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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단 검사에 AI 도입했더니 정확도 50→95%…쇠락하던 섬유의 ‘재발견’

2026-08-24 17:15

경북 성주 유일코퍼레이션 제조현장 가보니
숙련공 70% 검출률 AI가 95%로 끌어올려
비용 걸림돌…“공동 인프라 선제 구축해야”

지난 13일 경북 성주군 월항면의 <주>유일코퍼레이션 제조 현장에서 만난 류준상 대표가 AI 기반 검사 공정을 설명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승엽기자

지난 13일 경북 성주군 월항면의 <주>유일코퍼레이션 제조 현장에서 만난 류준상 대표가 AI 기반 검사 공정을 설명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승엽기자

"숙련공도 놓치는 걸 인공지능(AI)은 봅니다. 이젠 섬유가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로 업종을 바꿀까 봐요." 지난 13일 경북 성주군 월항면 섬유 제조 현장에서 만난 류준상 <주>유일코퍼레이션 대표는 AI 도입 성과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1997년 설립된 유일코퍼레이션은 직원 10여명을 둔 지방 중소기업이다. 3차원 입체형 블라인드용 원단을 생산하는 이 기업은 7년 전 원단 검사 공정에 비전센서 기반 AI 검사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기존 공정은 작업자의 육안과 경험에 전적으로 의존해 검사자의 숙련도에 따라 품질과 정확도 편차가 컸다. 숙련공의 결점 검출률이 70% 수준에 머물렀고, 신규·미숙련 작업자가 맡으면 50%까지 떨어졌다. 놓친 결점이 후공정에서 발견되면 불량 판정과 추가 비용까지 떠안아야 했다. 류 대표는 "오전까진 곧잘 결점을 잡아내던 숙련공들도 오후 3시쯤 되면 안 보인다고 하더라"며 "최종 불량 판정을 받아 염색 등 후공정 작업비까지 물어주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고 말했다.


류 대표가 4천만원을 들여 도입한 AI 비전검사 시스템은 생산된 원단 롤러를 거치대에 올리면 AI 검사기가 원단을 풀어가며 양면을 검사하고, 마지막 단계에서 작업자가 최종 검수하는 방식이다. 원단의 이상 유무를 AI가 판별하고, 검사 결과를 데이터화하면 사람은 '최종 판정'만 내리면 된다.


성과는 기대 이상이다. 오염과 실 뭉침·끊김·제직 불량 등 사람이 두 눈 부릅뜨고 살펴도 놓치기 일쑤였던 결점을 AI는 정확하게 잡아냈다. 숙련공도 70%대에 머물던 검사 정확도가 AI 도입 이후 95% 수준까지 올랐다. 품질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주문이 몰려들었다. 류 대표는 9천만원을 추가 투입해 새 AI 검사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산업용 다관절 로봇 도입에도 박차를 가하며 '지능형 스마트팩토리'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류준상 대표는 "지방에 있는 전통 제조업은 사람 관리가 가장 어렵다. 숙련공 의존도가 큰데, 그마저도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AI를 도입했더니 젊은 인력들도 우리 회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 놀라운 변화와 경험을 업계와 나누고 싶다"고 환하게 웃었다.


◆부가가치율 43.9%…섬유의 재발견


대구경북의 전통 주력업종인 섬유산업에 'AX(인공지능 전환)' 바람이 불고 있다. 유일코퍼레이션 사례처럼 AI를 제조 공정에 적용한 성공 모델이 하나둘 등장하면서다. 고령화와 숙련인력 부족으로 생산현장 어려움이 커지는 상황에서 AX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23일 한국섬유개발연구원 등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대구지역 섬유류 수출액은 7억4천만달러로 집계됐다. 한화로 1조원이 넘는 액수다. 전 산업 대비 8.2% 수준으로, 예전만은 못하지만 여전히 지역경제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지닌 주력산업군 중 하나로 평가된다. 경북의 섬유 수출액은 그 두 배인 14억8천600만달러에 달한다.


주목할 점은 높은 부가가치율이다. 2023년 기준 섬유·의류의 부가가치율은 43.9%로, 주요 산업군 중 가장 높았다. 제조업(33.7%)·자동차(28.1%)·철강(24.3%) 등 전통 산업군은 물론, 기타전자부품(39.2%)·정밀화학(41.9%) 등 첨단산업으로 분류되는 업종보다 높은 수치다. 부가가치율은 기업이나 산업이 생산·판매한 금액 중 새롭게 만들어낸 가치를 나타내는 비율을 뜻한다. 원가(원료) 대비 수익성이 크다는 의미로, AI 도입을 통해 제품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생산성을 높인다면 산업의 경쟁력과 지속 가능성을 한층 끌어올릴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AX 절실하지만…영세기업엔 그림의 떡


높은 잠재력에도 섬유산업 위상은 위축되고 있다. 2025년 대구경북 주요 수출 품목에서 섬유류 비중은 4.7%로, 전년(4.9%)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2021년(5.7%)과 비교하면 4년 만에 1%p 줄었다. 장기 업황 부진에 인력난과 생산비 상승 등 구조적 어려움이 겹쳤고, 최근에는 중동 정세 불안 등 대외변수까지 더해지며 업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숙련인력의 고령화와 인력 부족 문제 해소는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과제로 꼽힌다. 숙련공의 노하우를 디지털 자산화함으로써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제조원가 절감과 품질 고도화까지 달성할 수 있는 AX가 새 돌파구로 주목받는 이유다.


다만, 지역 제조현장의 AX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상당수 기업이 생산설비에서 데이터를 수집·관리하는 수준까지 올라왔지만, AI와 로봇을 실제 생산 공정에 도입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이다. 10인 미만 사업체가 90%에 육박할 정도로 영세기업이 절대다수인 지역 섬유업계에서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이 필요한 AI·로봇 투자는 말 그대로 '배부른 고민'일 수밖에 없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정우창 책임연구원은 "결국 재원 문제다. AI나 로봇을 활용하기 위한 교육도 필요하지만, 실제 설비와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투자가 필요하다"며 "연구기관 등이 공동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업이 클라우드 형태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선제적으로 마련한다면 개별 기업의 추가 투자 부담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 AX 본격 추진 위한 조직개편


대구시도 섬유산업 AX에 본격 뛰어들었다. 민선 9기 조직개편을 통해 경제국 산하 섬유패션과를 인공지능혁신성장실로 옮긴 것이 대표적이다. 섬유를 더 이상 전통산업 틀에 가두지 않고 AI와 결합한 첨단 제조산업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단순 기업 지원 역할에 그치지 않고 AI·로봇 등 첨단기술을 생산현장에 접목해 산업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공모사업인 180억원 규모 'AX 기반 염색·봉제 실증 테스트베드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사업은 섬유업종 중에서도 노동집약도가 높은 염색 및 패션·봉제 공정에 AI와 로봇 기반 자율제조 인프라를 구축해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시는 이번 사업을 통해 한국섬유개발연구원 내 지역 봉제·패션기업들이 공동 활용할 수 있는 'AI 봉제자율제조센터'를 구축하고, AI 기반 패션제품 디자인부터 시제품 제작, 공정 검증, 품질 검사, 현장 적용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지원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주요 세부 과제는 △봉제 자동화 장비 및 실증 인프라 구축 △제조공정 데이터 수집·처리 플랫폼 구축 △AI 기반 봉제 대표모델 개발 △재단·봉제·검사 공정 연계 실증 △지역 패션봉제기업 대상 기술지원 및 보급·확산 등이다. 지난 18일에는 추경호 시장이 <주>보광INT와 원창머티리얼<주>의 제조 현장을 직접 찾아 섬유산업 AX 추진상황을 점검했다.


대구시 황영희 섬유패션과장은 "대구 섬유산업은 오랜 기술력과 생산기반을 갖춘 지역 핵심산업으로, 이제 AI 전환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며 "단순히 생산공정에 AI를 적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재·디자인·생산·유통·마케팅 전 과정에 AI를 접목해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고 데이터에 기반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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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대구시청 경제부서와 산업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작은 목소리도 끝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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