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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선의 심심한 이야기] 당신과 나의 존엄을 지키는 법

2026-07-15 06:00
최호선 심심책방 대표

최호선 심심책방 대표

"나는 직업상 어쩔 수 없이 냄새로 가득한 삶을 살아간다.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냄새로부터 나는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환자를 둘러싼 환경을 감지한다." 제주에서 방문 진료를 하고 있는 의사이자 작가 전영웅씨의 책 '돌봄이 건네는 말들'에 나오는 구절이다. 환자의 주거지를 의료인들이 직접 찾아가서 진료를 하는 것을 방문 진료라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경험한 노인과 취약계층 환자들에 관한 생생한 묘사가 인상적인 책이다.


건강하고 젊을 때는 대부분 자신의 노년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서 가족이나 지인들과 사별하는 경험을 통해 죽음, 더 나아가서 존엄한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러나 존엄한 죽음을 준비하기보다는 비참한 죽음을 두려워하는 감정이 더 크게 작용해서 차라리 외면하는 방식으로 죽음은 입에 올리기 힘든 말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첫 번째 육체적인 고통, 두 번째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짐, 세 번째 자기 통제력 상실 등이 있다. 어르신들은 "돈 때문에 자식들이 고생할까봐"라는 말을 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인의 약 75%가 병원에서 임종한다. 생애 말기의 의료비는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큰 숙제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 대목이다.


죽음이 두려운 이유 중에서 자기통제력 상실은 어떤 의미일까? 군대에서 휴가 나온 아들이 외출 준비를 하면서 머리 모양에 지나치게 신경 쓰는 모습을 보고 웃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보기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삭발인데 본인은 한 올 한 올 소중하게 손질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마음에 드는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이런 모습은 소소하게나마 자기통제력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군대라는 획일화된 환경에서 더욱 절실해지는 감정이다.


늙고 병들어 더 이상 자신을 돌볼 수 없을 때를 상상해본다. 멋진 옷을 입거나 머리모양을 마음에 들게 단장할 수 없는 것은 고사하고 편안한 옷이나 목적에 부합하는 옷(환자복 같은)만 입어야 될 것이다. 스스로 화장실 사용이 힘들어지는 경우도 많다.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영웅 작가의 책에 묘사된 온갖 냄새를 풍기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죽음에 관한 생각은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생각으로 귀결된다. 나는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 지금 내 자신이 만들어내는 냄새, 소리, 각종 분비물을 잘 통제하는 것이 존엄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자신과 타인의 존엄을 지키는 일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이렇게 작고 평범한 일이다. 지하철에서 동영상을 보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 지나치게 큰 소리를 강제로 들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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