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진 DG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기업 경영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경쟁자의 등장보다 산업 자체가 바뀌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기술과 시장의 변화가 매우 빠른 시대를 살고 있다. 오늘 가장 주목받는 기술과 사업이 내일이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기업에는 '현재의 성공'보다 '미래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됐다.
자동차 산업이 대표적이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오랫동안 자동차 산업의 핵심이었던 내연기관 기술의 중요성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내연기관과 변속기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쌓아온 독일 자동차 기업들이 최근 어려움을 겪는 것도 이런 산업구조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유통 산업도 다르지 않다. 온라인 쇼핑의 확산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대형 할인점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과거에는 넓은 매장과 많은 상품을 갖추는 것이 강점이었지만, 이제는 온라인 플랫폼과 물류, 데이터가 핵심 경쟁력이 됐다.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홈플러스 역시 이러한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
그렇다면 기업은 급격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새로운 사업을 직접 개척하는 것이다. 자동차 회사가 로봇이나 방산 분야로 진출하고, 제조기업이 AI 기업을 자회사로 설립하는 방식이다. LG그룹이 기존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면서 엑사원(EXAONE)을 통해 AI 분야에 도전하는 것도 이런 움직임의 하나다. 기존 사업에서 축적한 기술과 자금, 인재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연결하는 전략이다. 이 방식의 장점은 새로운 시장의 주도권을 직접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사업을 처음부터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과 자본이 필요하고 실패 위험도 크다. 따라서 기업은 자신이 가진 기술과 인재가 새로운 분야에서도 경쟁력이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둘째는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사업을 운영하기보다 기업벤처캐피털을 만들거나 투자회사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본업을 가진 기업이 미래 성장산업의 상장주식에 투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투자가 성공하면 투자이익이 본업의 영업이익보다 커질 수도 있다. 금융회사 역시 고객 자본뿐 아니라 자기자본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과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투자 전략의 장점은 여러 산업과 기업에 자금을 나누어 투입함으로써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직접 신사업을 만드는 것보다 빠르게 미래 산업에 참여할 수 있다.
결국 기업은 본업에 더해 '투자'라는 새로운 기능을 갖출 필요가 있다. 다만 두 전략은 요구되는 경쟁력이 다르다. 신사업 개척은 높은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더 큰 성공을 기대하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전략으로 모험가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반면 여러 사업과 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전략은 상대적으로 위험을 낮추면서 중간 수준의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으로 냉철한 분석력이 필수이다.
어느 길을 택할지는 기업의 역량과 자금, 위험 감수 능력에 달려 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은 아니다. 변화의 속도가 빠를수록 현재의 성공에 머무르는 순간 경쟁력은 약해진다. 기업은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미래에 투자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변화가 끝난 뒤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변화가 시작될 때부터 준비하는 것이다. 현재의 성공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재에 머무르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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