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두백 기자
영덕이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지난 7월 새 군수가 취임하면서 민선 9기가 닻을 올렸지만 앞에 놓인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경북 초대형 산불의 상처를 치유해야 하고 빠듯한 재정 속에서 침체된 지역경제도 되살려야 한다. 여기에 신규 원전 건설이라는 거대한 국책사업을 영덕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만들어야 하는 과제까지 안고 있다.
당장은 산불 피해 복구가 시급하다. 지난해 3월 시작된 초대형 산불로 집을 잃은 주민들은 임시주택에서 일상을 다시 세우고 있고 검게 타버린 산과 마을 곳곳에는 아직도 그날의 흔적이 남아 있다.
복구에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지방정부의 한정된 재정만으로 주택과 산림, 생활기반시설을 제대로 복구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정부와 경북도의 지속적인 관심과 재정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원전 유치는 영덕에 새로운 가능성을 던졌다. 지난 6월17일 한국수력원자력이 영덕을 신규 원전 건설 예정지로 선정하면서 과거 천지원전 백지화 이후 멈춰 있던 지역의 기대감도 다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원전이 들어선다는 사실만으로 영덕의 미래가 저절로 밝아지는 것은 아니다. 건설기간의 일시적인 경기 활성화를 넘어 양질의 일자리와 기업 유치, 인구 증가, 지방세수 확대로 이어져야 한다. 지역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원전과 연관 산업에서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지역업체와 소상공인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도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한수원과 영덕군의 관계가 중요하다. 영덕은 과거 원전 지정과 백지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사회적·경제적 비용을 치렀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안전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상생협약을 마련하고 지역과 주민이 함께할 수 있는 장기적인 발전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새 군정에는 결국 두 가지 큰 과제가 놓여 있다. 하나는 무너진 주민들의 삶을 다시 세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규 원전을 발판으로 앞으로 수십 년을 책임질 새로운 먹거리를 만드는 일이다. 인구 감소와 상권 침체, 청년 일자리 부족이라는 해묵은 숙제까지 이 과정에서 함께 풀어야 한다.
결국 '영덕의 꿈'은 원전 하나를 짓는 것도 산불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도 아닐 것이다. 재난을 딛고 일어선 주민들이 다시 희망을 품고 청년이 고향에서 일자리를 찾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지지 않는 지역을 만드는 일이다.
조주홍 영덕군수가 취임사에서 그린 영덕의 미래가 구호에 머물지 않으려면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산불 복구와 신규원전을 두 갈림길이 아니라 하나의 미래 전략으로 엮어낼 때 영덕이 꿈꾸는 미래도 현실에 가까워질 것이다.
남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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