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60902025576183

[박규완 칼럼] 농단의 시대

2026-09-03 06:00

이익과 권리 독점 큰 폐해
공정·자율 경쟁 기능 망쳐
민주, ‘국회법 3법’도 처리
경찰의 부실수사·암장 해괴
국민 안전 맡길 수 있겠나

박규완 논설위원

박규완 논설위원

농단(隴斷)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깎아 세운 듯한 높은 언덕'이다. 하지만 주로 '이익이나 권리를 독점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어떤 상인이 시장의 높은 언덕에 올라가 돈이 될 만한 물건이 들어오면 모조리 사놓고 나중에 비싸게 팔아 상업상의 이익을 독점했다는 데서 유래한다. 맹자 공손추에 나오는 고사(故事)다. 농단의 어원(語源)이 매점매석? 우리에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래 관용어로 굳어졌다.


# 이란의 호르무즈 농단=이란은 일찍이 간파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초크 포인트(핵심 병목지점)라는 사실을. 이란은 핵보다 호르무즈에 전략적 방점을 찍었다. 호르무즈를 통제하면서 대미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했다. 호르무즈에 발목 잡힌 미국은 진퇴양난이다. "승리"를 주장하며 전쟁에서 발을 빼려던 트럼프의 계획도 뒤틀렸다. 종전 후에도 이란이 호르무즈 통제권을 내놓는단 보장이 없다. 미-이란 전쟁 전 호르무즈를 자유롭게 항행하던 선박들만 애꿎은 볼모 신세로 내몰렸다.


# 트럼프의 관세 농단=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중독은 고질에 가깝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 위법 판결로 제동을 걸었지만 아랑곳 않는다. 무역법 122조로 최고 15%의 관세를 부과하며 시간을 벌었고, 국가안보에 연계하는 무역확장법 232조까지 동원했다.


미국은 이제 슈퍼 301조를 엮어 관세 폭격을 예고한다. 1974년 제정된 무역법 301조는 1988년 의회의 종합대외무역법에 의해 강화되면서 슈퍼 301조로 불린다. 기간 무제한, 수단 불문 보복을 가할 수 있는 슈퍼 법안이지만, 작위적으로 마구 발동할 수는 없다. 불공정 무역행위가 명백해야 한다. 트럼프의 관세 농단으로 국제교역이 위축되고, 한미 FTA는 사실상 사문화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버니 모레노 공화당 상원의원은 "한국이 쿠팡 등 미국기업을 차별하고 있다"며 슈퍼 301조 조사를 주장했다.


# 민주당의 입법 농단=민주당은 아직도 배가 고픈 모양이다. '국회법 3종 법안' 처리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패스트트랙 심사 기간을 최장 330일에서 90일로 줄이는 패스트트랙 법안은 이미 국회를 통과했다. 여야 합의나 숙의 과정은 없었다. 필리버스터 종결 요건을 완화하고, 재적위원 과반 찬성으로 상임위원장을 교체할 수 있게 한 법안 역시 여당 독주를 가속화할 게 뻔하다. 민주당의 입법 폭식은 이력이 났다. 논쟁이 격렬했던 법 왜곡죄, 재판 소원제, 대법관 증원법 등 '사법개혁 3법'도 올해 상반기 단독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막을 힘이 없는 가긍한 처지다.


# 경찰의 수사권 농단=검찰 보완수사권을 폐지한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기 전인데도 경찰의 부실수사와 사건 암장이 점입가경이다. 무능, 조작, 꼼수가 횡행한다. 제주 경찰만 그럴까. 일개 경장이 실종 사건을 조작·종결해도 걸러지지 않는다? 그 허술한 시스템이 놀랍다. '봉숭아 학당' 포졸 버전인지 블랙 코미디인지 헷갈린다. 이토록 해괴한 경찰에 국민 안전을 맡긴다? 통제나 견제 장치도 없이.


경찰의 수사권 독점이 또 얼마나 많은 얄궂은 장면을 연출할지 예측 불가다.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은 "사건 부풀리기는 검찰이 훨씬 더 악질"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악질 검찰과 악질 경찰이 서로 견제하도록 하는 것도 해법이 될 터다. 형소법을 재개정해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복원하고 전건 송치를 명문화해야 한다. 권리 독점은 공정 시스템과 자율 경쟁 기능마저 망가뜨린다. 농단의 폐해, 가늠조차 어렵다. 논설위원


기자 이미지

박규완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치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