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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계약 3.8조→973만원’…엘앤에프, 사전에 인지하고 자사주 매각했나?

2026-07-29 22:47

금감원 불공정 거래 의혹 수사, 미공개 정보 이용 여부가 쟁점
계약만료 이틀 전에 정정공시, 공시의무 위반인지도 핵심사안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대구 대표 2차전지 소재기업 엘앤에프의 자사주 처분 논란이 결국 금융당국의 강제수사(영남일보 7월29일자 1면 보도)로 이어진 가운데, '미공개 정보 이용' 고의성 입증이 이번 조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3조8천여억원 계약이 973만원으로 정정되기 직전 이뤄진 자사주 매각 과정에서 계약 이행 불능 상태를 사측에서 미리 인지했는지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계약만료 이틀 전 이뤄진 정정공시가 과연 공시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도 주요 쟁점 사안이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지난 27일 엘앤에프의 불공정거래 의혹을 포착하고 한국거래소를 압수수색했다.


엘앤에프는 2023년 2월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3조8천347억원 규모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행 기간은 2024년 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2년간이다. 그러나 계약 종료를 이틀 앞둔 지난해 12월29일 엘앤에프는 장 마감 후 해당 계약 금액을 기존 3조8천여억원에서 973만원으로 변경한다고 정정 공시했다. 계약 이행률이 0.0002%에 불과해 사실상 계약 파기인 셈이다. 이튿날 엘앤에프 주가는 9.85% 급락했다.


문제는 같은 해 12월2일 엘앤에프가 자사주 100만주를 해외 기관투자자 등에 처분해 1천281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는 점이다. 악재성 정정공시가 나오기 약 한 달 전 대규모 자사주 매각이 이뤄지면서 시장에선 경영진이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정보를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수사의 가장 큰 법리적 쟁점은 자사주 처분 당시 경영진이 테슬라와의 공급계약 이행 불능 상태를 미리 인지했는지 여부다. 자본시장법 제174조(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가 성립하려면 △정보의 중요성 △미공개성 △정보 이용의 고의성이 입증돼야 한다. 따라서 특사경 수사는 자사주 매각 결정을 내린 작년 12월 초 혹은 그 이전에 납품 차질이나 계약 변경 논의가 구체화됐음을 증명하는 데 집중될 전망이다. 만약 이메일, 회의록, 테슬라 측과의 공문 등에서 경영진이 계약 이행이 불가능함을 알고도 자사주 매각을 강행한 정황이 확인될 경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적용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대해 엘앤에프 측은 "2024년 11월쯤부터 자사주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을 단계적으로 검토해 왔고, 그 과정에서 주관사들과의 협의를 거쳐 매각 시기와 투자자 모집방안 등을 장기간 준비한 끝에 지난해 12월 2일 자기주식 처분을 결정했다"며 "이 사건 공시와 전혀 무관하게 자사주 매각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했으며, 이 사건 공시 전에 손실 회피를 목적으로 자사주를 매각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계약 기간인 2년 내내 아무 말 없다가 계약만료 이틀 전에야 정정공시를 낸 행위가 공시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도 주요 쟁점이다. 현행 단일판매·공급계약 공시제도상 계약 상대방과의 협의 지연 등을 이유로 공시가 지체되는 경우가 존재해서다. 법학계와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현행 공시제도의 맹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한다. 납품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장기간 방치하다 만기 직전에 공시를 내는 행위는 투자자 보호라는 공시제도의 목적을 훼손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법조계 한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미공개중요정보이용(제174조) 혐의 입증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서는 일정한 사유가 있고, 합리적인 의심이 생기면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며 "심증적 고의를 입증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수사기관이 인과관계를 입증한다면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 혐의가 엄격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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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경제)

지역 산업 현장을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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