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구청이 오스트리아 빈 건축전에서 세계적 주목을 받은 '내당성당'을 중심으로 종교·역사 순례길 조성을 구상 중이다. 건립 60주년을 맞은 내당성당은 오스트리아 건축가 오토카 울(1931~2011)이 설계한 근현대 건축의 명작으로, 최근 원형 복원과 해외 전시를 계기로 그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서구청은 내당성당을 지역의 다른 관광자원과 연계해 신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과 외지인까지 끌어모으는 관광 콘텐츠로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대구의 건축적 자산은 비단 내당성당에 그치지 않는다. 동서양 양식의 융합부터 세계적 거장들의 실험적 현대 디자인까지 도시 전역에 명물 건축 유산이 즐비하다. 프랑스인 프와넬 신부가 설계한 계산성당은 영남 최초의 고딕 성당이다. 조선식산은행 건물이었던 대구근대역사관과 옛 제일모직 터의 대구삼성창조캠퍼스는 근대 산업유산 재생의 모범을 보여준다. 세계적 건축가 하니 라시드가 물수제비와 도자기 곡선을 형상화한 강정고령보 '디아크(The ARC)', 자연과의 경계를 허문 '유리 파사드'의 대구미술관은 대구가 가진 현대적 조형미의 정수를 드러낸다.
대구의 풍부한 건축 유산을 도시 테마 관광으로 엮어내는 시도는 시의적절하다. 이미 서울(건축문화 투어), 제주(거장 건축 투어), 전주(한옥·근현대 기행), 군산(시간여행 마을) 등 여러 지자체가 건축과 스토리텔링을 융합하고, 교통 인프라와 연계해 독자적인 관광코스를 운영 중이다. 대구의 건축물을 둘러보는 여정은 단순한 멋진 건물 관람에 머물지 않는다. 도시가 관통해온 근현대 역사적 맥락과 21세기 공간 창의성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파동을 체감하는 일이다. 대구의 건축 자산이 관광 브랜드로 우뚝 서길 기대한다.
조진범
대구경북과 대한민국의 내일을 고민하는 논설위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