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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머물고 드라마가 흐르는 #포항_로그인⑩·끝]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을 때 ‘송도해수욕장과 송림테마거리’

2026-08-20 06:20

바다와 솔숲, 철길이 건네는 위로…렌즈 너머 펼쳐진 포항의 추억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야경이 보이는 송도해수욕장. 송도해수욕장은 1931년 향도해수욕장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개장했고, 2007년 폐장한 후 18년 만인 2025년 부활했다. 송도해수욕장은  드라마 스프링 피버,  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 등의 촬영장이 됐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야경이 보이는 송도해수욕장. 송도해수욕장은 1931년 '향도해수욕장'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개장했고, 2007년 폐장한 후 18년 만인 2025년 부활했다. 송도해수욕장은 드라마 '스프링 피버', '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 등의 촬영장이 됐다.

18년 만에 다시 개장한 송도해수욕장

드라마 속 주인공들 추억의 장소로

도시숲 변신한 송림테마거리·철길숲

시민 휴식공간이자 촬영지로도 각광

송도해수욕장은 1931년 '향도해수욕장'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개장했다. 개장 이듬해에는 1만 명의 피서객이 몰렸고, 이후 피서철마다 10만 명이 넘는 인파로 북적였다. 길이 3㎞가 넘는 넓디넓은 백사장은 '송도불'이라 불렸다. 모래는 몸에 달라붙지 않을 정도로 희고 고왔다. 앞바다는 멀리 70m까지 수심이 얕았다. 바닷물은 속이 훤히 비칠 만큼 맑고 투명했으며, 간만의 차가 거의 없었고 수온도 적당했다. 여름이면 송도 바닷가에 천막촌이 들어섰고 해수욕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포항송도해수욕장은 1970년대까지 동해안 최고의 휴양지로 전국적인 명성을 떨쳤다.


포항 송도해수욕장. 2007년 폐장된 송도해수욕장이 포항시의 백사장 복원 노력으로 2025년 7월 재개장했다. 백사장의 길이는 1.7㎞ 정도다.

포항 송도해수욕장. 2007년 폐장된 송도해수욕장이 포항시의 백사장 복원 노력으로 2025년 7월 재개장했다. 백사장의 길이는 1.7㎞ 정도다.

포항 송도해수욕장 평화의 여상.

포항 송도해수욕장 평화의 여상.

◆송도해수욕장과 송림테마거리


1968년 포항제철이 들어서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송도해수욕장은 쇠퇴하기 시작했다. 형산강을 따라 폐수가 흘러들어 왔고 포항항과 형산강에 도류제를 건설한 이후에는 사빈의 침식현상이 심화되었다. 1970년대 말에는 두 차례의 큰 해일로 백사장이 유실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1983년에는 태풍이 왔다. 그렇게 송도해수욕장의 백사장은 대부분 사라졌다. 피서객의 발걸음이 점차 끊겼고 주변 상가도 하나둘 문을 닫았다. 결국 2007년 송도해수욕장은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채 폐장되고 말았다.


포항시는 2012년부터 송도해수욕장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쳤다. 특히 백사장 복원에 공을 들였다. 그리고 2025년 7월, 18년간의 공백기를 마치고 마침내 송도해수욕장은 부활했다. 모래밭은 희고 넓다. 모래 알갱이들은 간지러울 정도로 부드럽다. 현재 백사장의 길이는 1.7㎞ 정도다.


송도해수욕장은 드라마 '스프링 피버'의 두 주인공 윤봄(이주빈)과 선재규(안보현)가 처음 만난 곳이다. 가로등 불 밝힌 모래밭 너머로 포스코의 야경이 찬란했던 밤, 송도해수욕장의 도로가를 정신없이 걷던 봄이 트럭에 치일 뻔한 것을 재규가 구해 준 것. "죽을라 한 겁니까, 죽을 뻔한 겁니까?"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봄에게 재규는 주머니에서 빨간 마카롱을 꺼내 손에 쥐어주었다. "우울할 땐 단 게 최곱니다." 마지막 화에서 봄과 재규는 그들만의 추억의 장소에서 사진을 찍기로 한다. "생각해 보니까 봄이 씨랑 찍은 사진도 몇 장 없는 깁니다. 그래서 같이 지냈던 추억들을 사진으로 기록하면 어떨까 하고. 그라믄 서로가 어디 있든지 같이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겠습니까?" "좋아요. 아, 거기부터 가면 되겠다." 봄이 이끈 첫 번째 추억의 장소가 송도 해변이다. 불 밝힌 포스코를 배경으로 가로등 불빛 밝은 해변에서 둘은 사진을 찍는다. 사진 속 두 사람은 활짝 웃고 있다.


드라마 '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에서 오상식(유준상)은 강여름(공승연)이 소속되어 있는 오구 엔터의 대표다. 그의 사무실에는 송도 바다에 발이 젖은 채 포스코를 향해 서 있는 뒷모습의 사진 한 장이 놓여 있다. 어느 날 그는 헤어진 전 부인 양선아(유지원)에게 그 사진에 대해 물었다. "이걸 아직 가지고 있었구나. 거기 우리가 같이 간 마지막 여행지야. 몰라?" "여행?" "우리 딸 보내고 같이 여행간 적 한 번도 없잖아. 거기가 우리가 부부로 사는 동안 마지막으로 간 여행지였어. 여행이 목적은 아니었지만. 아, 내가 오대표 기억 못 할 줄 알았다. 치… 포항이잖아."


두 사람은 어린 딸을 잃고 송도 바다를 찾았었다. 양선아는 딸의 사진을 바다에 띄우며 말했다. "바다도 느껴 봐, 우리 딸. 엄마 잊지 마." 그때 오상식은 뒤돌아 말 없이 서 있었다. "아…맞다. 그. 거기구나." "이게 우리가 같이 찍은 유일한 사진이야. 이 사진 내가 찍은 거니까. 당신도 나도 있는 유일한 사진." 이제는 남남이 된 두 사람의 담담한 대화였다.


송도해수욕장 뒤편에는 송림이 빽빽하게 펼쳐져 있고 이 길은 송도 송림 테마거리로 변신했다. 백여 년 동안 방풍림 기능을 하던 송림은 2018년 시민들을 위한 숲이 되었다.

송도해수욕장 뒤편에는 송림이 빽빽하게 펼쳐져 있고 이 길은 송도 송림 테마거리로 변신했다. 백여 년 동안 방풍림 기능을 하던 송림은 2018년 시민들을 위한 숲이 되었다.

송도 송림 테마거리의 숲속에는 산책로와 함께 체육시설과 편의시설, 유아 놀이 숲, 물빛 누리 공원 등 다양한 시설이 조성되어 있다.

송도 송림 테마거리의 숲속에는 산책로와 함께 체육시설과 편의시설, 유아 놀이 숲, 물빛 누리 공원 등 다양한 시설이 조성되어 있다.

◆송도 송림 테마거리


송도해수욕장의 배면에는 송림이 빽빽이 펼쳐져 있다. 솔숲은 전체 면적이 32㏊(31만7천355㎡)나 되고 해송 등의 수목이 3만4천551 그루가 식재되어 있다. 백여 년 동안 방풍림의 기능을 수행했던 송림은 2018년 시민들을 위한 도시 숲이 되었다.


숲속에는 산책로와 함께 체육시설과 편의시설, 유아 놀이 숲, 물빛 누리 공원 등 다양한 시설이 조성되어 있다. 옛날 송림을 가로지르던 아스팔트 도로는 보행자 중심의 송림 테마 거리로 변신했다. 솔개천이 흐르고 바닥 분수가 솟아오르고 다양한 예술작품이 사람들과 어우러진다.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에서 송도 송림은 두 주인공이 치열한 일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서로를 더욱 알아가는 장소로 등장한다.


보랏빛 맥문동이 가득 피어난 송림 속을 강지윤(한지민)과 유은호(이준혁)가 나란히 걸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근데, 왜 안 물어 봐요? 궁금할 텐데." "궁금은 한데, 상처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은호씨도 안 물어 봤었잖아요." "많이 힘들어했어요. 숨이 안 쉬어진다는데, 잡을 수가 없더라고요." "원망 안 해요?" "뭐, 처음엔 좀 그랬는데 지금은 기억도 희미해요." "연락은요?" "한 번도 한 적 없어요. 소식도 모르고." "별이는 알아요?" "사실 몰랐으면 했는데, 크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더라고요. 근데 별이가 한 번도 티 낸 적이 없어요. 그렇게 되고 나서 둘이 막막하게 있는데 그 쪼그만 게 뭘 안다고 내 손가락을 잡더라고요. 그것도 아주 세게 꽉.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죠. 그 책임감으로 지금까지 살고 있어요. 내가 별이를 키운 게 아니라 별이가 날 키운 거 같은데요." 솔숲을 걸으며 은호는 이혼의 이유와 홀로 별이를 키우던 시간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송림테마거리의 바닥 분수가 시원하게 반짝거리는 길을 걸어갔다.


송림테마거리는 드라마 '마이유스'에서 성제연(천우희)이 선우해(송중기)에게 자전거를 배우던 곳이기도 하다. 스무 살의 선우 해는 가정 형편으로 사랑을 포기했었고 서른다섯의 선우 해는 시한부 판정을 받고 또다시 사랑을 포기하려 제연을 밀어내고 있었다. 밀어내면서도, 차마 외면하지 못한 채 해는 제연의 자전거를 붙잡아 주었다. "조심해. 팁? 뭐, 균형 잡기, 겁 안 내기, 안 다치기." "쳇, 그것도 팁이라고." "상상하지 않기. 공포도 상상력에서 오는 거니까. 넘어지는 거부터 떠올리지 마. 그냥 앞만 보고 가." "넌 그게 돼?" "응, 되니까 타지."


포항 철길 숲은 기차가 다니던 철도가 있는 긴 산책로다. 요즘은 사람이 걷고 자전거가 달린다. 1918년 개통된 동해남부선의 철로가 2018년 숲길로 변신했다. 드라마 마이유스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포항 철길 숲은 기차가 다니던 철도가 있는 긴 산책로다. 요즘은 사람이 걷고 자전거가 달린다. 1918년 개통된 동해남부선의 철로가 2018년 숲길로 변신했다. 드라마 '마이유스'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포항 철길숲. 2015년 4월, 포항역은 고속철도(KTX) 신설과 함께 포항시 북구로 이전했다. 이후 2018년 철길은 숲길로 변신했다.

포항 철길숲. 2015년 4월, 포항역은 고속철도(KTX) 신설과 함께 포항시 북구로 이전했다. 이후 2018년 철길은 숲길로 변신했다.

◆철길 숲


자전거를 타고 비틀비틀 나아가던 제연은 해에게 말한다. "보고 싶었어. 내내 생각해 봤는데 결론은 같더라. 내가 너 계속 보겠다고 하면 어떻게 돼?" "제연아. 제발… 제발 그러지 마." "내내 네 생각만 하는데 이유를 모르겠어. 네가 미워서인지 안타까워서인지. 그래서 온 건데 얼굴 보니까 알겠다. 정리가 안 돼 마음이. 난 이렇게 못 끝내." "이미 끝났어. 너한테 짐 얹어주기 싫어. 시작해 봤자 끝까지 책임질 수가 없어. 약속 못 할 일들로 너 외롭게 하고 또 너 울게 하고 그런 일이 없단 보장이 없다고. 난 내가 좋아하는 사람 웃게 해 주고 싶지 울리고 싶지 않아. 나 때문에 네가 참는 게 싫어. 네가 너를 못하게 되는 게 싫다고. 그러니까 낭비하지 말라고, 나한테. 나도 앞으로 나한테 벌어질 일들을 몰라. 그걸 같이 감당하자는 것도 내 최선은 아니라고." 밀어내는 해와 붙잡는 제연의 눈물 뒤로 어른대던 숲이 포항 철길 숲이다.


철길 숲은 철길이 있는 긴 산책로다. 오직 사람이 걷고 자전거가 달리는 길이다. 꽃들이 피어나고 나무들이 그늘을 넓히며 멋진 조형물들이 성큼 다가오고 분수가 시원하게 하늘과 땅을 적신다. 이 길은 1918년 개통된 동해남부선이었다. 이 길을 따라 포항제철소 산업 역군들의 통근 열차가 달렸고 해병대 입대 장병은 물론 보릿고개 시절 식량도 실려 왔다. 그 시간이 100여 년이다. 2015년 4월, 포항역은 고속철도(KTX) 신설과 함께 포항시 북구로 이전했다. 이후 2018년 철길은 숲길로 변신했다. 효자역에서 옛 포항역을 거쳐 서산터널까지 4.3㎞, 철길 숲은 기차 없이도 계속되는 삶의 공간이다.


제연은 말했다. "인생 내기 같은 거라며. 많이 따는 날도, 탈탈 털리는 날도 있는 거라며. 근데 왜 너는 항상 잃는 데에만 걸어? 그냥 못 이기는 척하고 해 보면 안 돼? 난 계속 하나만 묻고 있다고. 내가 좋은지 싫은지." 해는 풀린 제연의 신발 끈을 묶어주며 말한다. "싫어. 됐어?" 그러나 다시 단단하게 묶인 신발 끈은 놓지 못한 사랑이자 다시 시작될, 그리고 지속될 생이었다.


글=류혜숙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공동기획 - 포항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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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용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사진 전문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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