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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만나는 우리동네 문화유산] 영남 남인의 거점에 설립된 노론학맥의 흥암서원

2026-08-08 14:20
영남 남인의 거점에 설립된 노론학맥의 흥암서원은 대원군의 사원 훼철령 때도 철폐되지 않았다. 오른 쪽에 지난해 붙여 놓은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 지정 축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하수 기자

영남 남인의 거점에 설립된 노론학맥의 흥암서원은 대원군의 사원 훼철령 때도 철폐되지 않았다. 오른 쪽에 지난해 붙여 놓은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 지정 축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하수 기자

동춘당 송준길(1606 ~ 1672년)과 우암 송시열(1607 ~ 1689년)은 혈연과 학연이 매우 돈독한 관계다. 둘은 은진 송씨로 13촌이며 송준길이 한 항렬 위, 아저씨뻘이다. 진외가 쪽으로는 1살 많은 송준길이 6촌 형이다. 이렇게 부계와 모계 모두 친척이었는데, 친가 13촌보다 외가 6촌이 더 가까워서인지 송시열은 동춘당을 숙부로 부르기보다 춘형이라 불렀다. 어린 시절 송시열은 집안이 어려워 송준길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고 공부하였다. 둘은 김장생의 문하에서 공부하였으며, 이들을 묶어 양송(兩宋)이라 부를 만큼 이름이 높았다.


당쟁이 한층 격화됐던 숙종 때인 1696년에 충북 괴산군 청천면 화양리에 화양서원이 설립됐다. 이 서원은 송시열을 배향한 호서지방의 노론 중심의 서원으로 기호학맥의 정치적 기반 역할을 하게 된다. 6년 후인 1702년에 상주시 연원동에 흥암서원이 설립되고 송준길을 배향했다. 동춘당 사후 30년의 일이다. 송준길은 노론학맥의 종장(宗匠가장 뛰어난 거장이자 중심이 되는 사람)이며 상주는 영남 남인의 거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준길을 독사(獨祀 한 서원에 오직 한 분의 위패만 모심)하는 흥암서원이 들어설 수 있었던 데는 상주지역에서 그의 위상과 우복 정경세의 사위라는 점이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정경세는 송준길의 장인이자 스승이었다. 흥암서원은 노론의 영남 교두보 역할을 하면서 상주의 사림들과 접촉면을 넓히는 장소가 됐다.


흥암서원은 설립 3년 후에 숙종으로부터 사액이 내려졌으며 영남에서 최초로 건립된 서인·노론계 사액서원이 되었다. 설립 3년 만에 사액된 것은 다른 서원의 예에 비해 매우 빠른 편이며 흥선대원군의 서원 훼철령 때도 철폐되지 않았다. 당시에 사액서원이 되면 그곳에 속한 사람들은 군역을 면제받았고 국가에서 간행하는 서책을 배부받아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또 서원에 속하는 토지는 세금을 면제받는 특전도 누렸다.


주요 건물로는 흥암사·진수당·진의재·의인재·어필비각·내삼문·장판각 등이 있다. 흥암사는 향사를 지내는 사우로, 송준길의 위패가 봉안되어 있으며 동재인 진의재와 서재인 의인재는 유생들이 거처하던 곳이다.


전면에 강학 공간, 뒤편에 제향 공간이 있으며 강학 공간에는 강당이 전면에 있고, 그 뒤로 동·서재가 있다. 이는 서인 노론계 기호학파 계열 서원에서 흔히 나타나는 배치 형식으로, 동·서재가 강당 앞에 있는 영남학파 형식과 차이를 보인다.


흥암서원은 현대 교육에도 활용됐는데 1946년 상주고등학교가 설립될 때 이곳을 교사로 썼다.


장판각에는 동춘당 문집 목판 803매가 보관돼 있는데 6.25전쟁 때 소실될 뻔한 위기를 겪었다. 금중현 상주향교 원임전교는 서원 옆에 사는 성백향씨(당시 86세)로부터 당시의 일화를 채록해 2024년 자신의 저서 「상주문화산고」에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흥암서원이 6.25전쟁시에 인민군 전방통신사령부로 많은 군인이 주둔하면서 목판을 땔감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고 자기의 아버지(성태환)가 사정사정하여 남은 것을 보관하였다./ 이때 동춘당의 위패를 이안하여 보리가마니 속에 보전하였다가 전쟁이 끝나고 환안하였다.'


흥암서원은 1985년 경상북도 지방기념물 제61호로 지정된 데 이어 2025년 12월에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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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수

상주에 상주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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