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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인터뷰] “시(詩)를 짓듯 기술을 빚고, 사람을 심다” 김환식 한중엔시에스 대표의 ‘인본주의 경영’

2026-08-01 20:29

시인의 마음으로 설계하는 미래, ‘사람을 귀하게 여긴 경영자’로 남고 싶다

인문학의 향기를 머금은 사내 카페 커피 한 잔, 책 한 권에서 인터뷰에 하는 김환식 한중엔시에스 대표이사<남정해 기자>

인문학의 향기를 머금은 사내 카페 '커피 한 잔, 책 한 권'에서 인터뷰에 하는 김환식 한중엔시에스 대표이사<남정해 기자>

경북 영천 경제특구의 새벽은 뜨겁다. 그 한복판에 자리한 (주)한중엔시에스 본사는 수백 명 임직원의 분주한 발걸음과 생산라인을 누비는 물류 차량으로 영천의 아침을 가장 먼저 깨운다.


AI기반 첨단자동화 공정으로 조립된 수냉식 에너지저장장치(ESS) 냉각시스템은 쉼 없이 수출용 컨테이너에 실려 글로벌 시장으로 향한다. 치열한 현장을 뒤로하고 연구소 1층에 들어서면 풍경이 급반전된다.


태풍의 눈 속에 있는 고요한 섬처럼, 인문학의 향기를 머금은 사내 카페 '커피 한 잔, 책 한 권'이 자리 잡고 있다. 서가를 가득 채운 신간들의 정갈한 책등과 곳곳에 눈에 띄는 기증 도서들은 이곳이 단순한 휴게 공간을 넘어, 지혜와 나눔이 교차하는 회사 내의 유일한 '인문학 전당'임을 소리 없이 웅변한다.


이곳에서 만난 김환식 한중엔시에스 대표는 세련된 정장 대신 수수한 작업복 차림으로 나타났다. 언뜻 보면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야전사령관의 기세가 느껴지지만, 건네는 첫인사에는 열 권의 시집을 일궈낸 시인 특유의 담백한 서정이 짙게 묻어난다.


김 대표는 10년간 근무하던 안정적인 공무원 생활을 뒤로하고, 1995년 창업 이후 가시밭길 같은 기업가의 길을 묵묵히 걷고 있다. 그에게 이 카페는 경영의 냉혹한 이성과 시의 따뜻한 감성을 교차시키는, 결국 '기술보다 귀한 것은 사람'이라는 그의 경영 철학을 응축해 낸 상징적인 전당이다.


차가운 금속판 사이에 냉각수를 흘려보내 화재를 예방하는 혁신 기술처럼, 그는 삭막한 제조 현장에 인문학적 온기를 불어 넣으며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기업가 정신의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 IMF 벼랑 끝에서 시(詩)로 틔운 생존의 의지


김 대표에게 시는 단순한 문학적 취미가 아니다. 창업하자마자 마주치게 된 1997년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서도 그를 굳건히 버티게 한 것은 술이나 담배 대신 '글쓰기'였다. 그는 지금까지 열 권의 시집을 출간한 중견 시인으로서, 당시의 참담함을 시 구절에 담아내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살아갈 일이 막막하다 / 거울 앞에 섰다 (...중략...) 할 일은 없지만 / 버릇처럼 출근을 했다 / 기계들도 심심할 것이다 / 점심시간이다 / 출근해서도 손을 놓은 사람들이 / 마당을 쓸고 있다"


- 김환식 시, 「IMF」 중에서


당시의 고통을 그는 "벼랑 끝에 서는 참담함"이라고 표현하지만, 시인은 그 절망의 끝에서 오히려 새로운 길을 보았다. 이러한 고난의 경험은 그가 기술적 수치보다 그 기술을 다루는 '사람'을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 "기술의 해자(垓子)는 사람의 숙련도"… 파격적인 사내 교육 지원


김 대표의 경영철학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사람 농사'다. 그는 기업의 경쟁력이 특허나 자본이 아닌, 기술을 구현하는 '사람의 인문학적 상상력과 긍정적인 자존감'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 한중엔시에스는 파격적인 사내 교육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현장에서 땀 흘리는 반장급 직원들로부터 전 관리자들에 이르기까지 학사, 석사, 나아가 박사 과정까지 밟을 수 있는 배움의 문호를 조건 없이 개방하고, 사내 대학과 계약학과 조기취업학제를 통하여 교육비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개방형 학습 시스템은 지방 중소기업계의 귀감이 되고 있다.


그는 "진정한 초격차 기술은 문서로 된 특허나 완벽한 업무 프로세스가 아니라, 현장에서 이를 구현하는 사람의 생각 속에 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사람 농사'의 결실은 구체적인 숫자로 증명되고 있다. 사내 대학 지원 시스템을 통해 지금까지 학사 54명, 석사 7명, 그리고 박사 3명을 이미 배출했고, 현재도 학사 13명, 석사과정 5명이 재학 중에 있다.


특히 현장의 반장급 인력들 대부분이 학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중견 관리자 및 임원으로 승진한 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인재들이 핵심 파트에서 각자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회사의 변화와 혁신 성장 이면에는 이들의 노력과 경영자의 경영 철학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졸업자에게는 승진 등의 인사고과에 상응하는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끊임없이 연구 노력하는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 영천의 낡은 지붕을 고치며 나누는 '러브하우스'의 온기


김 대표의 시선은 공장 울타리를 넘어, 지역사회의 낮은 곳과 그늘진 곳을 수시로 바라본다. 그 진심이 가장 구체적으로 빛나는 지점은 2019년부터 시작한 취약계층의 노후 주택을 매년 1호씩 개보수하는 '영천 러브하우스' 프로젝트다.


최근 완공된 러브하우스 9호 점의 준공 및 입주식. 임직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성금을 투입해 3개월간의 대공사 끝에 결실을 맺었다. <본인 제공>

최근 완공된 러브하우스 9호 점의 준공 및 입주식. 임직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성금을 투입해 3개월간의 대공사 끝에 결실을 맺었다. <본인 제공>

최근에는 '러브하우스 9호'를 완공했다. 임직원들과 함께 5,500만 원의 성금을 투입, 약 3개월간의 공사 끝에 결실을 맺었다. 단순히 도배나 장판을 교체하는 수준을 넘어 지붕 단열을 보강하고 재래식 화장실을 현대식으로 개축하는 등 실질적인 삶의 온기를 전했다.


김 대표는 기업인이 누리는 수익을 지역사회로 되돌려주는 것을 '기업가의 마땅한 의무'라고 정의한다. 지난 7년간 매년 1억 내외의 성금을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와 기금으로 쾌척해 왔다.


그는 "기업의 이윤은 결국 이웃의 도움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이를 다시 사회로 환원하는 것은 마땅한 도리"라며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CSV(공유가치창출)' 경영을 지속할 것임을 밝혔다. 이러한 한중엔시에스를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착한 일터", "나눔명문기업"으로 선정했다.


◆ 시인의 마음으로 설계하는 미래, 기술 뒤에 숨은 온기


현재 한중엔시에스는 수냉식 냉각기술로 글로벌 에너지 저장장치(ESS)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하지만 김 대표에게 이 기술은 단순한 수익 모델이 아니라, 화재로부터 인명을 보호하는 '생명을 구하는 기술'이라고 밝힌다. 좁은 신발장 속 낡은 신발을 보며 가장의 무게를 느꼈던 시인의 마음으로, 그는 오늘도 기술 뒤에 숨은 사람의 안전을 위한 ESG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2024년 6월.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코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입성한 김 대표는 이제 더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차가운 숫자 뒤에 시인의 따뜻한 온기를 채워 넣으며, 역사에 '사람을 귀하게 여긴 경영자'로 기억되고 싶다는 그의 꿈은 이미 영천의 낡은 지붕 위와 직원의 생각 속에서 영글어가고 있다.


실패의 문턱에서 머뭇거리는 청년들에게 그는 시인의 마음을 담아 나직이 위로를 건넨다. 벼랑 끝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 그것이 바로 그가 시를 통해 배운 삶의 '기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시 심호흡을 하고 쳐다보면 / 한순간 먹구름을 뚫고 솟아오른 / 너를 다시 만날 것이다 / 그리고, 다시 / 푸른 하늘 한 조각을 품게 될 것이다"


- 김환식 시, 「기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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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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