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60801027116731

8년간 137억 뿌린 대구 공공조형물…‘주민 패싱’에 몇 년 못 가 철거까지

2026-08-01 13:54

최근 8년간 대구시·9개 구군 공공조형물 274건 설치…설치 비용만 137억여원
달성군 주민 의견 수렴 절차 거치지 않고
수성구·달성군은 수년 만에 철거…혈세 낭비 지적

대구 지역 지자체들이 최근 8년간 공공조형물 설치에 137억 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상당수는 주민 의견 수렴 절차조차 없이 '일방통행'으로 추진된 것으로 드러났다. 설치한 지 수년 만에 수천만 원의 철거 비용을 더 들여 없애버리는 사례까지 속출하면서 '혈세 낭비'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27일 영남일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대구시 및 9개 구·군의 공공조형물 설치현황(2018년7월~2026년 6월)을 전수 분석한 결과, 최근 8년간 대구 지역에 설치된 공공조형물은 총 274건, 투입된 예산은 137억 5천987만8천580원에 달했다. 연평균 17억 2천여만 원의 혈세가 공공조형물에 쓰인 셈이다.


자치단체별로는 대구시 5억4천832만원(8건), 중구 15억8천792만9천원(26건), 동구 17억1천837만4천원(21건), 서구 36억1천234만원(59건), 남구 6억8천218만원(4건), 북구 11억8천59만6천원(66건), 수성구 4억913만8천580원(17건), 달서구 2억1천971만6천원(4건), 달성군 36억5천200만원(65건), 군위군 1억4천928만5천원(4건) 등이다.


대구시 및 9개 구·군 공공조형물 설치현황. 각 지자체 제공. 생성형AI 챗GPT.

대구시 및 9개 구·군 공공조형물 설치현황. 각 지자체 제공. 생성형AI 챗GPT.

◆수억원짜리 조형물 설치도 주민 의견 수렴 없어


가창과 청도를 잇는 팔조령 터널 앞. 이곳에는 지난 2024년 길이 26m, 높이 11m 규모의 진입관문 상징조형물이 설치됐다. 가창면 삼산리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곳을 매일 지나 다녔는데 조형물이 들어설 때까지도 이런 것이 생기는 줄도 몰랐다. 어느 날 공사가 시작되더니 금세 조형물이 세워졌다"면서 "관광객들에게는 하나의 조형물일 수 있지만 주민들은 다른 생활편의시설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최소한 설치 전에 설명회나 공청회라도 열어 의견을 듣는 절차는 있었어야 하는데 행정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 것 같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애정(달성군 현풍읍)씨는 "조형물을 만들 때 인근 주민들의 의견을 물어보는 것은 당연한 절차"라며 "주민 동의 없이 지은 뒤 흉물 취급 받는 조형물들이 많다. 여러 의견을 듣고 좋은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달성군은 수억원 대 상징조형물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주민 의견 수렴 절차는 거치지 않았다.


달성군이 설치한 주요 공공조형물은 가창 관문 상징조형물 4억5천만원, 구지 국가산단 진입로 상징조형물 4억4천820만원, 하빈면 마을활성화를 위한 상징조형물 3억4천만원, 기세리 주민쉼터 내 상징조형물 2억5천903만9천원, 빛이 아름다운 테크노폴리스로 상징조형물 2억5천316만4천원, 만담 조형물 2억4천300만원, 호국공훈비 제작 1억4천290만5천원 등이다.


사진=순서대로 청도군, 영남일보 DB.

사진=순서대로 청도군, 영남일보 DB.

실제로 달성군이 제출한 자료에는 이들 조형물의 주민 의견 수렴 여부가 모두 '부'로 기재돼 있었다.


달성군은 조형물 설치 과정에서 주민 의견 수렴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달성군 공공조형물 조례는 건립대상 심의기준에 '대상인물이나 사실에 대한 지역주민 공감도'를 포함하고 있다. 경관 조례도 군수가 아름답고 쾌적한 경관 조성을 위해 군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종합적인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공공조형물이 도로·공원·광장·진입로 등 주민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공간에 설치되는 시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주민 의견 수렴 없이 지역주민 공감도를 어떤 방식으로 판단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공공조형물을 제작·설치하는 과정에 주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반드시 반영하도록 하는 제도 정비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대구시 및 9개 구·군 중 공공조형물 건립·관리 관련 조례를 제정한 곳은 동구를 제외한 9곳이다. 하지만 조형물 설치시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는 곳은 서구·남구·북구·수성구·달서구·군위군 등 6곳에 불과하다. 남구·북구·수성구·달서구·군위군은 공공조형물 심의 전 사전타당성 조사 의견서에 주민 의견 수렴 내용을 담도록 했고, 서구는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의견서를 첨부하도록 규정했다.


김태운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주민 공감도'가 반드시 설문조사나 주민설명회를 통해서만 확인되는 것은 아니지만, 주민에게 직접 묻지 않았다면 무엇을 근거로 공감도를 판단했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며 "공공조형물처럼 도시경관과 생활환경, 인근 주민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은 법적 의무가 없더라도 가능한 한 주민 의견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달서구의 경우 2022년 12월 선사시대로 미니어처 테마거리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설치한 포토존·미니어처·돌도끼벤치 등 3건의 조형물과 2023년 9월 한샘청동공원 내 고인돌 조형물 설치에 앞서 주민설명회를 진행하는 등 주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


권순우 달서구 문화관광과 주무관은 "조례상 심의할 때 사전타당성 조사 의견서를 제출하는데, 의견서에 주민 의견 수렴 내용을 포함하도록 돼 있다"며 "이에 조형물 설치 당시 사업 대상지 인접 동에서 주민설명회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오전 대구 수성구 수성유원지 동편광장 모습. 지난 2018년 8월 설치된 계류분수가 지난해 7월 철거된 후 잔디광장이 조성돼 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지난 21일 오전 대구 수성구 수성유원지 동편광장 모습. 지난 2018년 8월 설치된 계류분수가 지난해 7월 철거된 후 잔디광장이 조성돼 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수천만원 들인 조형물, 몇 년 만에 철거


설치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철거된 조형물도 한둘이 아니다. 설치비에 철거 비용까지 추가로 들면서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수성구는 지난 2018년 8월 4천만 원을 들여 수성유원지 동편광장에 계류분수를 설치했지만, 지난해 7월 철거했다. 수성못 활성화를 위해 소규모 버스킹 공연이 가능한 수경시설로 조성했으나, 설치한 지 7년도 되지 않아 없앴다. 공연자들의 선호도와 주민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다. 폐기물 처리비 900만원 등 철거에만 3천200만원이 추가로 소요됐다.


수성구 관계자는 "공연장으로 만들었지만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공연이 활성화되지 못했다"며 "기존 시설을 없애는 것에 대한 비판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활용도가 떨어지는 시설을 그대로 두는 것 역시 문제라고 판단해 잔디광장으로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달성군도 지난 2020년 12월 3천800만 원을 들여 사문진 역사공원에 야간경관 조명 연출이 가능한 '솔라트리'를 설치했으나 올해 초 철거했다. 철거 비용으로는 260만원가량이 쓰였다.


달성군 관광개발1팀장은 "지난해 말 하천변 불법 시설에 대한 점검이 있었고, 설치 당시 별도의 제재를 받지 않았던 편의시설이 관련 법령 개정에 따라 점검에서 지적됐다"며 "시설이 노후화돼 고장 난 데다가 이전 설치도 어려워 최종적으로 철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소희 영남대 건축학부 교수는 "복지나 교육정책은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조형물 같은 시설은 임기 안에 완공돼 주민들이 바로 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며 "단체장 입장에서는 지역 발전의 상징이나 치적으로 홍보하기 쉬운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무 설치 제도가 사업 추진의 명분을 제공하고, 단체장은 이를 가시적인 성과로 활용하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주민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시설보다 상징성이 큰 사업이 우선되는 경우가 생긴다"며 "결국 주민 의견 수렴과 사후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보여주기식 행정과 예산 낭비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주민의견·전문가 심의·사후 평가 연결해야


전문가들은 공공조형물이 지역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시설로 자리 잡으려면 주민 의견 수렴과 전문가 심의, 유지관리 계획, 사후 성과평가를 하나의 절차로 연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성영태 계명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공조형물에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설치에 따른 지역 이미지 개선이나 관광객 유입 등 편익이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며 "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그 결과를 전문가들이 작품성과 안전성, 지역 정체성과의 연관성 측면에서 함께 심의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설치 단계에서 청소와 보수, 안전점검에 필요한 비용과 관리 주체를 정하고, 설치 이후에도 주민 만족도와 활용도, 유지관리 비용 등을 정기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설치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당초 목적을 달성했는지 확인하는 성과평가가 있어야 전시행정이나 단체장 업적 홍보를 위한 조형물 설치, 실패 사례의 반복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운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도 "주민과 전문가 등 각계의 의견을 거치면서 사업을 다듬는 과정이 공공조형물의 수용성과 지속성을 높이고 예산 낭비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기자 이미지

권혁준

영남일보 권혁준 기자입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관련기사

사회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