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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 집도 밭도 삼킨 칡넝쿨”…울릉도 ‘칡 재앙’ 키우는 행정 사각지대

2026-08-26 14:10

칡 분포 전수조사 전무·별도 예산도 없어…부서별 관리에 방제 사각지대

울창하게 번진 칡넝쿨이 차량을 거의 집어삼킨 모습. 홍준기 기자

울창하게 번진 칡넝쿨이 차량을 거의 집어삼킨 모습. 홍준기 기자

차량을 집어삼키고 빈집을 뒤덮은 칡넝쿨이 밭과 산림, 도로변까지 무섭게 번지고 있지만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행정 주체는 보이지 않는다. 경북 울릉군이 칡넝쿨의 심각성을 인식하고도 별도 제거사업이나 예산을 마련하지 못한 가운데 농지는 농업 부서, 산림은 관광산림과, 도로 주변은 도로 부서가 각각 맡는 방식으로 관리 영역이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25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울릉도 곳곳에서 칡넝쿨이 차량과 주택, 농경지를 뒤덮은 모습이 확인됐다. 특히 관리가 중단된 휴경지에서 시작된 칡이 인접 농경지와 산림, 도로변으로 뻗어나가며 주변으로 확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한번 뿌리를 내린 칡이 주변으로 계속 뻗어나가면서 농가가 개인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울릉읍 사동3리 이장 박용수 씨는 "자고 나면 칡넝쿨이 한 뼘씩 자라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라며 "내 밭만 관리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주변에서 계속 번져 나오기 때문에 농가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 밭만 예초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주변에서 번져 들어오는 칡을 함께 제거하지 않으면 결국 다시 밭을 덮게 된다"고 했다.


울창하게 번진 칡넝쿨이 건물 벽면과 구조물까지 침범하고 있다. 홍준기 기자

울창하게 번진 칡넝쿨이 건물 벽면과 구조물까지 침범하고 있다. 홍준기 기자

문제는 칡이 행정구역이나 관리 부서의 경계를 따라 번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울릉군 농업기술센터는 농지, 관광산림과는 산림, 도로 관련 부서는 도로 주변을 각각 관리하고 있다. 업무 영역은 나뉘어 있지만 휴경지와 주거지 주변 등 경계지역에서 시작해 다른 지역으로 번지는 칡을 한꺼번에 관리할 주체는 사실상 불분명하다.


예산과 기초자료도 부족하다. 울릉군에는 칡넝쿨 제거를 위한 별도 사업 항목이나 예산이 없으며 일부 잡초 예초 예산을 활용하는 수준이다. 울릉도 전체를 대상으로 한 칡넝쿨 분포 전수조사도 실시한 적이 없다. 어디에 얼마나 퍼져 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민원이나 예초작업 과정에서 눈에 띄는 곳을 부분적으로 제거하는 방식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칡은 줄기를 한 차례 잘라내는 것만으로는 제거하기 어렵다. 땅속 뿌리가 살아 있으면 다시 싹을 틔우기 때문에 반복적인 제거와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방치할수록 주변으로 확산해 제거 면적과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농경지와 주택이 칡넝쿨로 뒤덮혀 있다. 홍준기 기자

농경지와 주택이 칡넝쿨로 뒤덮혀 있다. 홍준기 기자

다른 지자체는 별도 사업으로 대응하고 있다. 제주도는 부서별 역할과 작업 시기·방법을 정해 칡덩굴 방제에 나서고 있으며, 2025년에는 414㏊를 제거했다. 제주시도 올해 칡덩굴 제거에 7억3천만원을 투입하는 등 생활권 산림과 도로변 등을 대상으로 관리하고 있다.


울릉도 역시 더 늦기 전에 전수조사를 통해 칡의 분포와 확산 경로부터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후 농지·산림·도로·주거지 등 관리 범위를 명확히 하고, 부서 경계를 넘어 번지는 지역은 별도의 총괄 관리체계를 마련해 집중적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휴경지와 빈집 주변 등 칡의 확산 거점이 될 수 있는 지역을 우선 관리하고, 제거 이후 재발생 여부까지 살피는 사후관리도 필요하다.


칡은 구역을 나누지 않는데 행정만 구역을 나누고 있는 셈이다. 지금처럼 눈앞의 칡만 잘라내는 방식으로는 확산을 막기 어렵다. 차량과 집, 밭을 삼키기 시작한 칡넝쿨을 더 방치할 경우 훗날 더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고도 걷잡기 어려운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윤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 "울릉도 칡넝쿨, '잡초'로 넘길 일 아니다"

김윤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김윤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울릉도 곳곳을 뒤덮기 시작한 칡넝쿨을 단순한 '잡초'쯤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칡을 베어내는 일보다 왜 이렇게 빠르게 번지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일이다.


김윤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은 울릉도의 칡넝쿨 확산에 대해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연환경의 변화에 따라 생육 조건이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울릉도는 일반적인 섬과 달리 식물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인 만큼 일정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대장이 특히 우려한 것은 울릉도 고유 식생이다. 울릉도에는 다른 지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특산식물이 많다. 섬바디와 섬쑥부쟁이 등 울릉도의 고유 식물들이 살아가는 공간을 칡넝쿨이 빠르게 덮어버린다면 단순한 경관 훼손을 넘어 생태계의 균형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칡은 다른 식물보다 생장 속도가 빠르고 생존력이 강하다. 다른 식물을 타고 올라가 햇빛을 차단하면 결국 아래쪽 식물은 제대로 자라기 어렵다. 김 대장은 "울릉도는 식물학적으로 중요한 섬"이라며 "생태학적 가치까지 함께 고려해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왜 최근 들어 칡넝쿨이 유독 기승을 부리는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 대장은 기후변화와 농촌 인구 감소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예전에는 농촌 인구가 많았고 농경지를 관리하면서 주변에 자란 덩굴류도 자연스럽게 제거됐다. 하지만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농경지 관리가 예전만 못해졌고, 여기에 겨울철 기온 상승으로 칡이 예전처럼 쉽게 고사하지 않는 데다 여름철 고온·다습한 환경이 이어지면서 생장에 유리한 조건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사람의 손길은 줄었는데 칡이 살아남기 좋은 환경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도로 주변도 예외가 아니다. 칡넝쿨이 표지판이나 전봇대 등을 타고 올라가면 단순히 보기 흉한 것을 넘어 시야를 가리거나 시설물을 가릴 수 있어 안전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김 대장 역시 도로와 교통 방해 요인, 표지판과 전봇대 등을 거론하며 적극적인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더 큰 문제는 울릉도의 행정이 칡의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지는 농업 부서가, 산림은 산림 부서가, 도로 주변은 도로 부서가 관리하는 방식으로는 경계 없이 뻗어나가는 칡을 제대로 막기 어렵다. 휴경지에서 시작된 칡이 농경지를 넘어 산림과 도로변으로 번지는 순간 어느 부서의 업무인지 따지는 사이 칡은 이미 다음 공간을 점령한다.


김 대장이 말한 것처럼 이제는 변화에 맞춰 관리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울릉도는 기후변화로 바다만 달라지는 곳이 아니다. 오징어가 줄고 해양생태계가 변하는 것처럼 육상 생태계 역시 조금씩 변하고 있다. 김 대장은 "변화에 따라 식물 관리도 바뀌어야 한다"는 취지로 강조했다.


그렇다면 칡넝쿨 문제도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 울릉군 전역에 칡이 얼마나 퍼져 있는지 조사하고, 농지·산림·도로·주거지의 경계를 넘어 확산하는 지역을 따로 관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울릉도 고유 식생이 분포한 지역부터 우선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칡을 한 번 베어내는 것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다시 자라는지를 확인하고 반복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지금 몇 천만원의 예초비용을 아끼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나중에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로 번지는 것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울릉도의 칡넝쿨 문제는 결국 '잡초를 어떻게 없앨 것인가'가 아니라 '변화하는 울릉도의 생태계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의 문제​다.


지금 눈앞에서 차량과 집, 밭을 뒤덮고 있는 칡넝쿨을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면 언젠가 울릉도의 고유 식생이 사라진 뒤에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칡은 이미 울릉도의 경계를 넘고 있다. 이제 행정도 부서의 경계를 넘어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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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기

발로 뛰는 현장 취재와 심층 기획으로 울릉도와 독도의 가치를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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