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보성<전 삼성라이온즈 선수·전 LG트윈스 감독>
올해 초 필자가 모 공중파 방송에 출연했을 때, 사회자로부터 자기가 생각하는 금년도 삼성 라이온즈의 예상성적을 말해달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 자리에 야구 담당 기자도 한 사람 있었다. 그 기자는 전문가답게 각종 데이터를 제시하면서 삼성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3위를 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반면에 필자는 생각해볼 여지도 없이 곧바로 삼성이 우승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런데 실제로 삼성 라이온즈가 전반기 1위를 차지했다. 삼성이 전반기를 1위로 마친 것은 무려 11년만이란다.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느낌이 나쁘지 않다. 만약 삼성이 우승하면 "달성공원 앞에 돗자리를 까시라"는 기자의 농담도 있었다.
어떻게 해야 우승을 할까. 일본시리즈 9연패의 업적을 이룩했던 가와카미 데쓰하루 감독을 보자. 말이 그렇지 V9는 기적 그 자체다. 2위 기록이 겨우 V3이니 영원히 깨어지지 않을 기록이 맞다. 물론 당시 선수들도 좋았다. 전설의 ON포로 유명한 오 사다하루(王貞治)와 나가지마 시게오 그리고 모리 마사아키 등이 그들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선수라도 감독의 야구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가와카미 감독은 선수시절 '타격의 신'으로 불릴 정도로 컨택 능력이 뛰어났다. 특히 1951년에는 타율 .377을 기록하며 수위타자가 되었고, 374 타석에 고작 6번의 삼진을 당할 정도로 탁월한 선구안을 가졌다. 자신의 능력 탓인지 그는 철저한 관리야구를 했다. 당시 요미우리에는 예의 스타선수들이 즐비했지만 목소리는 없었다. 감독이 언론과의 접촉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금주, 금욕, 도박도 원천봉쇄했다.
가와카미 감독의 저서 '이기기 위한 5가지 방법'을 보면 그는 첫째, 철저히 승부에 임하라, 둘째, 화합이 있는 팀을 만들어라, 셋째, 리더의 성격을 활용하라, 넷째, 자기 자신을 버려라, 다섯째, 위기를 기회로 바꿔라 등등을 제시하고 있다.
일본이 가와카미 감독이라면 미국은 LA 다저스의 전설적인 명감독 토미 라소다 감독을 잊을 수가 없다. 그는 선수시절 무명이었지만 감독으로서는 엄청난 업적을 이루었다. 다저스에서 20년을 재직하면서 와일드카드도 없던 시절 7차례 PO시즌에 올라 2번이나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하였고, 은퇴 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였으며, 감독 시절 등번호였던 2번은 다저스에서 영구결번이 되었다.
그는 박찬호와의 인연으로도 유명하다. LA 다저스에 데뷔할 당시 감독으로 박찬호의 양아버지로 통했다. 박찬호는 이 인연으로 코로나19 사태 시절 일생의 은인이었던 라소다 감독이 별세하자 2주간의 자가격리를 무릅쓰고 장례식에 참석하였고, 입관까지 장례 행렬을 따랐다. 라소다 감독은 전설적인 입담으로도 유명하다. 가장 유명한 말은 "내 몸에는 푸른 피가 흐른다(I bleed Dodger Blue)"였다.
이제 시대가 달라져 가와미 감독의 엄격한 관리야구나 라소다 감독의 자유분방한 욕쟁이 야구는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다. 덕장 박진만 감독은 어떤 방식으로 삼성 야구를 이끌고 선수들과 함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갈까. 지금 대프리카의 무더위 속에 그 꿈이 영글고 있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이제부터 박진만 감독은 새로운 우승 신화를 만들어 나가야 하고, 필자는 돗자리를 사러 가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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