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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만나는 우리동네 문화유산] 바위틈에 뿌리내린 2천년 세월…울릉도 도동항 지켜온 ‘향나무’

2026-09-19 09:27

산림청 조사서 2천300년 추정…태풍에도 살아남아 울릉도의 오랜 풍경으로

울릉도 도동항에서 바라본 도동항 향나무.  홍준기 기자

울릉도 도동항에서 바라본 '도동항 향나무'. 홍준기 기자

울릉도 도동항에 들어서면 눈길을 끄는 나무 한 그루가 있다. 깎아지른 듯한 검은 화산암 절벽, 흙 한 줌 없어 보이는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향나무다.


거센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란 탓인지 줄기는 굽고 뒤틀렸다. 가지도 반듯하게 뻗지 않았다. 하지만 짙푸른 잎은 여전히 싱그럽다. 검은 바위와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선 모습은 도동항을 대표하는 독특한 풍경이 됐다.


이 나무가 '도동항 향나무'다. 이 향나무의 정확한 수령은 공식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나이테를 확인하기 어려운 절벽 위 생육환경 때문이다. 다만 2013년 산림청 녹색사업단 조사에서는 수령을 약 2천300년으로 추정했다. 이후에도 수령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가 이뤄졌지만, 현재까지 정확한 나이가 공식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2천300년'이라는 숫자보다 더 눈여겨볼 것은 이 나무가 자리한 위치다. 도동항을 내려다보는 절벽 위에서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키며 항구의 변화를 함께했다. 울릉도에 사람들이 정착하고 마을이 형성된 뒤에도, 육지와 섬을 오가는 배가 늘어난 뒤에도 같은 자리에서 바다를 바라봤다.


도동항은 오랫동안 울릉도의 대표적인 관문이었다. 육지에서 여객선을 타고 울릉도로 들어온 관광객들은 항구에 닿기 전 절벽 위에 자리한 향나무를 마주했다. 도동항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길 때도 빠지지 않는 풍경이었다. 주민들에게 이 나무는 관광 명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어린 시절부터 바라본 익숙한 풍경이고, 부모 세대 역시 같은 나무를 보며 살아왔다. 항구를 오가는 배와 사람은 바뀌었지만 절벽 위 향나무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과거 도동항을 담은 사진에서도 향나무의 모습이 확인된다. 항구 주변의 건물과 시설은 시대에 따라 달라졌지만 절벽 위 나무는 오랜 시간 도동항 풍경의 한 부분으로 남았다.


2천년 세월 동안 울릉도 도동항을 지켜온 향나무. 홍준기 기자

2천년 세월 동안 울릉도 도동항을 지켜온 '향나무'. 홍준기 기자

수천 년을 버틴 나무에게도 큰 시련은 있었다. 1985년 태풍 브랜다가 울릉도를 강타했을 당시 주요 가지가 부러지는 피해를 입었다. 이후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쇠줄 등을 이용해 가지를 지탱하는 조치가 이뤄졌다. 자연의 힘에 맞서 살아남은 나무를 지키기 위한 사람들의 손길도 이어진 셈이다.


울릉도는 향나무와도 인연이 깊다. 통구미와 대풍감 일대에는 향나무 자생지가 남아 있으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도동항 향나무 역시 바위와 해풍이 강한 울릉도의 자연환경 속에서 오랜 세월 생명을 이어온 노거수라는 점에서 생태적 가치가 크다.


여기에 지역의 역사와 생활문화가 더해진다. 도동항의 모습은 수차례 변했다. 여객선의 운항 형태도 달라졌고 항구를 오가는 사람들도 세대가 바뀌었다. 하지만 향나무는 수많은 변화를 지켜보며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그래서 이 나무를 단순히 '오래된 나무'라고 부르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확한 수령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도 오히려 체계적인 관심과 보존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생육 상태와 주변 환경을 지속적으로 살피고, 나무가 간직한 역사적 자료도 함께 보존할 필요가 있다. 도동항에서 향나무를 올려다보면 처음에는 작게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굽은 줄기와 갈라진 가지, 바위틈을 파고든 뿌리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수천 년 동안 바람과 비, 태풍을 견디며 살아온 흔적이다. 항구의 시설은 새로 만들어지고 사라지기를 반복했지만, 이 나무는 살아 있는 모습 그대로 시간을 이어왔다. 오늘도 도동항 절벽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향나무. 정확한 수령을 숫자 하나로 규정할 수는 없지만, 오랜 세월 울릉도의 자연과 도동항의 변화를 함께 견뎌온 것은 분명하다.


도동항 향나무. 오래된 나무 한 그루를 넘어, 울릉도가 간직한 살아 있는 시간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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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기

발로 뛰는 현장 취재와 심층 기획으로 울릉도와 독도의 가치를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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