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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축산물공판장 새 길을 찾다 ‘고령 존치’ 첫 관문 넘었지만…1천500억원·6만㎡ 부지 과제

2026-08-24 21:18

합천·구미 유치 움직임에 고령군 지난해 선제 용역
농협, 내년 시설 규모·사업비 등 구체화 용역 예정
현 부지 두 배 이상 필요…산업단지 입지도 검토 가능

건립한지 33년된 고령축산물공판장 전경. 석현철 기자

건립한지 33년된 고령축산물공판장 전경. 석현철 기자

타 지역의 유치 움직임 속에서 고령축산물공판장이 '고령군 내 존치'라는 첫 관문을 넘었다. 고령군과 농협경제지주가 지난 14일 체결한 업무협약(MOU)에 사업 위치를 '경북 고령군 일원'으로 명시하면서다.


그러나 이전 부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사업 규모와 투자비, 추진 일정도 미정이다. 협약서상 사업계획 수립과 투자·운영 주체가 농협경제지주인 만큼 농협이 내년에 추진할 예정인 기본구상 용역이 사업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1993년 문을 연 고령축산물공판장은 하루 평균 소 350마리와 돼지 700마리를 처리하는 경북 유일의 농협 거점도축장이다. 농협과 유관기관·협력업체 직원 등 407명이 근무하며 고령과 성주·칠곡, 대구 달성, 경남 합천 등의 축산농가가 이용한다.


하지만 개장한 지 33년이 지나면서 시설 노후화가 한계에 이르렀다. 고령군이 지난해 시행한 연구용역에서는 노후 중유보일러와 전기용량 부족, 성수기 폐수처리 한계, 낮은 도축 레일과 좁은 작업공간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자동화 설비와 강화된 방역·환경시설을 도입하려면 부분적인 보수보다 신축·이전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건립한지 33년된 고령축산물공판장 전경. 석현철 기자

건립한지 33년된 고령축산물공판장 전경. 석현철 기자

고령군이 지난해 선제적으로 용역에 나선 데는 합천과 구미 등 다른 지역의 공판장 유치 움직임도 영향을 미쳤다. 군은 용역 이후 고령의 광역교통망과 축산 생산기반, 지역 균형 등을 근거로 지역 내 존치 필요성을 농협에 제안해 왔다. 공판장이 떠나면 407명의 일자리와 축산농가의 판로, 주변 가공업체와 식당 등 상권에도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사업비와 부지 확보가 최대 난제로 꼽힌다. 2020년 나주혁신산업단지에서 가동을 시작한 나주축산물공판장은 7만3천954㎡ 부지에 848억원이 투입됐다.


이동원 고령군 축산정책과 팀장은 부대사업 등을 합친 나주 공판장의 실제 소요비용을 약 1천200억원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6년간 오른 공사비와 나주보다 큰 고령의 도축 규모를 고려하면 고령 공판장 신축에는 최소 1천500억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의 투자재원 조달이 사업 추진의 핵심 변수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고령군과 농협경제지주 관계자가 지난 14일 고령군청에서 고령축산물공판장 신축 이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고령군청 제공

고령군과 농협경제지주 관계자가 지난 14일 고령군청에서 고령축산물공판장 신축 이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고령군청 제공

현재 고령 공판장 부지는 3만153㎡로 약 9천평이다. 새 공판장에는 지금의 두 배가 넘는 6만㎡ 이상의 부지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주처럼 산업단지 안에 공판장을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지만 교통 접근성과 기반시설, 민가와의 거리, 악취·소음 민원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이전 후 기존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과제다. 주변 상권 침체를 줄이기 위해 기존 시설을 확장 개념으로 활용할지 매각할지는 소유자인 농협이 결정해야 한다. 농협은 내년 용역을 통해 새 시설의 면적과 규모, 기반시설, 사업비와 후적지 활용 방안 등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이번 MOU로 고령군 내 존치 원칙과 양 기관의 역할은 정해졌다. 농협은 사업계획과 투자·운영을 맡고 고령군은 인허가와 기반시설 지원, 국·도비 확보 노력, 주민 의견수렴과 민원 조정을 담당한다.


고령군과 농협경제지주 관계자가 지난 14일 고령군청에서 고령축산물공판장 신축 이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고령군청 제공

고령군과 농협경제지주 관계자가 지난 14일 고령군청에서 고령축산물공판장 신축 이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고령군청 제공

고령군 축산정책과 이동원 팀장은 "농협이 용역을 통해 시설 규모와 사업비, 부지 조건 등 구체적인 사업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군도 그 결과를 바탕으로 부지와 기반시설 지원, 주민 수용성 등을 놓고 실질적인 협의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령군 내 존치라는 첫 단추는 끼웠다. 이제 농협의 사업 구체화와 투자 결정, 고령군의 부지 선정과 주민 설득이 얼마나 속도감 있게 이뤄지느냐에 고령축산물공판장의 향후 30년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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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현철

지역의 변화와 사람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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