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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구, 이제는 도시의 삶을 색으로 채울 때다

2026-08-27 11:30
김소희 (사)한국색채학회 회장·영남대 건축학부 교수

김소희 (사)한국색채학회 회장·영남대 건축학부 교수

도시를 떠올리면 무엇이 스쳐가는가. 회색빛 콘크리트 빌딩 숲과 아스팔트, 짙은 컬러와 뿌연 안개는 도시의 외면을 단편적으로 드러낸다. 진정한 도시는 그 안에 살아 숨 쉬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만들어내는 고유의 색으로 완성된다. 그런 의미에서 모두가 기억하는 '컬러풀 대구(Colorful Daegu)'는 단순한 슬로건을 넘어, 이 도시가 가야 할 미래의 이정표이자 본질적인 에너지가 될 수 있다. 도시의 색채는 단순한 시각적 장식이 아니라, 시민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인프라이다.


대구는 뜨거운 열정과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가진 유채색의 도시이다. 여름의 강렬한 태양을 담은 붉은 정열은 대구시민 특유의 강인함과 역동성으로 승화되어 왔다. 여기에 근대 골목이 품은 고즈넉한 갈색빛 역사, 앞산과 신천이 뿜어내는 푸른빛의 생명력, 그리고 세계적인 섬유 패션 도시로서 쌓아온 감각적인 색채들이 서로 촘촘히 얽혀 있다. 대구는 이미 풍요로운 색의 자산을 품고 있는 거대한 캔버스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캔버스 위에 새로운 시대의 색을 입혀가는 일이다. 도시를 색으로 채운다는 것은 단순히 건물 벽에 페인트칠을 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문화와 예술, 그리고 청년들의 다양성이 존중받는 감성의 컬러를 확장해 나가자는 것이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의 화려한 무대 조명에서, 치맥페스티벌의 청량한 활기와 도심 곳곳의 소박한 골목길까지 문화의 색채가 스며들 때 도시는 비로소 살아 움직인다. 도시의 생명력은 다양성에서 나온다. 하나의 색을 강요하는 도시는 경직되어 쇠퇴하기 마련이다. 전통의 깊은 색 위에 혁신과 개방이라는 새로운 색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한다. 저채도의 편안한, 기성세대의 묵직한 녹음과 청년 세대의 톡톡 튀는 비비드한 고채도의 감성이 어우러질 때, 대구는 그 어떤 도시보다 매력적인 스펙트럼을 뿜어낼 수 있다.


프랑스의 문학가이자 영화감독인 장 콕토는 "색채는 빛의 파편"이라고 했다. 하나의 빛이 스펙트럼을 통해 다채로운 색으로 펼쳐져 사물의 아름다움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여름의 강렬한 빛을 가진 뜨거운 대프리카에서의 색채는 간과할 수 없는 영향력을 사람들에게 끼친다. 분지 지형의 답답함을 상쇄하고 도시 전체에 청량함을 직조해 내는 역할을 한다.


인공지능 기술이 모든 산업과 일상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지금, 도시의 색채는 어떠한 방식으로 진화되어야 하는가. 고정된 시각 정보에서 환경과 인간이 상호작용하는 지능형 인터페이스로의 변화가 기대된다. AI가 도시 인프라를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시대에 색채는 고정된 인프라를 반응형 도시로 변모시킬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예를 들어, 열섬 현상이 심할 때에는 냉각 효과를 주는 색으로, 겨울철에는 열을 흡수하는 색으로 건물 외벽 혹은 도로의 색이 바뀌어 도시의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또한,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AI를 활용한 공통의 색채 가이드라인은 도시 속에서 누구나 차별 없이 공간을 이용하고 시각 약자를 위한 포용적 안내를 가능하게 해 준다.


이제 대구를 다시 색으로 채우자. 회색빛 일상에 지친 시민들에게는 치유의 색을, 미래를 고민하는 청년들에게는 도전의 색을 선사해야 한다. 우리가 이 도시에 다채로운 색을 덧칠할수록, 대구의 미래는 더욱 눈부시게 빛날 것이다. 대구의 도시브랜드였던 '컬러풀 대구(Colorful Daegu)'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도시의 활력과 경쟁력을 거침없이 컬러로 풀어내 보자. 실천적 전략을 제대로 갖춘 색채 도시, 대구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김소희 (사)한국색채학회 회장·영남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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