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청, 현 사원 부지-옛 대현파출소 맞교환 제안
“주거권·종교활동 보장” vs “규모 협소, 행정편의”
대체 부지 면적·증축비 등 이전 조건도 쟁점
전문가 “당사자 합의·절차적 정당성 확보해야”
지난 10일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립 현장에 2023년 12월 공사가 중단된 뒤 2년 8개월째 건물 골격과 철골 구조물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북구청이 최근 기존 부지에서 약 200m 떨어진 옛 대현파출소 부지로 사원을 이전하고 기존 부지와 대물 교환하는 방안을 건축주 측에 제안하면서, 수년째 이어진 갈등이 이전을 통해 해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영남일보DB
대구 북구청과 건축주 간 5년 넘게 평행선을 달려온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슬람사원 건립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사업부지 이전'을 제안한 북구청의 중재안을 두고 건축주 측이 난색을 표하면서다. 이에 대해 북구청은 현 사업부지를 옛 대현파출소 쪽으로 옮기는 방안이 주거권과 종교활동을 지키는 현실적 대책이란 입장이다. 반면, 건축주는 이전지 규모가 현 부지보다 협소하고, 적법한 권리가 보장된 상황에서 일방적인 이전 강요는 부당하단 주장이다.
15일 대구 북구청에 따르면, 최근 구청은 이슬람사원 건립 사업과 관련해 기존 부지(대현동 252-13번지)에서 200m가량 떨어진 옛 대현파출소 터(대현동 251-6번지)를 새 부지로 설정하는 '사업부지 이전'을 건축주(무슬림 유학생 등)에게 공식 제안했다.
앞서 북구청은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을 둘러싸고 건축주 측과 지속 갈등을 빚어 왔다. 2020년 당시 건립 허가가 떨어지며 그해 말 착공이 본격화됐지만, 주민 반발을 이유로 북구청이 2021년 초 공사중단 조치를 시행했다. 이후 공사 재개에 대한 법적 다툼이 이어졌고, 2022년 대법원에서 건축주 손을 들어주며 일단락됐다. 그러나 공사 설계 문제가 불거지며, 북구청이 재차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려 또다시 갈등이 비화됐다. 최근엔 건축주 측과 시공사 간 손해배상소송까지 벌어지며 대현동 이슬람 건립 사업은 수년간 표류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북구청이 꺼내든 해법(중재안)이 '부지(건물) 맞교환'이다. 이는 건축주 측이 국유재산인 옛 대현파출소 부지를, 기존 건립부지를 북구청이 사들이는 방식으로 대물을 교환하는 상호 매입 형태의 구조를 띤다. 현재는 이전안을 제안한 단계로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예산은 마련되지 않았다. 북구청은 건축주 측이 제안을 수용하면 감정평가와 국유지 매입, 구의회 절차 등을 거칠 예정이다.
지난 10일 대구 북구 대현동 옛 대현파출소 부지에 과거 파출소로 사용되던 건물이 분홍색으로 칠해진 채 빈 건물로 남아 있다. 영남일보 DB
문제는 북구청과 건축주 간 '입장 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북구청이 제안한 옛 대현파출소 건물이 기존 사업지 규모보다 작다는 게 걸림돌로 작용한 것. 당초 기존 부지에 지어질 예정이던 건물 규모는 지상 2층에 연면적 254.14㎡이다. 반면, 옛 대현파출소 부지에 있는 건물 규모는 지상 3층, 연면적 163㎡이다.
이에 대해 북구청은 이슬람사원 이전지가 다소 협소하더라도 대로변에 자리해 접근성이 좋고, 주택가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입장을 표했다. 북구청 건설과 김현 1팀장은 "현 부지에서는 주민의 주거 평온권과 무슬림 공동체의 종교활동이 계속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며 "사원을 없애거나 외곽으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인근 대로변으로 옮겨 양측의 권리를 함께 보장하려는 방안"이라고 했다.
반면, 건축주는 경북대 인근 무슬림 유학생이 200여명에 이르는 데다 현재 사용 중인 임시 기도처도 비좁은 상황에서 충분한 기도 공간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슬람사원 건축주 중 한 명인 '칸 이스마일'씨는 "옛 대현파출소 건물은 현재 계획된 사원의 기도 공간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라며 "화장실과 계단 등 필수 공간을 제외하면 실제 기도실로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은 더 줄어 많은 신도가 이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을 논의하려면 최소한 현재 허가받은 사원과 비슷한 수준의 공간이 확보돼야 한다"고 했다.
이에 더해 법적 문제가 풀린 종교시설을 주민 반발을 이유로 이전시키는 행정력 자체가 불합리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안승택(경북대 고고인류학과 교수) 대구 이슬람사원 대책위원회 대표는 "처음 북구청 공사 중지 명령을 통해 갈등이 본격화된 만큼 행정에도 기본적인 책임이 있다"며 "이슬람사원은 적법한 건축허가를 받았고, 공사 중지 명령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도 나왔다. 행정이 예산을 들여 종교시설을 이전하는 전례가 거의 없는 만큼, 북구청이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갈등 해소를 위해 이슬람사원 건립 사업과 묶인 이해당사자 간 사회적 합의와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북구청, 주민, 건축주 모두가 수용할 수 있도록 보다 정형화된 해법이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경북대 하혜수 교수(행정학과)는 "대체 부지 이전은 장기간 고착된 갈등을 풀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지만, 행정이 정한 해법을 건축주에게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해서는 안 된다"며 "건축주와 주민이 동등하게 참여하는 협의 과정에서 부지 가치와 시설 규모, 비용 부담, 기존부지 활용 방안 등을 투명하게 논의해야 장기간 누적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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