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를 상징하는 기업 중의 하나인 대구백화점이 외지 자본에 넘어갈 전망이다. 한강 이남 마지막 향토 백화점으로 82년의 역사를 지닌 대구백화점이 오너 경영의 막을 내린다는 소식은 대구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아쉬움과 허탈함, 쓸쓸함은 이루 말로 다하기 어렵다. 대구시민들에게 '대백'은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니었다. 청춘들의 만남의 광장이자, 지역 경제의 자존심이었고, 자부심 그 자체였다. 그러나 대구 경제가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지고 지역의 자본축적이 한계상황에 직면하면서, 대구 기업의 선두주자였던 대백 역시 동반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런 점에서 대구백화점의 몰락은 한 기업의 경영 실패를 넘어, 과거 지역의 탄탄한 내수 시장과 소비재 산업에만 안주했던 대구 경제 구조가 거대한 전환의 파고 속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잃어갔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시대가 변하고 산업의 축이 이동할 때, 지역 자본과 향토 기업들이 체질 개선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어떤 환경에 직면하는지 대구백화점 사례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대구 경제가 어느 순간 서서히 끓는 물 속의 개구리가 되어, 시대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침체의 늪에 빠져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지금은 인공지능(AI)으로 촉발된 4차 산업혁명이 전 산업 분야를 뒤흔들며 혁신적 전환을 요구하는 시기다. 스마트폰 하나로 전 세계 물건을 안방에서 사는 모바일 쇼핑시대,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너지고 무한 경쟁하는 시장 구조 등 완벽히 달라진 기업 환경과 거대한 산업 전환의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지역 기업은 도태를 넘어 소멸의 길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좁은 지역 내수 시장만 바라보는 소비재·서비스업 중심의 모델로는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기업환경이다.
대구의 미래를 위해 지역 경제계와 산업계는 물론, 지자체와 대학, 연구소 등 산·학·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총력 체제를 구축해 이 구조적 대전환에 함께 대응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대구시의 정책 방향도 중요하다. 외지 대기업이나 앵커 기업을 유치하는 것도 확고한 목표이지만, 정작 대구에서 수십 년간 버텨온 향토 기업들이 산업구조 전환을 촉진하고 글로벌 첨단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돕는 정교한 지원 생태계가 작동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봐야 한다. 대기업 유치만 강조하다가 지역 기업의 산업구조 전환을 소홀히 하는 정책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된다. 대내외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경쟁력을 갖춘 지역기업을 육성하는 것, 그것이 대구백화점 오너 경영의 마침표가 대구 경제계와 정책 당국에 남긴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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