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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50위’ 박스권 갇힌 대구 건설사… 역외 진출 골든타임 놓쳤다

2026-09-1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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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건설사 박스권 갇힌 성장 한계 속
광주 등 호남 건설사 약진 ‘전국구’ 성장
지역 밖 공영택지 활용 주택사업 확장 영향

대구·광주 주요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추이

왼쪽부터 우미건설, 서한건설, HS화성 본사 전경. <각 건설사 제공>

왼쪽부터 우미건설, 서한건설, HS화성 본사 전경. <각 건설사 제공>

대구 건설업계가 성장 한계성에 봉착했다. 십수년째 전국 시공능력평가(시평) 순위에서 50위 전후의 박스권에 갇혀 있다. 일찍이 전국으로 무대를 넓힌 광주와 달리 대구 건설사는 높은 지역사업 의존도로 지역 경기 악화의 타격을 받고 있다. 1980~90년대만 해도 대구 건설업계는 청구·보성·우방 등 이른바 '빅3'를 중심으로 전국을 호령하기도 했다. 연극인 박정자가 출연한 "우방에서 살아요" 카피는 당시 대구 건설사 위상을 드러낸 일화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지역 경제가 건설산업의 상당한 전후방 효과를 받는다는 점에서 대구 건설사의 성장 한계는 아쉬운 대목이다. 역외 시장 확장을 통한 체질개선이 과제로 떠오른다.


대구와 전남광주에 본사를 둔 주요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순위 추이. 그래픽 = 염정빈 기자

대구와 전남광주에 본사를 둔 주요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순위 추이. 그래픽 = 염정빈 기자

◆ 박스권 갇힌 대구 건설사


영남일보는 국토교통부가 매년 발표하는 '종합건설사 시공능력평가 순위'의 지난 20년간 추이를 추적했다. 대상은 100위 내 대구와 전남·광주에 본사를 둔 지방 건설사다. 분석 결과 대구 건설사의 성장이 정체 상태에 빠졌다는 것이 확인됐다. 대구는 100위권 내에서 모두 광주에 크게 뒤졌다. 2026년 100위에 포함된 기업은 대구 4곳 광주 7곳으로, 대구 중견 건설사 층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구는 HS화성(구 화성산업) 48위, 서한 49위, 태왕이앤씨 67위, HXD화성개발 88위를 기록했다. HS화성이 줄곧 가장 높은 순위를 유지했지만 전국적 한계점은 분명하다. 2015년까지 40~50위대를 기록한 HS화성은 2016년 31위까지 잠시 올랐다. 하지만 2020년 40위권으로 밀린 후 순위에 큰 변동이 없다.


2003년 법정관리를 졸업한 서한은 2013년 100위권 내에 진입했고, 2017년 46위로 50위권에 들어선 뒤 등락을 반복하며 올해 49위로 마감했다. 유동성 악화로 기업회생신청을 한 태왕이앤씨는 2011년 594위에서 시작해 2018년 91위, 2025년 최고 성적인 54위까지 올랐고 올해 67위로 떨어졌다.


반면 광주 건설사의 보폭은 달랐다. 2007년 174위였던 제일건설은 2014년 100위 진입 후 2024년 15위까지 올라섰다. 올해도 17위를 기록했다. 우미건설도 2012년 50위에 진입한 뒤 올해 18위, 2007년 405위에 머물렀던 대광건영은 40위, 라인건설(42위) 역시 최근 10년 급성장해 대구 건설사 규모를 뛰어넘었다.


◆ 대구와 광주, 무엇이 달랐나


불과 20년 전 시공능력평가액 1천억원에 미치지 못하던 제일건설은 올해 2조7천억원을 넘겼다. 특히 평가액 1조원 이상 건설사가 광주에서만 4곳이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내리 1조원을 성큼 넘겼다. 3조원에 육박하던 해도 있었다. 반면 대구는 HS화성이 2017~2019년, 2022년 1조원을 소폭 넘겼을 뿐이다.


'조' 단위 평가액은 지역 내 사업으로는 도달하기 쉽지 않은 규모다. 광주 건설사의 비약적 성장 배경 역시 사업 무대에서 찾을 수 있다. 순위 역전이 이뤄진 20년간의 계약현황에서 대구와 광주 건설사 경영의 차이점은 뚜렷하게 확인됐다.


영남일보는 상장사의 계약 건수와 규모는 공시 기준과 사업보고서를 통해 분석했고, 비상장사는 감사보고서 주석을 통해 확인했다. 제일·우미건설의 2008~2025년 계약 중 전남·광주 비중은 10% 후반대에 불과했다. 70~80%가 본사 소재지 밖의 계약으로, 일찌감치 사업 무대를 전국으로 넓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 기간 제일·우미건설의 대구경북 계약도 31건에 달했다. 영호남이 경제·사회적 교류가 많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남권 진출도 빨랐다는 의미다.


대광건영은 지난해 4천415억원 규모의 경북 구미산단 계약을 따냈고, 금호건설은 3천234억원의 구미천연가스발전건설 공사를 수주했다. 제일건설은 대구 테크노폴리스와 대곡지구 등에서 '제일풍경채'를 잇따라 공급해왔다. 제일건설은 또 경기와 인천, 대구, 세종에서 우미건설은 경기, 전북, 경북, 충북 등에서 고르게 사업을 진행했다. 지역(전남·광주) 밖 공사 계약의 약 60%는 성장성이 높은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 집중됐다.


실제로 제일건설은 미래 먹거리를 찾아 약 10년 전 영업과 사업 관련 부서 등 본사 인력의 60%를 서울에 배치해 수도권 시장에 대응하는 중이다. 제일건설 기획홍보실 백현철 매니저는 "한해 분양사업을 6건까지 할 만큼 공영택지를 중심으로 주택공급에 적극 뛰어들었고, 사업 실적이 하나둘 쌓이고 공동주택의 입주민 만족도가 커지면서 전국적으로 회사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며 사업을 더 확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구 건설사의 역외 진출은 광주와 비교하면 한발 늦었다는 평가다. 대구 상위 2개사(HS화성·서한)의 2010~2026년 반기보고서까지 확인한 결과 732건 계약 중 대구·경북을 제외한 역외계약은 255건, 약 34%에 그쳤다. 지역 내 비중이 65%로 대구·경북에 집중됐다. 이 기간 HS화성의 역외 사업 비중은 36.6%, 서한 32.5%다. 광주지역 계약은 두 회사 합쳐 5건에 불과했다. 주택사업에서는 HS화성은 단 한 건도 없을 정도로 호남권 진출에 소극적이었다. 다만 HS화성은 최근 수도권 사업 확장을 위해 서울지사를 개발사업본부로 격상하는 등 조직개편으로 영업력을 강화했고, 이후 서울 핵심 주거지에서 성과를 내는 중이다. 2024년 11월 서울 중랑구 면목동을 시작으로 이번달 계약이 체결된 서울 강남구 비취타운까지 서울경기에서 10건의 수주를 확보했다. 서한 역시 이번달 전남광주 양산센트럴 지역주택조합 주상복합 공사를 수주하는 등 호남 등 역외 사업을 넓혀가는 중이다.


HS화성 최혁 전략실장은 "(시평 순위)박스권에 갇혀 있는 건 사실이다. 지역 사업 비중이 큰 만큼 대구·경북 경기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하면서 "호남과 비교하면 과거 보수적 안정적 경영을 해왔고, 2~3년 전부터는 서울 정비사업에 적극 참여해 강남·서초구 등에서 수주 잔고가 쌓이고 있다. 정비사업 특성상 수주에서 실제 매출 반영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2028년 이후 박스권을 탈출해 시평 순위도 30위권으로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대구 경제 건설산업 침체 연계돼


전국·대구 건설업 부가가치 및 성장률 <출처 대구정책연구원>

전국·대구 건설업 부가가치 및 성장률 <출처 대구정책연구원>

문제는 이같은 대구 건설업계의 성장 정체가 대구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지역 경제가 건설산업의 상당한 전후방 효과를 받는 만큼 건설경기 침체는 곧 대구 지역내총생산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대구 건설사들은 그동안 사업 무대를 대구·경북에 집중해 지역 부동산 경기 사이클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왔다. 이러한 여파가 대구 경제 전반으로 이어졌고 이는 지표로도 확인되고 있다. 지역 건설사의 역외사업 확장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 중 하나다.


대구 건설업의 부가가치는 2022년 4조1천50억원이던 것이 최근 3년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2025년 2조5천922억원으로 감소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률은 -1.3%로 전년(-0.8%)에 이어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대구 실질 성장률을 끌어내린 첫 요인은 건설업 부진으로 꼽힌다. 건설업 부가가치가 급감한 지난해 대구 건설업 성장률은 -17.9%, 2024년 -21.4%를 나타냈다. 이 기간은 미분양 등으로 대구 부동산시장 침체가 급격하게 이뤄지던 시기로, 지역 부동산경기가 건설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 결과로 해석된다. 전국 건설업은 2024년 -3.0%, 2025년은 -9.3%로 대구와 차이를 보였다.


특히 2024년 대구 건설업의 지역 경제 성장률 기여도가 -1.4%포인트(p)로 분석된 것을 고려하면, 건설업에서의 마이너스가 대구 전체 역성장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대구정책연구원 전송곤 연구원은 "건설산업 자체가 대구 GRDP에 미치는 절대적 비중은 높지 않지만, 지역경제에 건설업 전후방 효과가 커 건설경기에 따른 영향을 직접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지난해 대구 GRDP가 전년 대비 -1.3%로 역성장했는데 이 중 건설업 비중이 -0.9%p다. 역성장 영향의 70%를 건설업이 차지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전 연구원은 이어 "지자체 차원에서 민간 영역 침체를 공공 발주 확대 등으로 보완하고, 신산업 중심의 인프라 투자를 확장하는 시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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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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