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 빅타이거그룹 대표·기타리스트
문화예술 현장에서 지원사업은 예술가가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좋은 발판이 된다. 하지만 어떤 장르에서는 지원이 없으면 활동 자체를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문화재단이나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등의 지원사업을 살펴보다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순간이 종종 있다. 청년예술가를 위한 지원사업은 많고, 원로예술가를 위한 지원도 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있는 예술가들을 위한 자리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청년은 지원해야 할 대상이고, 원로는 보호하고 예우해야 할 대상이다. 그렇다면 그 사이에 있는 중년·중견 예술가는 누구일까.
청년 예술가에게는 창작지원금과 데뷔 기회, 교육과 레지던시 등이 제공된다. 원로 예술가에게는 오랜 시간 예술에 헌신했다는 이유로 활동과 업적을 보존하기 위한 지원이 이어진다. 하지만 40대와 50대의 예술가는 어떨까. 이미 경력이 있으니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사람으로 여겨지고, 아직 원로라고 하기에는 이르다. 결국 가장 왕성하게 활동해야 할 시기에 정책의 틈에 놓여 예술계를 떠나는 모습을 종종 봐왔다.
물론 중견예술가에게 무조건적인 지원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지원사업이 없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가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중견의 시기는 예술가에게 매우 중요하다. 젊은 시절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언어를 만들고, 작품을 제작하며 선후배 예술가들과 협업한다. 개인의 성장을 넘어 후배를 양성하고, 새로운 기획을 만들며 하나의 예술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시기이기도 하다.
청년 예술가에게 필요한 것이 '기회'라면 중견 예술가에게 필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일 수 있다. 작품 하나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서 나아가 관객을 개발하고, 작품을 브랜드화하고, 민간투자와 기업을 연결하며, 후배 예술가를 양성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문화예술을 복지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예술가 역시 생애주기에 따라 다른 지원이 필요하다. 청년은 진입과 성장, 중견은 확장과 지속, 원로는 전승과 보존이라는 식으로 예술가의 삶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특히 중견예술가는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니라 문화예술 생태계의 중요한 자산이다. 오랜 현장 경험과 네트워크, 수많은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가진 이들을 어느 순간 '지원 대상이 아니다'라고 분류하는 것은 개인 한 명을 넘어 그 사람이 가진 문화적 자산과 가능성까지 놓치는 일이다.
예술가에게 필요한 것은 평생 지원금이 아니라 평생 예술가로 살아갈 수 있는 구조다. 청년과 원로 사이에서 사라져가는 예술가들을 이제는 정책의 중심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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