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논설위원.
#TK 4인방=오해 없기를 바란다. 김부겸, 유승민, 유시민, 이준석은 가나다순이다. 나이순이기도 하다. 가나다순이면서 나이순인 건 우연의 일치다. 갑자기 왜 이들 이름을 들먹인 걸까. 이들조차 '4인방'이란 하나의 카테고리로 엮이는 걸 좋아하지 않을 터이다. 두 가지 공통점에 주목한다. 조금 이른 예단이긴 하나, 혼돈의 한국 정치에 이들이 유의미한 변수로 등장하는 시기가 차츰 무르익는 듯해서다. 기존 질서를 흔드는 균열의 싹, 새 구조의 움(芽)이 엿보인다. 물길을 트는 작은 돌멩이가 될 수도, 권력의 기울기를 바꾸는 바람일 수도 있다. 최고 권력을 겨누는 칼끝이 될 수도, 어쩌면 스스로 권력이 될 수도 있다.
첫 번째 공통점은 TK 출신이거나 연고자다. 김부겸(상주) 유승민(영주) 유시민(경주)의 청소년기는 데칼코마니 같다. 모두 경북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초·중·고를 다녔고 나란히 서울대를 졸업했다. 이준석의 경우 조부(칠곡), 부친(대구), 외가(달성) 모두 TK가 본거지다. 4인방의 TK 연고성을 주절주절 읊는 건 성원을 담아 이들이 바로 '고향 사람'임을 환기하고 싶어서다. 실은 두 번째 공통점에 방점이 있다. 대중성(大衆性)이다. TK 출신 정치인은 무수히 많지만, 대중적 지지 기반을 갖춘 인물은 흔치 않다.
#대중성=대중성은 정치인에게 강력한 무기이자 자산이다. 단순히 인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자신의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적 기반이다. 소속 진영이 어려울 때마다 김부겸, 유승민이 비대위원장이나 대권 후보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힘의 원천은 대중성이다. 유시민이 대통령에 어깃장 놓는 것이나, 이준석이 당대표를 사퇴한 것에는 "그래, 내 없이 얼마나 잘하나 보자"란 오기가 비친다. 오기의 발동조차 대중의 지지란 방호벽이 있기에 가능하다. 뛰어난 토론 및 담론 생산 능력, 방송·집필·강연을 통한 높은 인지도, 논리 정연한 말솜씨와 풍부한 경륜, 충성도 높은 팬덤을 지닌 정치인은 희소하다. 김부겸, 유승민, 유시민, 이준석에게 그런 희소가치가 있다. TK 보유 자산이다.
#마지막 활시위=40대 초반 이준석 외 모두 60대 후반 한두 살 터울이다. 정치적으로 농익은 시기이자, 삶을 불태울 만한 한 번의 기회가 남은 나이다. '단 한 번의 화살, 마지막 활시위'는 결기와 비장함을 요구한다. 4인이 진짜 '방(幇)'이라도 만드는 건 어떤가. 위기의 대구경북을 위해 힘 모을 일이 많다. 'TK 패싱'도 각개전투론 못 막는다. 이념과 행보, 세대 배경은 다르지만 TK 연고와 지역주의 타파, 주류 비판, 진영 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개혁 열정을 지녔다는 점도 같다. 한국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가 있다면 각자의 용처(用處)와 용법(用法)이 있기 마련이다. 공동의 핸디캡도 있다. 대중성은 있되 대중조직은 없다. 그 탓에 늘 비주류의 길을 걸었다. 조직 없는 대중성에는 위험이 도사린다. 지나친 포퓰리즘이나 관종(關種)의 유혹이 그것이다. 일종의 호현병(好顯病) 증세다. 일부 그런 징후가 없지 않다.
4인은 어설픈 야심가에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 향후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거나 혹 대망을 꿈꾼다면 '정치적 포지션'부터 바꿔야 한다. 김부겸과 유승민은 진영 내 비주류·비토 정서를 극복하는 것, 유시민은 장외의 애한(哀恨)과 날 선 이미지를 넘어서는 것, 이준석은 소수정당과 특정 세대 중심의 한계를 깨고 전국구 지도자로 발돋움하는 것이 각자의 핵심 과제다. 난장판인 한국 정치를 향해 '마지막 활시위'를 당기는 건 어떤가. 내일을 향해 쏴라.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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