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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순의 문명산책] 소음을 화음으로 만든 인류 문명

2026-09-18 06:00
김중순 계명대 명예교수

김중순 계명대 명예교수

오늘 우리는 소음의 바닷속에 살고 있다. 거리의 자동차 소리와 공사장의 날카로운 마찰음, 그리고 수많은 언어와 정보의 파도가 쉴 새 없이 밀려온다.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역설적으로 서로의 목소리를 듣기는 더 어려워졌다. 문제는 소리가 너무 많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소리 사이에서 관계와 질서를 발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데 있다.


기원전 6세기, 그리스의 철학자 피타고라스가 대장간에서 울려 퍼지는 쇠망치 소리 속에서 화음의 비밀을 발견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실제로 망치의 무게와 음정이 일정한 비율로 대응하지는 않지만, 이 오래된 전설이 질문하는 바는 분명하다. 소음 속에서 어떻게 질서를 찾을 수 있을까? 피타고라스와 그를 둘러싼 전통이 발견한 것은 소리와 소리 사이의 관계였다. 현의 길이가 짧아질수록 소리가 높아지고, 그 길이의 비율이 음정을 결정한다는 정수비율의 원리가 그것이다. 각자의 음 자체보다, 다른 음과 맺는 관계 속에서 화음이 생겨난다는 깨달음이었다.


소리는 더 이상 단순한 감각이 아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수와 질서가 귀를 통해 드러나는 것이고, 별들은 침묵 속에서도 일정한 비율로 움직이며, 그 운동은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천구의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고 했다. 크고 작은, 혹은 높고 낮은 여러 소리가 서로 부딪히지 않고 울려 퍼지는 거대한 악기가 바로 우주다. 우주를 코스모스, 즉 근원적인 질서라고 하는 이유다.


이러한 전통은 중세 이슬람 학자들에 의해 새로운 단계로 발전한다. 음악을 "소리의 질서이며, 영혼의 움직임을 조화롭게 만드는 학문"으로 여겼다. 그들은 음정과 음정 사이의 비율을 계산하고, 악기의 구조와 음의 발생 원리를 분석했다. 선율과 리듬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그리고 음악은 단순히 '소리를 만드는 기술'을 넘어 인간을 이해하는 학문으로 확대되었다. 중세 이슬람 세계의 대형병원 '비마리스탄'에 설치된 분수와 수로는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라 치료와 종교적 환경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흐르는 물소리는 환자의 맥박 리듬을 안정시켜 그들의 불안을 달래고 영혼을 치유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점점 더 거대한 소음의 바닷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수없이 생산되는 새로운 정보와 주장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누구의 목소리가 옳은지를 가리기 전에,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찾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 피타고라스가 소리 속에서 비율을 찾았다면, 이슬람의 학자들은 그 관계를 더욱 정교한 음악학으로 발전시켰고, 교회의 단성음악은 다성음악으로 진화하면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함께 어울리는 법을 보여주었다.


여러 목소리가 각자의 선율을 유지하면서도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이다. 음색도, 호흡도, 높낮이도 다르지만, 서로의 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목소리를 조절하여 울림을 만들어내는 기술, 오케스트라의 합주이고 함께 부르는 합창이다. 합주와 합창은 자신의 소리를 내기 전에 먼저 남의 소리를 들어야 하고, 차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엮어내는 기술로 이루어진다. 인류의 문명사는 소음의 제거가 아니라 서로 다른 소리의 공존과 어울림을 통해 화음을 만들어낸 역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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