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물리치료 65세 이상 중구민 무료
인구·건강 특성 따라 맞춤형 사업 운영
주민 생활권 공공의료 거점으로서 진료비 부담은 확 줄이고, 동네별·연령별 맞춤 건강 케어를 강화해 최적의 안전 의료망을 구축한 곳이 있다. 바로 대구 중구보건소. 이곳은 단순 예방접종 중심 업무에서 탈피, 일반 진료와 만성질환 예방·노쇠 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다룬다. 주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이상적인 의료 가치를 높인 중구보건소를 밀착 취재해 봤다.
◆혈당검사가 '커피 한 잔 값?'
4일 오전 대구 중구보건소에서 혈당검사를 받은 취재진이 의사로부터 검사 결과와 건강관리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조윤화 기자
"복용하시는 약이 따로 없다면 일반 혈당검사로 접수하면 됩니다. 수수료는 1천230원입니다."
4일 오전 10시쯤 대구 중구보건소 1층 민원실. 중구보건소에서 실시하는 혈당검사를 체험하기 위해 취재진이 직접 민원실 문을 두드렸다. 곧장 민원실 한 직원이 당뇨 관련 검사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고 취재진에게 설명했다. 당일 즉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일반 혈당검사와 최근 3개월간 평균 혈당 수치를 측정해 중장기적인 관리를 돕는 당화혈색소 검사다. 이 직원은 "평소 복용하는 약이 있어 약 처방까지 함께 받는 경우 내과로 접수돼 진료비 500원만 내면 된다. 단순 검사만 진행하면 1천230원의 수수료가 발생한다"고 안내했다. 기존에 복용하는 약이 없던 터라 일반 혈당검사 신청서를 직원에게 건네 접수를 마쳤다.
이후 2층 검사실로 올라가자 대기 시간 없이 곧바로 검사가 진행됐다. 채혈 후 결과가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몇 분. 검사 결과를 들고 다시 1층 진료실로 내려가자 담당 의사가 현재 혈당 수치와 평소 식습관 관리법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1천230원으로 검사부터 의사 상담까지 마친 것이다.
◆내과·한방·물리치료 서비스 '500∼1천800원'
중구보건소 진료비. 중구청 자료 토대로 Gemini 생성
중구보건소는 혈당검사뿐만 아니라 일반 진료와 한방·물리치료 등 전반적인 의료 서비스의 문턱을 낮췄다. 건강보험 가입자가 내과에서 진료와 약 처방을 받으면 총진료비는 6천260원이다. 이중 보험급여가 5천760원이고, 환자 본인부담금은 500원이다. 의료급여 1·2종 대상자는 본인부담금이 없다.
한방진료의 경우, 침 치료 총진료비는 6천260원이다. 보험급여 5천160원을 제외한 본인부담금은 1천100원이다. 물리치료는 매달 첫 진료 때 총진료비 7천760원 가운데 보험급여 6천160원, 본인부담금 1천600원이 적용된다. 특히 만 65세 이상 중구 주민은 관련 조례에 따라 한방진료와 물리치료를 본인부담금 없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진료비 부담 완화는 이용자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중구보건소에 따르면 방문 이용자는 2024년 1만8천114명에서 지난해 2만2천715명으로 1년 새 25%가량 증가했다. 올해도 7월22일 기준 1만4천2명이 보건소를 찾았다.
황석선 중구보건소장은 "주민들이 큰 병으로 병원을 찾기 전에 위험 신호를 발견하고, 치료 뒤에도 건강관리가 이어지도록 하는 게 보건소의 역할"이라며 "진료비 부담이 덜한 만큼, 동네별 건강 수요를 세밀하게 살필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동네마다 다른 건강문제…노인 '맞춤형 관리'로
대구 중구보건소가 대구청년센터 카페에 마련한 '심(心)터 존(ZONE)'에서 한 학생이 혈압을 측정하고 있다. 중구청 제공
중구보건소는 주민 한 사람의 일상을 세심하게 보살피는 맞춤형 의료·건강 체계도 구축했다. 사업 유형은 크게 2가지로 '지역별 케어'와 '고령층 돌봄'이다.
'지역별 케어'를 대표하는 사업은 '우리 동네 건강투게더'다. 지난해 시작한 이 사업은 지역 내 12개 행정동의 건강지표와 취약계층 분포를 분석, 지역별 특성에 맞는 건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업 성과물은 성내1동과 성내3동에서 운영되고 있는 '건강동네 심(心)터'다. 심뇌혈관 건강을 뜻하는 '심'과 일상에서 건강을 관리하는 공간인 '터'를 결합한 이름이다. 주민들이 혈압을 직접 확인하고 건강정보를 접할 수 있다. 주민이 직접 이웃 건강을 살피는 돌봄 서비스도 운영한다. 각 동 통장과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 생활 지원사 등 주민 2∼10명을 '주민 건강리더'로 위촉해 건강취약계층 발굴과 돌봄 관리에 참여하도록 했다.
중구보건소는 지역 어르신들의 운동 프로그램 'Stop 노쇠! Start 근력충전 어르신 건강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동인세대공감마당에서 어르신들이 프로그램에 체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중구청 제공
'고령층 돌봄'은 대면 건강관리 사업들이 주를 이룬다. 2024년부터 운영하는 'Stop 노쇠! Start 근력충전 어르신 건강클럽'이 대표적이다. 어르신들이 집에서 가까운 지역 커뮤니티센터와 도서관, 생활문화센터에서 운동과 건강교육에 참여하도록 구성됐다. 또래 주민들과 만나 사회·문화적 교류까지 꾀할 수 있다. 운영 일정은 6∼7월과 9∼10월 1년에 두 차례다. 올해는 노쇠 예방에 초점을 맞췄다. 치매와 영양, 우울 예방, 구강건강, 만성질환, 사회활동 등 6개 강좌가 개설된다.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한 손상아(여·68) 어르신은 "나이가 들면 집에만 있을수록 몸도 처지고 우울해지기 쉽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30분간 체조도 하고, 원예 수업, 치매 예방 교육, 치과 검진 등 다양한 활동을 해서 정말 좋았다"며 "다음에도 꼭 참여하고 싶고, 우리 지역에 어르신들을 위한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게 참 든든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지역 보건소가 질병을 조기 발견하고 예방을 이끄는 생활권 건강관리 거점으로 자리매김해야만 공공의료 신뢰도와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가톨릭대 나지훈 교수(사회복지학과)는 "보건소의 강점은 단순히 진료비가 저렴하다는 데 그치지 않고, 주민이 생활권 안에서 건강 이상을 조기에 발견하고 지속적으로 관리받을 수 있다는 점"이라며 "중구보건소처럼 기본 검사의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동별 인구구조를 반영해 청년층의 만성질환 예방과 고령층의 노쇠 관리를 병행하는 방식은 도심형 공공보건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종 질병 예방교육과 홍보 캠페인도 지속적으로 펼쳐 주민들이 질환의 위험 신호를 미리 인지하고 조기에 검사와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윤화
사회1팀 조윤화 입니다. 중구 동구 시민단체 복지 맡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