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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림의 날엔 꼭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고 싶습니다”…이용수 할머니의 호소

2026-08-09 09:15

‘여성인권평화재단’ 공약엔 소신 여전
“新재단 전에 지역 역사관부터 살려야”
쇠약해진 건강 속에서도 계속되는 증언
“내가 말하지 않는다면 누가 이야기하나”

지난달 27일 오전 대구 수성구 자택에서 만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이용수 할머니가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윤화 기자

지난달 27일 오전 대구 수성구 자택에서 만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이용수 할머니가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윤화 기자

"이달 기림의 날 행사에서라도 이재명 대통령을 꼭 만나고 싶습니다."


지난달 27일 오전 10시쯤 대구 수성구 자택에서 만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이용수(98) 할머니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만남(영남일보 6월22일자 1·3면 보도)을 여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최근 이 할머니는 이달 14일 열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를 앞두고, 정부 측과 이때 방영될 영상 촬영에 참여했다. 촬영은 지난달 15일 대구 중구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희움'에서 약 4시간 동안 이어졌다. 앞서 본지 인터뷰를 통해 이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뒤 진행된 촬영이었던 만큼, 이 할머니는 대통령 면담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를 품었다. 그러나 촬영 과정에서 면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이 대통령을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없었고, 그저 촬영만 하고 갔다. 혹시 무슨 말이 있을까 기대를 품었는데 아쉬울 따름"이라며 "지난해 기림의날 행사땐 이재명 대통령이 행사장에 직접 오지 않고 영상으로만 인사를 전했다. 올해는 대통령이 행사에 왔으면 좋겠다. 오면 꼭 만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열린 2025 대구광역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평화의 소녀상을 어루만지고 있다. 영남일보 DB

지난해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열린 '2025 대구광역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평화의 소녀상을 어루만지고 있다. 영남일보 DB

이 할머니가 그토록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그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인 '여성인권평화재단(이하 재단)' 설립 계획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서울에 새 재단을 설립하기에 앞서 현재 대구에서 운영 중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역사관 '희움' 등 지역 역사관부터 집중 지원해야 한다는 뜻은 변함이 없었다. 대구는 물론 경기도, 부산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을 기억하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확립할 전국 곳곳 역사관들을 바로 세우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할머니는 자신이 세상에 남긴 증언과 삶의 자취가 온전히 기록되는 서사의 장막이 펼쳐지길 기대했다. 이는 단순히 국가 차원의 중앙 기록에서 탈피해 피해자들의 구체적인 생애와 삶에 대한 '개인적 서사'에 집중해 달라는 의지가 깔린 이 할머니의 단호한 결의였다. 이 할머니는 "주변에서 재단 설립이 대통령 공약인 만큼 응원의 뜻도 함께 밝혀야 대통령을 만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며 "그렇지만 새 재단을 짓기 전에 지금 있는 역사관부터 살려야 한다는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에 본사 격인 재단이 들어서면 지역 차원의 역사적 기억이 묻여질까봐 걱정된다. 시민사회의 노력이 도태되지 않기를 바라는 작은 소망일 뿐"이라며 "재단 설립 법안에 기존 역사관을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고 하는데, 실제로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역사적 해결을 촉구해 온 이 할머니의 시간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자신 스스로 건강이 크게 쇠약해졌다는 말을 건넬 정도. 얼마 전에는 잠을 자다 침대에서 떨어지면서 뺨을 침대 기둥에 세게 부딪히는 사고까지 당했다고 한다. 이 할머니는 "이제는 몸도 아프고 모든 것이 힘들다. 때로는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럼에도 증언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나마저 입을 닫으면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전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며 "내가 말하지 않으면 누가 이야기하겠느냐. 그래서 몸이 힘들어도 불러주는 곳이 있으면 계속 찾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경북지역 일본군 '위안부' 관련 시민단체인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도 이 할머니의 자그마한 소망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서혁수 대표는 "피해자 지원을 맡아 온 지역 조직과 소규모 단체 규모가 갈수록 약화되고, 단체 간 협력 기반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인권 평화재단 설립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생존 피해자가 5명밖에 남지 않은 만큼 재단 설립보다 할머니들이 살아 계시는 동안 실질적인 문제 해결이 이뤄지는 것이 우선"이라며 "재단에 대한 근본적인 설립 논의와 법안 추진 과정을 계속 지켜보고 추가적으로 필요한 의견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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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화

사회1팀 조윤화 입니다. 중구 동구 시민단체 복지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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