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예 정치공동체 폴티 대표
평일 오후 7시, 대구시의회 세미나실에 불이 켜져 있다. 낮 시간대 공식 회의는 끝났지만 퇴근한 직장인과 자영업자, 대학생, 연구자들이 자리를 채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도 마주 앉는다. 오늘의 주제는 청년 자산격차다. "같은 월급을 받아도 부모에게 전세보증금을 지원받는 청년과 그렇지 못한 청년의 출발선은 다릅니다. 그렇다면 청년정책은 소득만 봐야 합니까, 자산까지 봐야 합니까?" 한 의원이 답하면 다른 의원은 그 기준에서 배제되는 집단을 묻고, 지원 확대 주장에는 재원과 실제 수혜자를 따진다. 전문가는 데이터를 제시하고 당사자는 경험을 덧붙인다. 옆 세미나실에서는 의원연구단체가 돌봄정책을 토론한다. 다른 날에는 산업전환과 지역대학, 지방재정을 놓고 논쟁이 벌어진다. 연구 결과도 보고서로 끝나지 않고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의 반론을 거쳐 조례와 예산 논의로 이어진다.
한껏 상상해본 대구시의회의 저녁 풍경이다. 최근 청년정책을 둘러싼 논의를 들여다볼수록 지역의 문제가 의회 안에서 논쟁되고 정치적 대안으로 발전하는 장면이 절실하다고 느낀다. 청년의 정치적 마음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청년층의 지지율은 짧은 기간에도 크게 움직이고, 정치에 대한 기대와 실망 역시 빠르게 교차한다. 정치권이 '청년의 마음을 어떻게 얻을 것인가'를 다시 물어야 하는 이유다.
정책이 사회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이라면 정치는 서로 다른 요구와 대안을 조정해 공적 결정을 만드는 과정이다. 지금까지의 청년정책은 주로 행정부가 무엇을 지원하고 어떻게 집행할 것인가에 집중해 왔다. 타운홀미팅과 각종 참여기구를 통해 목소리를 듣는 것과 그 목소리를 정치적으로 대표하는 것은 다르다. 그 사이의 빈 공간을 연결하는 것이 바로 지방의회의 핵심 역할이다. 그렇다면 대구시의회가 지역의 실질적인 대의기관으로 작동하려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첫째, 정치적 공론장에 문을 여는 의회가 되어야 한다.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의원과 정당, 단체, 기업, 전문가가 수시로 현안을 놓고 토론한다. 대구시의회도 지역의 다양한 정치적 논의를 위해 세미나실과 회의 공간을 적극적으로 개방해야 한다. 지역의 현안이 개인적인 관계나 네트워크에 기대지 않고 공개적으로 제기되고 논의될 수 있는 곳이 지방의회여야 한다.
둘째, 서로 다른 정치적 대안이 경쟁해야 한다. 정치적 선택지가 상대적으로 제한된 대구에서는 문제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진단과 해법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야 한다. 다수의 주장은 반론을 통해 검증되고, 소수의 주장도 경쟁 가능한 선택지로 다뤄져야 한다.
셋째, 청년의 목소리가 정치적 결정까지 이어져야 한다. 간담회와 토론회에서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그 질문이 의원의 질의가 되고, 의원연구단체의 연구가 되며, 행정사무감사와 조례·예산 심의의 쟁점으로 이어져야 한다.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결정하고 무엇을 바꾸었는지까지 답하는 것이 대의기관의 책임이다.
청년의 마음을 얻는 정치는 더 많은 정책을 약속하는 것이 아니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문제가 정치에서 다뤄지는 경험이다. 대구에서 살아가는 청년에게는 대구 정치가 답해야 할 질문이 있다. 그 질문을 가장 치열하게 다루는 곳이 대구시의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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