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논설위원
질문하는 능력이 곧 경쟁력
“연임은 없다” 확약 않는 李
헌법·국민 정서상 연임 불가
대법원장, 서면 제청 무리수
선진국 대부분 제청권 없어
박규완 논설위원
흔히 인간을 '호모 사피엔스'라고 한다. 생물학에서 현생 인류를 가리키는 말이다. 지혜로운 인간 또는 슬기로운 인간쯤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호모 사피엔스 이전에 '호모 하빌리스'와 '호모 에렉투스'가 있었다. 호모 하빌리스는 손재주 있는 인간, 도구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란 뜻이다. 230만년 전의 인류를 지칭한다. 이후 완전한 직립 인간이 되면서 호모 에렉투스로 칭해졌다. 인간에게 '만물의 영장'이란 수식이 붙은 것도 그즈음이다. 침팬지·고릴라 따위가 흉내 내보지만 불완전한 직립이다. 인간만이 유일하고 완벽한 직립 생명체다.
'호모 루덴스'는 유희를 즐기는 인간이다. 그 유희 본능이 예술과 엔터테인먼트의 융성을 추동했으리라.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大) 교수의 저서 '호모 데우스'는 인간을 신의 영역으로 격상했다. 데우스(Deus)는 라틴어로 신이란 뜻이다. 수명 연장, 지능 향상, 자연법칙 초월의 가설을 전제했다. 다들 그럴싸하지만 인공지능 시대엔 질문하는 인간 '호모 콰렌스'가 돋보인다. 프롬프트 즉 질문 내용을 잘 다듬는 능력이 AI 시대의 경쟁력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현대인의 핵심 경쟁력으로 스스로 질문하는 '생각 근육', 변화에 적응하는 '적응 근육', 협업하는 '공감 근육'을 꼽았다.
고위 공직자에겐 질문 내공(內功)이 특히 중요하다. 하기야 국회의원은 묻는 게 직업 아닌가. 청문회 등에서 고압적 자세로 질문하는 덴 이력이 났을 법하다. 한데 도무지 본인에겐 자문(自問)하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X(옛 트위터)에 "대통령 임기는 4년 중임 또는 연임제로 변경해 중간 평가를 통한 책임정치가 가능하도록 하는 게 공약"이란 글을 올렸다. 하지만 개헌론은 조정식 국회의장이 "대통령 연임은 국민의 뜻에 달렸다"고 말하면서 동력을 상실했다. 이 대통령의 복심(腹心)은 가늠하기 어렵다. 헌법 128조는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 개헌은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게는 효력이 없다'고 못 박고 있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연임은 없다"는 약속을 천명하지 않고 있다. 스스로 물어보면 답이 나올 텐데. 이 대통령의 연임은 헌법상으로나 국민의 법 정서상으로나 불가능하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6개월 침묵을 깨고 대법관 임명 제청서를 청와대에 불쑥 던졌다. 사전 조율, 대통령 직접 대면 관례를 무시한 채. 민주당은 격앙했다. 김민석 대표는 "퇴학 구걸하는 불량학생 조희대씨, 당장 물러나라"며 공박했다. 사태는 대통령의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 논쟁으로 번졌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임명권과 제청권이 동등하다"고 했지만, 굳이 따지자면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지적대로 "임명권이 제청권보다 상위 권한"이다. 임명권자의 임명권은 사후 추인 성격의 절차적 과정이 아니다. 대부분 선진국에선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이 아예 없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해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초고속 파기 환송했다. 즉 유력 대선 주자를 주저앉히려 한 이력이 있다. 조희대의 흑역사다. 당시 민주당 등 야권은 "사법 쿠데타"로 규정했고, 대법원장 사퇴 여론이 팽배했다. 그런데 이번엔 사전 협의 없이 대법관을 서면 제청한다? 사법부 수장의 섣부름이 야기할 후폭풍에 대해 자문하지 않았던 게 분명하다. 미심쩍거나 민심에 반하거나 논란을 살 소지가 있다면 먼저 자신에게 물어보라. 그래야 '호모 콰렌스'다. 논설위원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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