 그러나 '울릉도 하면 오징어'라는 이미지는 여전히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다. 이제 오징어축제는 오징어를 많이 잡아 자랑하는 행사가 아니라, 사라져가는 산업의 역사와 섬의 문화, 그리고 새로운 관광의 가능성을 함께 보여주는 축제로 변화해야 할 시점이다.
홍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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