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1.7㏊ 농지 전수조사에 긴장…“일손도, 판로도, 살 사람도 없다”
부지깽이 나물 농사도 인건비 못 건져…“누가 농지를 사줍니까”
울릉군이 대규모 농지 이용 실태조사에 들어간 가운데, 울릉읍 사동리 한 농지가 잡풀로 뒤덮여 있다. 홍준기기자
"농사 안 짓는다고요? 그런데 누가 이 땅을 사서 농사를 짓겠습니까."
경북 울릉군이 대규모 농지 이용 실태조사에 들어가면서 지역 농민들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다양한 이유로 놀릴 수밖에 없는 농지에 대한 법적인 조치가 이뤄질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20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울릉지역 농지 이용 실태조사 대상은 울릉읍 273.8㏊, 서면 241.5㏊, 북면 336.4㏊ 등 모두 851.7㏊다. 이 가운데 심층조사 대상은 422.7㏊로 전체의 49.6%에 달한다. 울릉군은 실제 경작 여부를 비롯해 불법 임대, 농지 방치, 다른 용도로의 사용 여부 등을 살펴본다.
농지 실태조사 소식에 지역 농심이 요동치고 있다. 농지법상 농지를 제대로 이용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면 관련 절차에 따라 처분의무나 처분명령이 내려질 수 있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어서다.
농지 투기나 불법 임대 등을 바로잡는 것을 문제 삼는 농민들은 많지 않다. 문제는 울릉도의 농업 현실을 반영하느냐다. 울릉은 육지처럼 넓고 평탄한 농지는 보기 드물다. 경사진 밭이 적지 않은 데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됐고, 농번기마다 일손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농사를 지어도 판로가 마땅하지 않아 생산비와 인건비조차 건지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북면 주민 김규백(67) 씨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김씨는 그동안 부지깽이 나물을 재배해왔지만 최근에는 농사를 계속 짓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김씨는 "부지깽이 나물을 재배해도 이제는 판로가 문제고, 애써 농사를 지어봐야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다"며 "지금은 농사를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사를 짓지 않는 농민들을 무조건 잘못했다고 하기보다 왜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지 정부가 이런 농민들의 심정을 헤아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면 주민 이현화(63)씨도 "예전에는 가족들이 함께 농사를 지었지만 지금은 사람이 없어 밭을 관리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며 "농지라고 해서 무조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농민은 "농사를 못 짓는다고 땅을 팔라고 하면 누구에게 팔아야 하느냐"며 "팔 사람은 있는데 살 사람이 없는 현실도 정부가 한번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울릉군의회 회의록에서도 고령화와 일손 부족, 경사진 농지 등 울릉도의 열악한 농업 여건은 꾸준히 문제로 거론돼 왔다. 2021년 농지 이용 실태조사 이후에는 22필지에 처분 의무 통지가 이뤄진 기록도 있다. 이번 조사는 과거보다 규모가 큰 만큼 농민들의 불안도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울릉도의 경사진 한 농지가 고령화, 일손 부족 등에 따른 농사 포기로 임야화되어 있다. 홍준기기자
홍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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