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전통차·사운드 명상 직접 체험
둘째 날 ‘소마 러닝’ 선택해 한옥마을 달려
지난 12일 예천군 용문면 금당실마을 송림에서 김민성 생텀 대표의 지도로 참가자들이 태극권을 배우고 있다. 장석원 기자
먹을 머금은 붓을 화선지에 올렸다. 한 획을 긋고 잠시 멈췄다가 다시 붓을 움직였다. 잘 쓰는 것이 목적은 아니었다. 붓끝에 집중하는 동안 머릿속을 채우던 생각도 잠시 멈췄다.
지난 12~13일까지 경북 예천군 용문면 금당실마을에서 열린 1박2일 리트릿 페스티벌 '이상한 나라의 웰니스'에 직접 참여했다. 예천군과 생텀이 마련한 이 행사는 전통문화와 자연을 결합한 '한국형 웰니스'로 기획됐다. 특히 '땅(Land)'을 주제로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이 전통이 뿌리내린 금당실에서 하루를 선택하고 채워가며 몸과 마음의 중심을 찾도록 프로그램이 구성됐다.
그동안 익숙한 금당실이었지만 이날 마을을 경험하는 방식은 달랐다. 송림과 한옥, 서원과 돌담길을 둘러보는 대신 그 안에서 몸을 움직이고, 차를 마시고, 붓을 들고, 소리를 들었다.
첫 일정은 금당실 송림에서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두 발을 땅에 딛고 태극권 동작을 따라 했다. 빠른 움직임보다 호흡과 몸의 균형에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지난 12일 예천군 용문면 초정서예연구원 잔디밭에서 거대한 화선지 위에서 한 참가자가 큰 붓을 활용해 퍼포먼스 하고 있다. 장석원 기자
초정서예연구원에서는 직접 먹을 묻힌 붓을 들었다. 한 획씩 글씨를 완성한 뒤 야외에서는 잔디 위에 펼쳐진 대형 화선지에 굵은 먹선이 이어졌다. 전통차를 경험하는 시간에는 차를 우리고 향을 맡고 나누는 과정에 집중했다.
경주에서 온 김미나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참가했다. 김씨는 "단순히 편안하게 쉬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을 깊이 돌아보게 된다"며 "전통문화를 현대적인 웰니스로 풀어내면서 '나의 중심을 찾는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몸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예천군 용문면 금당실힌옥체험관 마당에서 참가자들이 김희원 가야금 연주자의 연주를 감상하고 있다. 생텀 제공
해가 지자 금당실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한옥에 불이 들어오고 돌담 아래 조명이 켜졌다. 낮에 오갔던 골목을 다시 천천히 걸었다.
첫날 마지막 일정은 한옥 앞마당에서 열린 가야금 사운드 명상이다. 잔디마당 가운데 가야금이 놓이고 참가자들은 주변에 자리를 잡았다. 누군가는 눈을 감았고 누군가는 가만히 서서 소리를 들었다. 한옥과 잔디마당, 밤공기까지 체험의 일부가 됐다.
태백에서 온 우승완씨는 "타이치와 전통차, 서예, 가야금 사운드 테라피에 한옥마을의 다양한 공간을 함께 경험할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며 "밤에 금당실한옥체험마을 마당에 누워 바라본 별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3일 소마 러닝에 참여한 러너들이 예천군 용문면 금당실한옥체험관 마당에서 이수혁 강사와 함께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생텀제공
둘째 날 아침에는 태극검과 요가, 소마 러닝 가운데 하나를 선택했다. 기자는 이수혁씨가 진행하는 소마 러닝에 참여했다.
운동화를 신고 다시 한옥마을로 나섰다. 기록이나 순위를 겨루기보다 자신의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느끼며 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날 걸었던 돌담과 한옥 사이를 이번에는 두 발로 달렸다. 같은 공간이었지만 걷고 있을 때와 달릴 때 느껴지는 감각은 달랐다.
대구에서 온 김하진씨는 "원데이 프로그램에서 바쁜 일상 속 잠시 나 자신과 접속해 쉬어가는 느낌이 좋아 1박2일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며 "낯선 경험을 통해 여러 감각을 새롭게 만났고 조금 더 스스로와 연결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체험에서 눈에 들어온 것은 새로운 관광시설이 아니었다. 송림과 한옥, 서원, 돌담길은 이전부터 금당실에 있었다. 달라진 것은 공간을 경험하는 방식이었다. 송림에서 태극권을 하고 붓을 들었으며 한옥 마당에서 가야금 소리를 들었다. 다음 날에는 마을을 달렸다.
지난 12일 예천군 용문면 금당실힌옥체험관 마당에서 가야금 연주가 끝난 뒤 전통차 강의를 진행한 박선우 원장이 참가자들에게 따뜻한 차를 제공하고 있다. 장석원 기자
현장에서는 경주와 대구, 태백 등 외지에서 금당실을 찾은 참가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예천에 사는 이은주씨는 "타이치와 다도, 서예, 가야금을 단순한 체험으로 끝내지 않고 명상적인 경험으로 연결한 점이 좋았다"며 "전국 각지에서 참가자들이 찾아오는 것을 보면서 이런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먹을 갈고, 차를 마시고, 가야금 소리를 들었다. 전날 밤 걸었던 돌담길을 다음 날 아침에는 달렸다. 금당실에서 보낸 1박2일은 더 많은 것을 보기 위한 여행보다는 한곳에 조금 더 오래 머물며 몸과 감각으로 경험하는 여행에 가까웠다.
김민성 생텀 대표는 "예천의 자연과 전통문화, 지역 공간에서 웰니스의 가치를 찾는 데 초점을 맞춘 가운데 지난해 'Wonder'에 이어 올해는 'Land'를 주제로 자신의 중심을 찾아가는 과정을 전통문화와 접목했다"면서 "전국 각지 참가자와 지역 주민이 함께한 만큼 앞으로도 예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차별화된 웰니스 프로그램을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장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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