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찾은 국중박
사유의 방에서 얻은 울림
국보에서 떠올린 우승컵
관중 열기로 뜨거운 라팍
정상 향한 험난한 여정
영남일보 체육팀 임훈 차장
최근 자녀의 여름방학을 맞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이하 국중박)에 다녀왔다. 지난 2012년 가을, 프로야구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 기간 중 잠실야구장 경기를 앞두고 짬을 내 국중박을 찾은 이후 첫 방문이었다.
당시 국중박을 둘러보며 교과서에서나 봤던 유명한 문화유산들을 흥미롭게 감상한 기억이 있었기에 아들들에게도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국중박이 과거보다 늘어난 관람객으로 채워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다소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문화유산을 감상했던 14년 전과 비교하면 180도 달라진 분위기였다. 지난해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 직후보다는 덜 붐비는 모양새였지만 여전히 남녀노소 인파로 북적였다.
특히 눈에 띄었던 부분은 '사유의 방'이었다. 2021년 문을 연 사유의 방에는 국보 반가사유상 두 점이 나란히 전시돼 있다. 어두운 복도를 따라 사유의 방에 들어서니 전시장 끝부분에 반가사유상 두분이 각각 자리를 잡고 관람객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앳되어 보이면서도 여성스럽기까지 한, 평화로우면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반가사유상의 아우라에 압도되면서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와' 하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반가사유상과의 조우 이후였다. 찬란한 문화유산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문득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이하 라팍) 로비에 전시된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역대 우승컵이 떠올랐다. 국보를 접한 직후 떠올랐다는 것이 프로야구라니, 이 정도면 거의 직업병 수준의 집착이다.
반가사유상처럼 구도의 길을 찾기 위해 나 자신을 내려놓지는 못한다는 아쉬움이 들어 헛웃음도 나왔다. 나 역시 한 인간에 불과하니 '어찌 미륵부처의 반열에 든 인물들과 나를 비교하겠는가' 하는 마음이 절로 드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프로야구 팬이자 스포츠 담당 기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우승컵은 해당 시즌 선수들의 피와 땀, 눈물은 물론 팬들의 환호와 탄식이 서린 상징물이자 성배다.
특히 라팍 로비에 자리한 삼성의 역대 우승컵 중 기자의 과거 프로야구 출입 시절인 2012년도 우승컵이 개인적으로 가장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당시 비 내리던 잠실야구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순간 노트북을 부여잡은 채 썼던 경기상보는 대구지역 일간지 소속의 스포츠 기자로서는 잊을 수 없는 추억 중 하나다.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우승컵을 들고 축하 세리머니를 펼치는 상황을 그라운드에서 직접 바라본 기자의 입장에서는 가장 기억에 남는 한국시리즈였다.
국중박 방문 인파가 급증한 것처럼 라팍이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예전보다 더 많은 야구팬이 발걸음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KBO에 따르면 16일 기준 라팍의 올해 누적 관중은 119만 2천271명으로 LG의 124만9천495명에 이어 리그 2위다. 잠실야구장을 찾는 삼성팬의 숫자가 적지 않은 부분까지 감안한다면 오프라인에서 삼성의 인기가 리그 순위권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어쨌든 지금의 추세라면 올해 정규시즌 라팍의 누적 관중이 170만명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고의 자리를 향해 삼성 라이온즈가 갈 길은 험난하다. 삼성, KT, LG로 구성된 3강 체제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려면 정규시즌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야 한다. KIA와 두산의 뒷심도 만만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후반기 남은 경기 동안 누가 한국시리즈 우승에 더 다가갈지, 매경기 긴장되는 마음으로 프로야구 현장을 지켜야 할 것 같다.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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