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창성 동부지역취재본부장
흔히, '참치'로 불리는 참다랑어는 특유의 부드럽고 진한 감칠맛 때문에 전 세계 미식가들이 선호하는 최고급 횟감으로 분류된다. 많은 수산자원 중 상당히 고가로 거래되기 때문에 '바다의 로또'라고도 한다. 세계 각국이 참다랑어 어획량 확보를 위해 치열한 외교경쟁을 벌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전에는 동해안에서 이 귀한 참다랑어를 볼 수 없었지만, 최근 수년 사이 경북 동해 앞바다에서 부쩍 많이 발견되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우리 어촌경제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처럼 비쳐질 수도 있으나, 현장 어민들의 입장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칠흑처럼 어둡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잡혀도 팔기는 커녕 버려야 하는 '풍요 속의 역설'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참다랑어는 공해와 영해를 오가는 '고도 회유성 어종'이어서 우리 앞바다에서 잡히더라도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가 정한 국가별 쿼터를 엄격히 따라야 한다. 지난해 영덕에서 발생한 참다랑어 무더기 폐기 사건은 이러한 모순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정치망 그물에 수천마리가 걸려들었지만, 배정 쿼터가 순식간에 소진되는 바람에 어민들은 잡은 고기를 전량 폐기해야 했다. 할당량을 넘기면 범법자가 되기 때문에 수억원어치를 눈앞에 두고도 파기해야 하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자원 보호라는 취지는 공감하나, 급변하는 생태적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직된 규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어민들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비수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재준 경북도의원이 최근 공개한 통계도 상황의 심각성을 대변한다. 올해 경북도에 배정된 쿼터량은 520t까지 늘었지만, 조업 시작 단 하루 만에 연간 쿼터량의 절반에 육박하는 233t(울진 190t)이 동해에서 잡혔다. 이는 일시적 풍어가 아니라, 해양 생태계 변화가 이미 진행되고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신호다. 그럼에도 규제는 과거의 낡고 불합리한 기준에 머물러 있어, 어민들은 고기를 잡고도 유통하지 못하는 고통에 빠져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참다랑어 쿼터는 연간 1천219t 수준이다. 재작년보다 63% 늘었다고는 하지만 이웃나라 일본(연간 1만2천t 이상)의 10분의 1 수준이다.이 같은 기형적인 격차의 원인은 최초 쿼터 배정 기준이 참다랑어가 국내에서 거의 잡히지 않던 2002~2004년의 어획실적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WCPFC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기준년도보다 많이 잡지 말라'는 자발적 감축 권고단계를 거쳐, 2014년 12월 제11차 연례회의에서 법적 구속력을 가진 '태평양참다랑어 보존관리조치'를 공식 채택했다. 이 조치에 따라 2015년 1월부터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 회원국에 '강제 쿼터제'가 최초로 적용됐고, 우리나라는 당시 소형어 중심의 718t이라는 최초 한도에 묶였다. 20여 년 전의 낡은 데이터와 2014년에 고착된 법적 규제가 급변한 오늘날 동해의 현실을 여전히 억누르고 있는 셈이다. 이제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 낡은 권리를 새로 찾아와야 한다.
다행히 기회는 있다. 최근 일본에서 열린 WCPFC 산하 북부위원회(NC) 회의와 연말 총회까지 국제 협상의 무대가 펼쳐진다. 정부는 동해안의 참다랑어 어획량 급증 추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합리적인 근거를 마련해 국제사회에 강력하게 제시해야 한다. 이와 함께 부가가치가 높은 30㎏ 이상 대형어의 국제 쿼터를 확대해야 한다. 참다랑어가 경북 동해안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정부의 수산외교 총력전이 절실한 시점이다.
마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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